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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모던 걸이라고 여순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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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모던 걸이라고 여순은 생각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5.0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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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내가 모던걸이다. 여순은 그런 마음이었다. 마음만이 아니다. 보이는 외모도 상당하다. 상하이 제일가는 모던걸이 부럽지 않다. 그녀가 납시는데 주변이 환하지 않으면 이상하다. 이곳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낮 동안 눈치를 보던 생명들이 어둠 속에서 제멋대로 활개친다. 전쟁은 남의 일이고 내 일은 아니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갔던 외국인들도 슬금슬금 어디갔다 이제 오는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환락 앞에서 총칼도 시들었는지 포성도 들리지 않는다. 참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저쪽에서 말수가 손을 흔든다. 불빛을 받은 손목이 반짝하고 빛난다. 병원 개업 2주년을 맞아 여순이 사 준 손목시계가 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일부러 시계가 드러나게 셔츠의 팔목을 걷었다. 시계를 차고 난 후 그런 습관이 붙었다. 양복을 입으면 시계가 돌출되도록 수시로 팔을 앞으로 뻗었다.  과한 것 아냐. 좋으면서도 말수가 한 마디 했다. 입이 쩍 벌어졌고 얼굴전체가 싱글벙글이다. 당신 품위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괜찮아요. 언제 부터 모았어? 이거 상하이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인데. 나폴레옹이 찼다고 선전하는 스위스 산 그 브랜드 아니오? 당신이 잡지에 실린 광고를 뚫어지고 보고 또 보고 했던 걸 기억했지요. 정말 대단해 당신은. 한 달에 한 번씩 일정 금액을 떼어 놨어요. 이 년 모은 거예요. 결혼하고 나서부터 바로 모았다는 얘긴데. 고마워서 어쩌지. 잘 차세요. 수술 시간을 확인하는데도 요긴할테니까요. 

말수가 그 시계를 보이도록 손을 앞으로 다시 쭉 뻗었다. 상의 소매가 올라가면서 금속이 번쩍 하고 빛을 냈다. 그리고는 뻗었던 팔을 굽혀 시계를 보았다. 마치 자식을 보는 것 같은 흡족한 표정이다. 참 순진한 당신이야. 여순은 말수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활짝 웃을 때는 이마도 넓어지고 눈도 커진다. 너그러운 사람이 그 순간 말수였다. 난 미안해요. 여보 준비하지 못했어? 당신이 열심히 해준 것만 해도 차고 넘치는 선물이란 거 알잖아요? 그건 그거고. 미안해, 정말. 말수가 정말로 미안한 표정으로 눈은 시계에 가 있으나 말은 입 밖으로 나왔다. 정 그러면 적당한 시간에 대세계에서 식사한 번해요. 그런 거 말고. 그거면 충분해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한 약속을 오늘 지킨 것이다. 손에는 장미 한송이가 들려있다. 여순은 감격했다. 전쟁통에 꽃이라니. 장미 한송이를 들고 여순은 울듯 말듯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 역시 오늘은 모던보이다. 여보 고마워요,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손을 맞잡고 고급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부부는 미리 예약된 자리에 앉았다. 음악이 흘렀다. 부드러운 음악, 뭐더라. 베이토벤인가. 말수가 아는 체를 했다. 정말 듣기 좋아요. 우리는 위한 찬가 같아요. 그러게요. 아마 그럴걸요. 베이토벤. 여순이 맞장구를 쳤다. 이런 자리에서 군가는 어울리지 않아. 여보, 군가라니요? 차라리 황성옛터가 낫지요. 그냥 해 본 소리야. 개그 치고는 수준이. 높다고? 내가 그 정도는 되는 인물이라고. 말수는 흠흠 기침을 했다. 알아요. 알고 있다고요.

만족한 것은 이런 것이다. 행복한 순간. 이 기분 더 이어가야 한다. 여순은 오늘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낮에 조금 언찮았던 일들을 저녁에 풀고 싶었다. 일에 바쁘고 서로에게 그동안 무관심했다. 말수가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말수도 내가 너무 심했어, 하고 말을 받아 준다면 일은 쉽게 풀린다. 이보다 더 해피할 수 있을까. 받아 주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말수는 말한다. 너의 도움 없이는 나는 반쪽에 불과하다. 적당한 때를 봐서 여보 내가 요즘 힘이 빠지네, 왜그러지? 나도 모르겠어. 이렇게 내가 도움의 손을 내밀자. 말수는 여순이 그러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힘들면 내 어깨에 기대. 내 넓은 어깨에. 하고 말한다. 서로 이런 마음으로 만났으니 대화는 술술 풀렸다.

