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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넘어 회복까지’ 정형외과의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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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넘어 회복까지’ 정형외과의 패러다임 전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6.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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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명예회장ㆍ김형규 수석부회장, 진성회 소속 병원 견학...의약뉴스 동행취재

[의약뉴스] 

고령이신데도 재활치료가 매우 빠르셨네요.

지난해 외할머니가 고관절 골절로 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수술 후, 인근 재활을 위한 병원으로 입원하고,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아 2주 만에 퇴원했는데, 이러한 일을 설명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말이 바로 저 말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술을 받은 직후 병원에 입원해 있을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5일, 이후에는 퇴원을 해야하며, 그렇게 퇴원한 환자는 재활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게 되는데 정부에서 보장해주는 치료기간은 최대 한 달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추, 골반, 대퇴골 골절 환자는 연간 20여만명이 발생하지만, 정부에서 지정한 회복기 재활병원의 수는 50여곳에 불과하다. 20만명이나 되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외할머니의 사례처럼 한 달 이내 재활을 마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집으로 복귀한 이후, 갑작스런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이러한 궁금증들이 하나 둘씩 쌓여갈 무렵, 6월 3일 ‘한ㆍ일임상정형외과합동연구회’ 취재차 일본 오사카로 가게 됐다.

한ㆍ일임상정형외과합동연구회 이후, 정형외과의사회 측에서 기자에게 일본 의료법인 진성회 산하 의료기관들을 견학하는 일정에 동행했으면 한다는 제안을 했고,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명예회장, 김형규 수석부회장과 함께 일본의 수도 도쿄로 향하게 됐다.

▲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일본 의료법인 진성회 산하 의료기관들을 견학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 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일본 의료법인 진성회 산하 의료기관들을 견학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의료법인 진성회와 레이와 재활병원

진성회 산하 의료기관들을 견학하는 일정은 시작부터 험난했는데, 한ㆍ일임상정형외과합동연구회가 열린 곳은 오사카였고, 진성회의 의료기관들은 도쿄 인근 치바현에 위치했기 때문이었다. 

오사카에서 도쿄까진 신칸센을 타도 3시간가량 걸리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일본인의 특성상 신칸센 내는 조용하기만 했다. 

도쿄에서 치바현에 있는 진성회의 사무실로 이동할 때, 진성회 이소구 이사장의 연락이 왔었는데, 낯선 일본에서 행여나 길을 잃지 않을까 염려하는 전화였다. 이사장의 염려 덕분에 무사히 진상회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의료법인 진성회는 1994년 7월 6명의 스탭으로 동금정형외과 개원한 것을 시작으로, 이등해 9월 의료법인화 절차를 밟아 이소구 이사장이 취임했다.

이후 조금씩 규모를 늘려온 진성회는 현재 의료부문으로 ▲동금정형외과 ▲히메시마 클리닉 ▲계미의 숲 정형외과 ▲치바키보루 클리닉 ▲계미의 숲 재활병원 ▲레이와 재활병원을, 돌봄 부문으로 ▲히메지마 요양센터 ▲99리 요양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소구 이사장의 환대를 받은 뒤, 바로 진성회에서 운영 중인 ‘레이와 재활병원’으로 이동했다. 일본의 126대 천황으로 나루히토 천황이 즉위한 2019년 5월부터 사용한 연호 ‘레이와’를 병원 이름으로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레이와 재활병원은 2021년 개원한 신생 병원이었다.

