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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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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05.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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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대학병원 마크 커쵸프ㆍ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 대담

[의약뉴스]

 

목표 지향적 치료(Treat-to-Target)는

최적의 치료 결과를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

(British Journal of Dermatology, Volume 188, Issue Supplement_2, February 2023, ljac140.022)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경계조차 무의미했던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서 신약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 핵심 사이토카인, IL-4 및 IL-13을 직접 표적하는 생물학적제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전신에 작용해 보다 빠르게 증상을 개선하는 JAK 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s)들이 연이어 출시되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성인으로 시작했던 적응증도 청소년과 소아, 유아로 점차 확대되며 사각지대를 줄여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처방 경험이 누적되면서 아토피 피부염이 유발하는 동반질환 감소와 일상회복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간접 효과에 이르기까지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외 아토피 피부염 전문가들이 협업, 최소 질병 활성도(Minimal Disease Activity, MDA)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일부 특징적인 증상에 집중하는 목표 지향적 치료전략(Treat-to-Target)에서 나아가 환자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관적 지표(Patient Reported Outcomes, PRO)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의사 결정 과정에 보호자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소아나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성인과 달리, 중간 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은 환자와 보호자의 목소리를 모두 반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MDA 기반 치료 전략 수립에 캐나다와 한국 대표 연구자로 참여한 오타와 대학병원 마크 커쵸프(Mark Kirchhof) 교수와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를 만나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을 중심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의 의미를 조명했다.

 

▲ 최근 국내외 아토피 피부염 전문가들이 협업, 최소 질병 활성도(Minimal Disease Activity, MDA)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일부 특징적인 증상에 집중하는 목표 지향적 치료전략(Treat-to-Target)에서 나아가 환자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관적 지표(Patient Reported Outcomes, PRO)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MDA 기반 치료 전략 수립에 캐나다와 한국 대표 연구자로 참여한 오타와 대학병원 마크 커쵸프(Mark Kirchhof) 교수(좌)와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를 만나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을 중심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의 의미를 조명했다.
▲ 최근 국내외 아토피 피부염 전문가들이 협업, 최소 질병 활성도(Minimal Disease Activity, MDA)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일부 특징적인 증상에 집중하는 목표 지향적 치료전략(Treat-to-Target)에서 나아가 환자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관적 지표(Patient Reported Outcomes, PRO)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MDA 기반 치료 전략 수립에 캐나다와 한국 대표 연구자로 참여한 오타와 대학병원 마크 커쵸프(Mark Kirchhof) 교수(좌)와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를 만나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을 중심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의 의미를 조명했다.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 치료 전략, 환자와 부모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야
아토피 피부염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해 평생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피부로 드러나는 증상과 심각한 가려움증 외에도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다양한 동반질환을 야기한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이 유발하는 수면장애는 성장기 및 학령기 소아ㆍ청소년들의 성장과 학업, 나아가 교유관계에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를 일부 개정,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중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 사노피)와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애브비)의 급여 인정 범위를 기존 성인에서 각각 소아ㆍ청소년(만 6세 이상)과 청소년(만 12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성장기 및 학령기의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마크 커쵸프 교수와 안지영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성인과 청소년, 소아 등 연령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먼저 마크 커쵸프 교수는 “영유아의 경우에는 사실상 아이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고, 의사가 부모님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치료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면서 “반면 청소년의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들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이들이 실제 자신들의 삶에 있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 더 이해하면서 치료 방법에 대해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청소년은 부모님과 환자, 모두의 의견을 의사가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나이대가 높은 청소년 환자일수록 보다 더 본인들의 건강에 대한 자율권을 갖고 싶어하고, 독립적인 결정을 원하기 때문에 공동 의사결정(Shared decision)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겉으로 보이는 피부 증상이나 가려움증 등 객관적 증상뿐 아니라 이로인해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따라 치료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그는 “현재 캐나다에서는 의사가 청소년 환자의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그 환자들을 대상으로 본인이 가장 신경 쓰이고 힘든 증상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질문을 함으로써, 환자가 직접적으로 겪는 타격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만약 아이가 잘 설명하지 못할 때는 부모님들에게 물어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가려움증, 수면 부족, 학업 활동이나 교우 관계 등 환자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나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한다”며 “이어서 부모님들이 볼 수 있는 환자의 삶에 커다란 변화나 어려움 등에 대해 물어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았을 때,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환자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나 학업 활동 등에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며 “환자가 직면한 문제나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되어야 환자의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원활한 치료 진행 방법을 세울 수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청소년 환자와 부모들은 특히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고,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지영 교수의 전언이다.