서로는 거슬리지 않은 말로 서로를 위하고 다독였다. 마치 호감 가는 연인들이 첫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었다.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아첨과도 같은 것이어서 달콤하기가 이를데 없었다. 아부는 부부사이에도 필요하다. 여보, 당신 하는 일은 내가 전적으로 찬성인 거 아시죠?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지 반대하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니란 말이예요. 랍스터의 집게발을 헤집으며 여순이 말했다.

내가 왜 그걸 모르겠어? 내가 심한 말을 해도 이해해줘서 고마워. 내 감정을 내가 다스리지 못할 때가 있거든.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너무 흥분해서 주체를 못하는 내 잘못이지. 늘 앞서가는 말수도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건배합시다. 그러지요. 잔이 서로 오갔다. 첫잔은 러브 샷 알지요. 여순이 잔을 들고 팔짱을 꼈다. 어색하게 웃으면 말수가 따라했다. 말수는 그러고 나서 거푸 잔을 비웠다. 포두주 몇 잔으로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지만 이런 데서 40도의 술을 찾을 수는 없었다. 우아하게,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르지 뭐, 그런 심산이었다. 우아하게, 말수가 여순을 눈을 보며 말했다. 그 눈에 건배를. 여순이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 장면을 떠올리며 말했다. 당신은 잉그린드 버그만. 당신은 험프리 보가트. 

모처럼 마신 술에 여순은 취기가 오르는지 말을 할 때 한순간 혀가 뒤틀리는 경험을 했다. 오늘 몇 사람을 만났구려. 그래 잘 됐나요? 안 될 것도 없지 뭐. 내가 당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아니면 당에 들어가서 당수를 한 번 하려고. 망설이던 말을 말수가 꺼냈다. 편한 상태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대화여서 여순은 놀라지 않았다. 이보다 더 큰 말이 나왔어도 이해할 정도였다. 병원 일은 어쩌려고요? 하고 묻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분위기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수에게 주도권이 있다. 그가 잡은 기회를 다 쓸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예의다. 그래서 부드럽게 받았다.

어느 당에 들어가려고요? 글쎄. 아직은 저울질하는 중이야. 세가 우세한 쪽에, 아니면 지금은 아니어도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곳에 발을 담그려고. 첫발인데 아무렴 제대로 담가야지. 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매듭이 지어질 거야. 내 얘기는 종전이 임박했다는 거지. 미국이 물러나든 일본이 항복하든 러시아가 참전하든 가부간 큰 그림이 그려질 거야. 최대한 본심을 숨기고 싶어. 드러내 놓고 내가 이런 사람이오 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거든. 때를 보자, 그러나 너무 늦지는 말자. 이런 말을 늘 되풀이 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조금 이상하게 보였지? 

당신에게 그런 장점이 있는 줄 몰랐어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친화력이 있는 줄은요. 당신만 그런게 아냐. 나도 몰랐다니까. 글쎄, 내가 정치할 줄 누가 알았겠어. 정치인 말수라니. 그도 우스운지 허허하고 웃었다. 세상의 운명은 모르는 거야. 난 운명을 믿어. 그가 끄는 대로 가야해. 반대로 하면 역적이 되는 거지. 거스르면 탈이 나거든. 배를 탈 때는 평생 배만 탈 줄 알았고 일본인 잡부로 광산일 할때는 광부로 생을 마칠 줄 알았지. 의사를 하고는 내 평생 직업이 의사고 천직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포목점 집주인을 만나고부터는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 이쪽저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신문을 읽다 보니 판세가 눈에 보여. 마치 미래를 보는 점쟁이처럼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은 것이 내 눈에는 보인단 말이오. 앞길이 훤히 보이는데 욕심이 없다면 군자아닌 소인배지. 난 군자이고 싶거든. 