레이와 재활병원은 많은 전문직들이 팀을 이뤄 환자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적의 재활을 제공하고 있다. 입원기간 뿐 아니라 법인 관련 클리닉, 간호시설로의 소개나 환자가 사용하기 쉬운 가옥 개수 등의 도움을 주고 퇴원 후 원활한 재택복귀로의 원조 역시 힘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 회복기 재활병동 환자군 및 입원료 산정기준 ▲뇌혈관질환, 척수질환, 두부외상, 지주막하출혈션트수술, 뇌종양, 뇌염, 급성뇌종, 척수염, 다발성신경염, 다발성경화증, 상완 신경층 손상 등의 발병후 또는 수술후 상태의 경우(입원시점 발병 또는 수술 후 2개월 이내, 산정기간 150일 이내, 중증의 경우 최대 180일 이내) ▲사지절단술, 사지이단술후 의지장착 훈련이 필요한 상태(산정기간은 150일 이내, 입원시점 없음) ▲대퇴골, 골반, 고관절 또는 슬관절의 골절 또는 사지 중 2곳 이상의 다발성골절 및 발병 후 또는 수술후의 상태(입원시점은 발병 또는 수술 후 2개월 이내, 산정기간은 90일 이내) ▲외과수술 또는 폐렴 등의 치료시, 안정에 따른 폐용증후군 증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술 후 또는 발병후의 상태(입원시점은 발병 또는 수술 후 2개월 이내, 산정기간은 90일 이내) ▲대퇴골, 골반, 척추, 고관절 또는 슬관절의 신경, 근육 또는 인대손상후의 상태(입원시점은 발병 또는 수술 후 1개월 이내, 산정기간은 90일 이내) ▲고관절 또는 슬관절치환술 이후의 상태(입원시점은 발병 또는 수술 후 1개월 이내, 산정기간은 90일 이내) 등으로 되어 있다. 

레이와 재활병원은 상담을 통해 입원을 결정하고, 입원 시 X-Ray, CT, 혈액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 후, 입원을 하게 된다. 

이후, 환자 개개인에 맞춘,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재활치료를 받게 되고, 재활치료를 담당한 의료진들이 환자의 상태와 퇴원 후 생활에 대한 다학제 컨퍼런스를 수시로 진행한다. 퇴원 시에는 가옥조사를 실시해 환자가 불편함 없이 사회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레이와 재활병원에선 이소구 이사장의 소개로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레이와 재활병원 의료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 레이와 재활병원에선 이소구 이사장의 소개로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레이와 재활병원 의료진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레이와 재활병원에선 이소구 이사장의 소개로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레이와 재활병원의 카라스다니 히로히데 원장과 나가세 조지 명예원장, 다카하시 코이치 사무부장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카라스다니 원장은 “레이와 재활병원은 2021년 4월 120병상으로 개원했고, 지역에서 병원, 진료, 간호시설 등 많은 실적을 올린 진성회가 운영하는 치바 지역에서의 첫 병원”이라며 “본원은 급성기 병원과의 연계를 면밀히 하고, 가족의 방향을 고려하면서 환자의 의사를 첫 번째로 생각해 많은 환자가 조기에 자택 및 사회 복귀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레이와 재활병원은 2021년 봄에 개원해서 현재 2년 밖에 안 된 상태로, 환자가 병동의 95% 이상 차 있지 않으면 적자를 본다”며 “일본의 정형외과 환자 중 입원 환자는 고관절 골절이나 척추 손상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 한해서 이뤄지고, 손목이나 팔, 다리 골절 등의 환자는 외래에서만 치료를 받는다”고 전했다.

또 “레이와 재활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에 대해선 정부가 3달 동안 치료비용의 70~90% 가량 지원을 해주는데, 대부분 2달 안에 회복돼 집으로 복귀한다”며 “척수 신경까지 문제가 생기면 5달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레이와 재활병원의 재활치료 장비를 둘러보고 있는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
▲ 레이와 재활병원의 재활치료 장비를 둘러보고 있는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지금 현재 보험실비가 되니 환자들이 큰 수술을 큰 병원에서 하려고 하는데, 대학병원에선 병상 문제로 환자를 빨리 퇴원시켜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고관절, 척추 골절 환자들이 갈 곳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하자마자 요양병원에 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정형외과 치료를 받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본에는 제도가 있어서 견학차 방문했다”고 전했다.