안 교수는 “한국은 대체적으로 학업 스트레스가 큰 편인데, 청소년 환자와 부모님들 역시 학업에 대한 걱정이 많은 편”이라며 “한국도 청소년 환자의 가려움증으로 인한 수면 부족이 흔하고, 그 연장선으로 학업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아 치료 필요성이 더 커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면서 “이런 경우 빠른 치료 효과를 바라는 경우가 많아서, 새로 나온 JAK 억제제에 대한 니즈가 더 높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안지영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한 후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동반질환으로 힘겨워하던 환자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소아청소년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처음 병원을 오면 저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춘기의 특징도 있겠지만, 아토피가 심하면 그만큼 우울감도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상이 좋아질수록 눈에 띄게 밝아지는 것이 보인다”면서 “그럴 때는 저 역시 기분이 좋고, 이를 환자의 치료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척도 중에 하나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MDA, T2T에 더해 환자 의견 지표 반영
이처럼 숫자에 모두 담을 수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진료 현장에서 반영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협업, 최소 질병 활성도(Minimal Disease Activity, MDA)에 기반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마련했다.

대규모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의료진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수렴, 객관적 지표에 더해 주관적 지표들을 추가해 환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함께 해결하고자 한 것.

커쵸프 교수는 “MDA는 새로운 치료제가 출시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 피부염에 관련한 전 세계적 전문가들을 모아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가장 바람직한 치료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목표를 설정해보려 했던 프로그램으로 약 2년 여에 걸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저는 캐나다 의장 역할을, 안 교수님께서는 한국 의장 역할을 맡아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접근으로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과거에 비슷한 길을 먼저 밟아갔던 건선을 참고할 수 있었다”며 “건선도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했을 때, 처음에는 PASI 50, PASI 70에도 만족을 했었지만, 점점 치료제의 효과가 높아지면서 이후에는 PASI 100을 목표로 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거의 모든 치료제의 스탠다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토피 피부염도 JAK 억제제 등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함에 따라 치료 목표는 어떻게 잡는 것이 바람직할까 생각했다”며 “이와 관련한 성명(statement)을 발표하기 전에,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은 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해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고충과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치료 수요(unmet needs),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과 본인과의 관계, 그리고 본인과 본인이 받는 치료 간의 관계 등에 대한 많은 의견을 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환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죄소 질병 활성도(Minimal Disease Activity) 즉 MDA의 개념을 개발했다”며 “MDA에는 당연히 임상적으로 사용하는 EASI 점수나 스코라드(SCORAD) 점수 같은 여러 가지 지표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외에도 환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공유 혹은 공동 의사 결정, 목표 지향 치료(Treat to Target, T2T)이라는 원칙, 임상적 지표, 환자들의 의견 지표 등을 함께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안지영 교수는 “객관적인 지표는 의사나 환자들이 생각할 때 보통 겉(외부)으로 보이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아토피 피부염은 외적으로 피부를 보았을 때 병변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것을 점수화해 EASI로 표시하는데, EASI로는 외부로 보이는 것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외에도 환자의 가려움증을 나타내는 NRS, 기분이나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주관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지표를 환자결과보고(patient reported outcomes, PRO)라고 하며,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서는 이와 같은 환자의 주관적인 의견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객관적 지표와 환자의 주관적 지표 두 가지를 모두를 점수화한 Minimal Disease Activity를 치료 목표로 제시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 커쵸프 교수는 우리나라의 급여기준이 환자의 주관적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EASI 기준조차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 커쵸프 교수는 우리나라의 급여기준이 환자의 주관적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EASI 기준조차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급여 기준 ‘EASI 23’은 가혹한 조건
인터루킨 억제제와 JAK 억제제 등 이른바 차세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들이 등장해 전에 없던 치료 결과를 보여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치료제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해왔다.

기존에 없던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개념을 정립하고, 산정특례를 적용하는 등 학계와 정부의 노력으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MDA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면, 우리나라의 급여기준이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지영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가 고가이다 보니까 재정의 한계 때문에 보험 기준이 항상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누구에게나 보험이 적용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기준인 EASI 점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받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기준보다 주관적인 기준이 훨씬 더 고통스러울 수 있는데, 주관적인 기준을 보험에 반영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한계”라며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실례로 “듀필루맙(듀피젠트)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시기에, 육안으로 보기에는 얼굴과 목 정도에만 약간의 병변이 있어서 EASI 점수로는 10점 미만 정도였던 환자가 2주 마다 꼬박꼬박 내원해 주사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만류하기도 했지만, 다른 치료를 다 해봤어도 그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듀필루맙 주사 후 잠을 잘 수 있게 됐다면서 치료를 유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PRO가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느끼고 있지는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EASI 점수는 낮지만 NRS 점수와 같은 주관적인 점수가 높은 환자가 있고, NRS 외에도 통증 등 다양한 주관적인 증상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커쵸프 교수는 우리나라의 급여기준이 환자의 주관적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EASI 기준조차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보험급여 기준이 캐나다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사실 그 기준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전신 요법을 3개월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도 EASI 점수 기준이 23점으로 알고 있는데, 대부분의 연구에서 EASI 16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에도 한국은 왜 23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중증도가 심한 환자들 위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같지만, 제가 봤을 때는 중증 곱하기 중증, 증상이 정말 심한 환자들로 지나치게 가혹한 기준”이라며 “이러한 기준이 차세대 치료제를 조금 더 원활하게 사용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에서는 임상 연구에 근거해 EASI 16을 기준선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주관적인 고통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급여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커쵸프 교수는 “캐나다는 EASI 기준 점수가 한국보다 더 낮고, 또한 몸의 특정 부위, 즉 얼굴이나 손, 발, 생식기 부위 같은 부위에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조금 더 원활하게 차세대 약물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한다”면서 “왜냐하면 해당 부위들이 결국은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서 더 타격이 큰 부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제 환자들 중에 타격이 큰 신체 부위에 증상이 있는 경우, EASI 점수가 16점 미만이지만 차세대 치료제를 사용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예를 들어 손에 심한 습진이 있는 경우에는 일상 생활에 타격이 큰데, 이런 환자에게는 차세대 약물을 조금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피력했다.
 