그래요. 그럴 때가 있어요. 그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잡아도 괜찮아요.맞장구 치며 여순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모는다면 할 수 없지만 알고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더구나 나는 아직은 젊은 피가 있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욕구도 있고. 병원 일에만 매달리기에는 그릇이 다르다고나 할까. 그가 먼저 병원을 꺼내들자 여순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병원은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난감하다는 듯이 꺼내 들었다. 미쳐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말수는 당신 있잖아? 페이 닥터도 잘하고 있고. 나도 틈나면 일을 도울 수 있어. 병원은 나의 후광이니 아예 접을 수가 없고. 한 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야. 실패하면 다시 의사질 하면 되지 뭐. 정치라는 것이 시작도 그렇지만 언제 그만둘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거든. 말수는 퇴로도 만들어 놓고 있다. 용의 주도하다. 

그래요. 당신은 의사로 탁월했어요. 아니 여전히 다른 사람의 추종을 불허해요. 정치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의사는 오래전에 끝난 일이에요. 탁월로도 부족하고 최고예요. 이곳 상하이에서 외과의사로 당신만한 사람 있나요? 큰 병원에서 수술 실수하고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우리병원 이잖아요. 망가진 몸을 재수술로 재활시킨 것이 한 두 건이 아니고요. 알아. 여보 비행기 그만 띄워. 멀미가 날 지경이야. 내 말은 그것은 그것대로 살려두자는 거고요. 아까 말했잖아. 칼을 손에서 놓치는 않을 거야. 절대로. 

자, 이제 그 이야기는 중간에서 접고 어쨌든 당신 건강 잘 챙기기요. 건강해야 정치도 있어요. 물론. 자, 재미없는 정치 이야기는 그만두고 아까 보았던 서커스 이야기나 해볼까. 뭐 길게 할 게 있나요? 인간이 정말 죽여 주네요. 이렇게 한마디만 하면 되지 않겠어요. 그래? 어쩜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죽여주는 인간들이야,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 그 인간들 가운데 함경도 출신이 여럿 있다고 하는 소리 들었지? 중국인이 전부가 아냐. 고난도 연기는 우리 조선인이 해내고 있다고. 그러게요. 어쩐지 잘 타더라. 우린 예술감상을 해도 같은 생각이네요. 죽이 잘 맛는 걸 보니 여전히 우린 천생연분이고요. 여전히? 노 노. 여전히가 아니고 끝날 때까지. 그렇게 말하니 고맙네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요. 비장하군. 난 언제나 당신 편이고요. 당신은 언제나 내 편이고 나도 언제나 당신 편이야. 우린 둘이 아닌 하나인 거지. 

그렇다면. 여순이 다시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저도 내용을 좀 알아야 하니까요. 당신이 큰 결정을 하기 전에는 저와도 좀 상의 좀해요. 결정하고 나서 통보하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말고요. 그래야 뜻대로 안 되도 나에게 핑계를 댈 수 있잖아요. 당신에게 변명 거리는 미리 주는 것이지 나를 위한 건 아니고요. 고마워.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변수가 너무 많아. 어떻게 단칼에 정리할 수 없어.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는 말아요. 그게 좋겠어요. 그래, 브레이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잡아줘. 다시 정치로 돌아왔네. 여기서 스톱. 내일이 휴일이니 일단 환자 걱정말고 마십시다. 마시자고요. 여순은 그러나 입만 댈 뿐 더는 마시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요. 조선에서 폭동이 일어난 모양이오. 윤사장이 말하더군, 그래서 확인해 보니 여기 신문에도 났던데. 폭발물이 터져 거기 유명 인사들 상당수가 죽거나 다친 모양이에요. 그 정도로 조선 치안이 안 좋은가요? 치안이야 좋지. 하지만 기습공격에는 장사가 없잖아. 숨어 있다가 갑자기 달려 드는 걸 어찌하겠어? 독립군 일부가 강을 넘어 조선에 침투한 모양이요. 한 달 전쯤에 도착한 그들은 기회를 보다가 총독 암살을 시도했어. 그건 당신도 알다시피 실패로 끝났고. 아니다. 당신은 일차는 알고 이차는 모르지. 이차 작전은 내부대신의 여자 때문에 어긋난 모양이야. 그 왜 점례라고 했지? 당신 죽마을 동무 말이야. 그 여자가 총독과의 만찬 직전에 응급실로 실려 갔고 그 바람에 시한폭탄이 멈췄다고 해. 내무대신 유마는 덕영산장의 식사가 취소되자 총독관저에서 총독을 면담했어. 운이 좋았던 거지.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 조선의 문인과 정부 인사들과 약속했지. 바로 그 덕영산장에서. 독립군은 급하게 테러의  대상을 바꿨고 성공했어. 그들의 입장에서는. 하지만 일본에서는 대 실패이고 당한 거지. 

