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해마다 5월이면 공급자단체들이 한 해 농사를 결정하는 수가협상을 진행된다. 수가협상에 임하는 보건의약단체들마다 사연이 없겠지만, 올해 의원유형만큼 수가협상 전 많은 구설수에 오른 유형도 없을 것이다.
최근 2년간 의원유형 수가협상을 맡아온 대한개원의협의회가 협상 권한을 반납하고, 협상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건의하면서, 올해 협상에는 대한의사협회가 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역대 최저 인상률인 2.1%라는 초라한 성적을 만회해야 하는 부담까지 얹어져 올해 의원유형 수가협상단 구성은 평소보다 훨씬 늦은 5월이 다 돼서야 결정됐다.
무거운 부담을 안고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장을 맡게 된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기획부회장과 수가협상단 단원들은 지난 18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수가협상 역시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2024년도 유형별 수가협상
지난해 3월 수가협상단을 구성한 것과 달리, 올해 수가협상단은 수가협상이 임박한 5월이 다 돼서야 윤곽을 드러냈다.
의원유형 수가협상을 맡게 될 수가협상단은 단장으로 김봉천 기획부회장, 단원으로는 대한개원의협의회 강창원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 백재욱 보험자문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번 수가협상단은 그동안 협상을 맡아온 대개협의 협상 권한 반환 및 협상 거부 요청으로 인해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봉천 단장은 “대개협에서 수가협상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의협도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수가협상의 거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등 의료계 안팎으로 수가협상 참여 여부에 대한 많은 갈등과 논란이 있다”며 “일련의 상황은 의협이 현재 수가협상 구조에 참여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다는 것과, 함께 수가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원회원들의 경우 수가인상이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며 수가인상의 복리 효과가 회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집행부에서는 최종적으로 수가협상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며 “단장으로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수가가 의사 회원 권익과 실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수가협상단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대개협을 포함한 일부 회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에 임하는 건보공단의 태도와 재정운영위원회의 불합리한 밴딩 결정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협상중단까지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대개협의 협상 권한 반환 및 협상 거부 요청에 더해 수가협상단의 부담을 더한 요인은 지난달 열린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의 권고안이다. 올해 수가협상에서 5% 이상 인상률을 집행부에 권고했는데, 그동안 의원 유형 수가인상률이 최대 3.1%였다는 걸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수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창원 단원은 “지난 정기총회에서 올해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결과물을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 있었고, 현재 우리나라 보험재정 상황과 그간의 정황을 볼 때 5%라는 인상률이 실현 불가능한 인상률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3차 상대가치 개편을 위한 회계조사 연구’를 살펴보면 의과 기본진료 원가보전율 86.7%, 수술 68.8%, 처치 72.9% 수준이고, 연세대 산학협력단에서 지난 2016년 연구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에선 의원급 원가보전율 62.6%, 진찰료 원가보전율 50.5%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대가치점수 개정 연구 보고서(2006)에선 ‘의원급 원가 보전율 73.9%’, 보사연의 2012년 의료기관 회계조사 연구에선 ‘의원급 원가보전율 85%, 진찰료 원가보전율 75% 수준’이다.
강 단원은 “대의원들이 의료현실에 대한 인식을 배제한 채로 터무니없이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의료가 제공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제시한 거라 보고,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정부도 원가 이하 저수가임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 연구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작년과 올해 물가인상률이 5% 수준이고, 보건의료노조에서는 올해 10.73%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원가보전을 위해서는 5% 인상으로도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은 오히려 현행 건강보험 수가협상의 틀과 현행 수가결정구조의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 물가인상률 수준의 수가 인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저수가 상황에서 물가인상률 수준으로도 인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은 현행 수가협상의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반증이고, 수가협상 체계 및 구조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미가 함축된 권고안이라는 게 강 단원의 설명이다.
강 단원은 “현실적인 인상률은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역대 최고로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며 “하지만 대의원회에서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상수준을 강력 권고한 만큼 협상단은 5%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협상과정에서 최대한 설득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수가협상에 앞서 의료계 내에선 협상에 참여하는 모든 공급자단체들이 전면 거부 등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봉천 단장은 “공급자단체에서는 근거 없는 재정운영위의 밴딩 결정과정과 불합리한 협상구조 등에 대해 동일한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유형별 계약제도 이후 각 단체별 입장과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수가협상 전면거부 등의 단체행동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적인 저수가 체계 하에서 근거가 부족하고, 재정운영위원회가 임의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나눠가지는 현행 수가협상 방식으로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으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김 단장의 설명이다.