◆기미노리 정형외과 재활병원

레이와 재활병원의 견학을 마친 뒤, 이태연 명예회장과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진성회가 운영하는 또 다른 병원인 기미노리 정형외과 재활병원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중간에 이 명예회장이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의 의료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한ㆍ일임상정형외과합동연구회 일정 중 교토시립병원에서 정형외과 인공관절부장을 맡고 있는 재일교포인 의대 후배를 만난 이 명예회장은 “후배에 따르면 일본은 병상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데, 개원을 할 때 입원실이 없는 단순 클리닉을 개원할 수 있지만 병상을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클리닉 개원도 10여년의 진료 경력과 경제력이 있어야 개원할 수 있을 정도로 개원이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처럼 대학만 나오면 바로 개원할 수 있는, 이런 상황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에 놀랐다”고 전했다.

또 “개원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진료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과 병상을 쉽게 만들 수 없다는 점이 여러 가지 생각할 부분을 안겨줬다”며 “어쩌면 일본의 시스템이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 김형규 수석부회장이 기미노리 재활병원의 시설을 이용해보고 있다.
▲ 김형규 수석부회장이 기미노리 재활병원의 시설을 이용해보고 있다.

기미노리 정형외과 재활병원은 2014년 4월 개원한 회복기 재활병원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 요법사, 언어 청각사 등이 한 팀을 이뤄 ‘운동 기능의 향상’, ‘일상생활 동작의 향상’, ‘사회복귀’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회복기 재활병원이란 뇌혈관장애나 골절수술 등을 위해 급성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병세가 안정되기 시작한 발병 1~2개월 후의 상태를 회복기라고 한다. 회복기라는 시기에 집중적인 재활을 실시함으로써 저하된 능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병원을 말한다.

기미노리 정형외과 재활병원은 퇴원 후에도 재택생활을 지원하고 안심하고 지역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미노리 정형외과 진료소를 비롯, 그룹 내 4개 진료소에서 재활치료를 유지할 수 있고, 돌봄이 필요한 환자에겐 그룹 내 요양사업소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병원 내에는 MRI, CT 등 의료장비 뿐만 아니라 간이욕조, 다기능 물리 치료장비 등 물리치료 및 트레이닝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신호등, 횡단보도, 대중교통 환경을 재현한 창조의 언덕과 집과 가까운 환경에서 재활치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재택 복귀 조정실도 마련해놓고 있다.

▲ 기미노리 재활병원에 마련된 창조의 언덕을 둘러보고 있는 이태연 명예회장.
▲ 기미노리 재활병원에 마련된 창조의 언덕을 둘러보고 있는 이태연 명예회장.

진성회 소속 의료기관들을 둘러본 이태연 명예회장은 “일본사회는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다고 하는데, 진성회를 보니 우리나라 의료의 10년 후를 내다보는 거 같아서 감명 깊었다”며 “급성기 환자 치료에 치중된 우리나라에 비해 앞으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질환자가 많아지고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수술이후 일상생활에 잘 적응까지도 만들어놓은 일본의 의료시스템에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급성기 병상은 규제하지만 만성기 질환과 노인 질환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는데, 레이와 재활병원을 보니 의료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도 단순 질환에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까지 의료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규 수석부회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제2기 재활의료기관 지정대상 53개소 발표했는데, 급성기에 수술한 뒤에 회복기, 유지기 및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이어지는 재활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지정한 것”이라며 “근골계에서 고관절 골반 대퇴의 골절 및 치환술 등을 대상으로 하고, 단일골절이면 30일이고, 복합골절이면 60일까지 입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골절 환자는 정형외과가 봐야 하는데 해당 시범사업은 정형외과를 못하고, 재활의학과만 하도록 되어 있다”며 “지난해 통계를 보면 골반, 대퇴부 골절 등 환자가 20만명에 달하지만 복지부에서 지정한 재활의료기관 53개 병원에선 이 환자들을 전부 입원 치료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또 “올해 의원급 병실이 전국적으로 5만 1000개 정도인데, 이중 정형외과가 3만개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 병상들을 이용해 골반, 대퇴부 골절 등 환자들을 정형외과에서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재활의료기관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정형외과에서 끌어안아야 한다”며 “일선 정형외과 개원의들을 위해 토대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정형외과학회와 의사회가 복지부와 논의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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