무엇보다 그는 “10대 환자들 중에서 특히 아토피 피부염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우울증이 심한 환자들 같은 경우, 치료제가 있는데 급여 기준에 묶여서 사용할 수 없다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상황일 것”이라며 “약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경제적인 여건이나 상황, 임의적으로 정해 놓은 급여 기준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정말 안타까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지영 교수는 “캐나다의 보험급여 기준이 부럽다”면서 “특히 드러나는 부분인 얼굴, 목 쪽의 병변은 아시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더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보다 중증인 환자일수록 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소년 환자의 경우에는 얼굴이나 목처럼 보이는 부분에 증상이 심하면 더 위축되고, 교우관계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을 조금 더 완화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며 “기준이 엄격하기도 하고, 한 번 정해지면 바뀌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안타깝다”고 밝혔다.

커쵸프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 보다 한 발 앞서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가 도입되고, 치료 성적이 향상되면서 MDA 개념이 반영되고 있는 건선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건선 쪽에서 많은 것을 차용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건선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이전부터 이러한 접근이 적용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의 일생에 있어서 누적되어 쌓여가는 장애나 타격의 정도를 측정하는 생애 주기 손상(humanity life course impairment)과 같은 지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적절한 치료가 지연되거나 일정 수준의 치료 성과를 빨리 달성하지 못했을 때, 환자의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타격으로 계속 쌓여가는지 측정하는 지표”라고 제시했다.

이어 “결과를 보면 각 환자 개인의 교육,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환자의) 사회, 경제적 수준에 있어서도 큰 타격을 준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며 “건선뿐만 아니라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피부염 분야에 있어서도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나 사회, 경제적인 수준이 많이 뒤처진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즉 국가 전체의 경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환자들의 의료적인 니즈를 차치하고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황을 판단한다고 해도, 보다 건강한 국민이 결국 국가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양성 가진 아토피 피부염, 약제간 교차 투여 가능하게 해야
최근 JAK 억제제 중 유일하게 청소년 아토피 피부염 환자로 급여 범위가 확대된 린버크에 대해 두 교수는 빠르고 강력한 효과가 학령기의 청소년들에게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린버크는 듀피젠트와의 직접비교 임상인 Heads Up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고 보다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인 16주차 EASI 75 달성률이 71%로 듀피젠트의 61%를 상회했으며, 16주차에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가려움증의 개선도 55.3%로 듀피젠트의 35.7%를 상회한 것.

뿐만 아니라 16주차에 EASI 100 및 90 달성률도 린버크가 각각 28%와 61%로 듀피젠트의 8%와 39%를 상회했다.