김 단장은 “공급자단체(보건의료인)는 국민들에게 최상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적정한 수가가 책정돼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며 “결국 국민건강수호라는 공통된 목표와 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행 수가협상 방식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매년 임시방편적으로 협상에 임하기보다는 수가협상 구조 개선을 위한 공급자단체의 방향성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가협상 전략은?
수가협상단은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이 올해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호 부단장은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전년대비 총진료비 기준 22.6%, 행위료 기준 23.4% 증가됐다. 법과 제도를 제외한 행위료 순진료비 증가율은 22.6%다”며 “다만 높은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이 코로나19 관련 진료비와 비급여의 급여화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부분으로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부분이 오히려 인상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진료비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국고로 지원돼야 함에도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위험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 간이검사, 재택치료 등을 통해 코로나 상황 종료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진료비 증가율을 고려할 때 의원 유형은 이번에 하위권이 유력한 상황으로, 이를 타계할 특별한 전략이 없는 이상, 지난해와 같은 역대 최저 인상률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수가협상단은 이를 타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을까?
백재욱 단원은 “현행 수가결정 모형인 SGR 모형은 진료비 증가율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되지만 의협과 공급자단체에서는 SGR 모형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특히 작년도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코로나19 관련 진료비와 비급여의 급여화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부분으로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부분이 오히려 인상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의원급의 90%가 전문의로 간단한 수술 및 처치까지도 의원급에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병원과 달리 장례식장이나 부수적 수입이 없는 의원의 경우에는 급여진료비가 주된 수입원으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료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해야만 안정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역할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인상률이 필요함을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과의 1차 협상
의원유형 수가협상단은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인 18일, 건보공단과 첫 협상에 임했다. 1차 협상을 마친 이후, 김봉천 단장은 “결국 밴딩이 늘지 않으면 협상의 의미가 줄어든다”라며 “밴딩을 늘려 공급자와 가입자가 공평하게 수가 협상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료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18일 첫 협상을 포함, 이번 수가협상에 있어 불만족스러운 점에 대해 조정호 부단장은 “현행 수가계약은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정해놓은 밴딩 내에서 건보공단이 연구용역결과 등을 통해 정해놓은 기준을 공급자단체가 일정비율로 나눠 가지는 형태로 진행된다”며 “계약의 당사자인 공급자단체는 연구용역결과는 물론, 정확한 재정규모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불평등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가협상 전에도 사전에 정보를 공유 받은 것이 없다”며 “의협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인상 필요성 및 당위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충분히 마련한다 할지라도 공단과 공급자단체의 공평한 협상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협상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의협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듯이 올바른 협상이 이뤄지려면 각 계약당사자간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평한 테이블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라는 게 조 부단장의 설명이다.
또한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성이 늦어진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강창원 단원은 “협상구조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구조개편 없이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년과 달리 수가 협상에 투입할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까지 늦어져 원활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며 “공급자단체에서 요구한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참여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수가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재정운영위원회의 불합리한 밴드 결정문제였다”며 “공급자단체의 객관적인 인상률 데이터 제시에도 불구하고, 재정운영위원회의 밴딩 결정은 건강보험 재정과 상관없이 보험료 인상의 부담감을 이유로 2% 내외의 심리적 상한선 내에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료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밴딩 내에서만 건보공단이 협상 가능하도록 하다보니, 최대한 수가인상을 통제해야만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만이 밴딩을 결정하는 요인이라 생각된다”며 “수가‘협상’이라는 타이틀에 맞도록, 건강보험의 한 축인 공급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입자의 일방적 논리로만 설정되는 밴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행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대한 해답을 내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단순히 보험료 인상만을 염두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상률이 결정될 수 있도록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비장한 각오로 협상에 임하겠다
의원유형 수가협상단 김봉천 단장은 “대개협의 협상권한 반납과 협상 참여 거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의 어려운 상황과 협상 거부에 따른 회원들의 피해를 고려하여 대승적으로 협상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여느 기업체나 공공기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유독 건보공단만 2년 연속 흑자, 누적 흑자 24조를 기록함에도 수가인상에는 유독 인색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차 협상에서 우리협상단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물가상승률, 고금리 등 의료환경을 둘러싼 많은 어려움 극복과 저수가 지속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 회복을 위해 합리적인 수가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건보공단에 주문했다”고 전했다.
또 “협상 구조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수가협상 또한 예년과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협상단은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경감하고 의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협상 과정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수가계약 구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지만 의협은 의원급 수가인상의 필요성을 최대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 수가협상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인상률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합리적인 수가모형과 수가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