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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광훈 집행부, 타이타닉호 침몰의 교훈을 떠올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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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광훈 집행부, 타이타닉호 침몰의 교훈을 떠올릴 때
  •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승인 2023.05.10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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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2200여 명을 태운 거대한 배가 항해에 나섰다. 이 배는 당시 최신 기술을 갖추고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했던 만큼, 역사적인 첫 출항에 많은 이의 시선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이 배는 출발 4일 후, 북대서양 한 가운데에서 빙산에 충돌해 침몰하고 만다. 1910년대 세계 최대 해상사고를 낸 이 배의 이름은 타이타닉이었다.

당시 최고의 설비와 최신 기술을 갖춘 거대 여객선이 빙하에 부딪힌 이유는 너무 늦게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최고ㆍ최신의 기술로 무장한 타이타닉이었지만, 탐조등을 설치하지 않아 어두운 바닷속에 숨겨져 있던 빙산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위기를 마주한 순간 피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즉 화려하고 아름다웠지만,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 거짓말처럼 몰락했다는 말이다.

2022년 3월 15일 한국,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새로운 약사회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했다. ‘해결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회무를 시작한 집행부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들과 새롭게 회무를 시작한 신인들이 함께 해 약사사회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약사사회 현안들을 모두 해결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회무를 시작한 이들은 바로 최광훈 집행부였다.

많은 기대 속에 출범한 최광훈 집행부는 현재 임기 시작 이후 최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라는 거대한 변화다. 최광훈 집행부는 약사사회의 전반적인 환경을 바꿔놓을 변화를 마주하고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최광훈 집행부의 행보에 따라 엔데믹 이후 재편될 보건의료 환경 속 약사들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분기점 앞에선 최광훈 집행부에게 당대 최고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의 침몰의 이유를 다시 분석해보길 권하고 싶다. 타이타닉호는 제대로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침몰했다. 너무 늦게 빙산을 발견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타이타닉의 교훈을 떠올린다면 최광훈 집행부에게 필요한 건 다가오는 위협을 빨리,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빙산의 일각을 제대로 발견하고 피하지 못하면, 그 아래 있는 거대한 빙하의 본 모습에 배는 찢기고 침몰한다. 지금 최광훈 집행부가 마주하고 있는 빙산의 일각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다.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요소가 많은 시범사업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비대면 진료 법제화의 기틀을 잡기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최광훈 집행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거대한 빙산에 부딪힐 수 있다는 뜻이다.

최광훈 집행부는 지난 4월 말 보건복지부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제시한 조건들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여기에 지역약사회장들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반대 1인 시위에 나섰지만, 정작 대한약사회는 어떠한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광훈 집행부는 스스로 다가오는 빙산의 일각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너무 늦은 대응은 회피할 수 없는 위협을 만든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피하기 위해선 타이타닉호엔 없었던 탐조등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문제의식을 재정립하고, 대응 방향에 대해 거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최광훈호가 약사사회 최악의 사고를 피해 화려한 결말을 맞이하기 위해 더 바삐 움직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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