여기에 더해, Heads Up 연구 중 듀피젠트를 투약하던 환자를 린버크로 전환한 확장 연구에서는 처음부터 린버크를 투약했던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이와 관련, 커쵸프 교수는 “제 경험과 여러 가지 임상 데이터들을 놓고 객관적으로 보면, 린버크는 제가 지금 사용하는 약제들 중에서 가장 효과가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약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만 비추어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임상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면서 “경험과 임상 데이터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은 의사로서 상당히 반가운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 환자의 경우 학생이기 때문에 시험 공부를 해야 되는데, 가려움증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고, 수면 부족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공부도 못하는 악순환을 겪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런 환자들에게 신속하고 빠르게 가려움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일단 가려움증을 해소하면 잠도 잘 수 있고 일상생활의 기능도 훨씬 잘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기전적으로 봤을 때 린버크는 선택적인 JAK 억제제이기 때문에 신경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 아주 빠르고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전을 갖고 있어 가려움증이 심한 환자들이 사용하기에 효과적이고 신속한 약제”라면서 “실제로 제 환자들 중 EASI 점수는 약 5~6점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가려움증을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던 환자(NRS가 10점 만점에 9점 혹은 10점)들에게 린버크를 많이 사용해서 상당 부분 좋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안지영 교수는 “린버크는 듀필루맙이 출시된 후로 두 번째로 나온 약인 만큼, 듀필루맙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썼을 때 굉장히 만족하는 효과를 얻었다”면서 “한 가지 약제에 실패했을 때의 걱정을 덜어주는 약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가려움증 개선에 굉장히 빠른 효과를 지니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새 약제를 사용하면 보통 2주 단위로 팔로업을 하는데, 2주 만에 대다수 환자의 EASI 점수가 10점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또 하나의 무기가 생겨서 기쁘다”며 “일단 기존 약제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된 교차 투여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급여기준은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인터루킨 억제제와 JAK 억제제의 효과나 이상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에 맡겨 약을 선택하도록 하는 급여 기준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지영 교수는 “새로운 약제들은 크게 주사제와 경구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개인의 니즈가 다르다”면서 “주사제가 너무 싫다고 하는 환자, 좀 더 빠른 효과를 원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고, 그보다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환자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알러지나 합병증, 나이 등도 고려 요인”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아토피 피부염은 다양성을 가진 질환이기 때문에 투약 전에 생각했던 것과 투약 후의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약제 간의 교차 투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비급여로 투약하던 환자들 가운데 치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약제를 바꾼 경우가 적지 않은데, 안전성이나 결과에 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교차 투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커쵸프 교수 역시 “환자마다 어떤 치료제가 더 적합한지 모두가 모르는 상황인데 한 번 고르면 바꿀 수 없는 것은 큰 문제”라며 “경주가 시작되기 전에 말을 한 마리 고르면, 더 이상 말을 바꿔 탈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말해 환자별로 어떤 치료제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어떤 치료제가 더 적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한번 말을 타면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캐나다는 필요한 약을 바꿔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데,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듀필루맙으로 먼저 치료를 시작했는데 안면 홍반이나 결막염 같은 이상증상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다른 약제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어떤 환자가 어떤 약제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상반응을 겪을 지 사전에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약제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면서 “환자들에게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적절한 약제로 교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안지영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다양성을 가진 질환이기 때문에 투약 전에 생각했던 것과 투약 후의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약제 간의 교차 투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안지영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다양성을 가진 질환이기 때문에 투약 전에 생각했던 것과 투약 후의 결과가 다를 수 있어 약제 간의 교차 투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아토피 피부염에도 EASI 100의 시대 다가온다
최근 들어 인터루킨 억제제와 JAK 억제제 등 아토피 피부염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치료 옵션들이 늘어나며 치료 성적도 개선되고 있지만, 이들이 앞서 건선에서 보여주었던 치료 성적과 비교하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이미 건선에서는 인터루킨 억제제와 JAK억제제들이 PASI 75와 90을 넘어 100을 목표로 ‘피부 병변이 완전하게 깨끗해지는’ 치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아토피 피부염 임상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여전히 EASI 75에 그치고 있으며, EASI 100 달성률은 높지 않다.

그러나 커쵸프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에서도 머지 않아 EASI 100이 치료 목표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새로운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기존의 치료제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EASI 100을 향해 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사실 이미 일부 환자들은 건선 PASI 100에 상응하는 EASI 100 같은 점수를 달성하고 있다”며넛 “듀필루맙과 유파다시티닙을 비교했던 ‘Heads UP’ 연구 등을 보면 20~25% 정도의 환자가 EASI 100를 달성한 것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가능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광범위하게 가능해질 것”이라며 “건선 못지 않은 치료 결과를 달성할 수 있겠냐고 한다면,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분명히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앞으로 새로운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개발될 텐데, 이 약들이 시장에 출시되려면 기존 약물보다는 더 향상된 효과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점점 더 좋은 치료제가 나와서 EASI 100이라는 목표 달성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례로 그는 “차세대 약물 뿐 아니라 비스테로이드성 국소 치료제에서도 과거보다 개선된 치료제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만큼 아토피 피부염에서 다양한 약물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건선도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아토피 피부염 역시 현재의 궤적을 놓고 본다면, 아마 5~6년 내에는 EASI 100이 치료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지영 교수는 신약 뿐 아니라 현재 가용한 치료제들을 적절하게 병용해 활용하면 치료 성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안 교수는 “콤비네이션 테라피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치료제가 나왔지만 우리가 늘 하던 국소 치료, 즉 바르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도 굉장히 중요한데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명 같이 사용하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환자들과 소통해 순응도를 좋게 이어가야 하며, 기존 약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부작용과 경제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생물학적제재와 JAK 억제제를 같이 쓸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면서 ”커쵸프 교수님 말씀처럼 더 좋은 약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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