꿩 대신 닭이라도 잡자, 이런 심산이었던 모양이오. 조선문인이나 조선관리라는 말이지요? 그렇지. 철저한 친일파 들이지. 독립군에게 친일파는 일본인과 같은 급이거나 더 악질로 분류돼. 그렇군요. 친일파에 대한 독립군의 테러라. 책임자가 휴의라는 자라는데. 그 사람 고향이 보령 죽마을이라고 나와 있어. 그러고 보니 당신도 거기잖아? 말수가 여순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순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뻥 뚫려 있던 가슴이 조영왔다. 누군가 사전 경고도 없이 주먹으로 명치 부분을 강하게 가격한 것 같았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 휴의가 틀림없지? 글쎄요. 동명 이인 일수도 있고.

휴의라면 창씨개명은 아닌 것 같고. 고향 떠나온 지 벌써 오 년째라서요. 벌써라는 표현이 맞군, 그렇게 됐나. 그럼 나도 타국살이 오 년째네.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어요. 애매해요. 이름은 확실한데 얼굴은 없으니 그렇다고 확신할 순 없어요. 사진도 나와 있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말수가 손가락으로 이렇게 저렇게 생겼다고 말하면서 얼굴 모양을 그렸다. 비록 희미하지만 분별 할 수는 있을 거야. 어디요? 어디 봐요. 신문가지고 있어요? 여순이 사진이라는 말에 깜짝 놀라면서 재촉했다.

잠깐만, 기다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 못 꿰어. 어 여기 있군. 말수가 가방을 열고 신문을 꺼내 여순에게 건네주었다. 몇 번을 읽었는지 접혀진 부분에 바로 조선의 소요 사태 유명인 다수 사망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한쪽에 소요의 주동인물 휴의라고 설명한 사진이 붙어 있었다. 알아보겠어. 사진이 너무 흐릿해서요. 그리고 머리 모양이나 안경 등이 잘 판단이 서지 않네요. 짧은 머리였고 안경은 없었거든요. 헤어질 때는. 변장을 했다면 알아보기 힘들지. 하지만 형태는 있잖아.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고. 사이라는 말에 여순은 조금 움찔했다. 연관이 있는 사람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사이랄 게 뭐 있겠어요. 그냥 동네에 사니 오고 가다 몇 차례 본 것뿐이지요. 하지만 긴 것도 같아요. 눈매며 콧날이며.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라는 거야. 긴거야 아닌 거야. 그걸로는 부족하지. 그래 그럴 거야. 상하이 신문 말고 다른 곳에서 기사 난 것 있나요? 그래서 영자지도 사고 일본 측에도 알아봤으나 다른 내용은 아직 몰라. 여기 일본 영사관은 일부러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어. 그런 것이 알려져서 좋을 게 하나도 없잖아. 나라도 안 알릴 거야. 말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순에게서 신문을 받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치밀한 작전이군. 이봉창 다음으로 큰 사건이야. 문제가 심각해지겠는걸. 여기 상하이도 안심할 수 없어. 당분간 몸을 숨기고 있어야겠어. 소나기는 피해 가야지. 잘 생각했어요. 조선에서 그런 큰일이 일어났다면 독립군 근거지인 상하이도 무사하진 못할 거예요. 대대적인 숙청 바람이 불겠군요. 포크를 내려놓으며 여순이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조금 두려워하면서 말했다. 당에 가입하거나 창당은 뒤로 미뤄야겠어. 말수도 답답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속도가 너무 빨랐어요. 전염병도 당신 결단처럼 빠른 건 없어요. 브레이크를 걸었으니 되레 잘 된 일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때 종업원이 다가와 더 시킬 것이 없는지 물었다. 오늘은 조금 일찍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무슨 일 있어요? 말수가 본능적으로 물었다.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지배인께서 그렇게 하라는 지시가 왔어요. 후식으로 뭐가 있나요? 요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요즘 유행입니다.좋아요. 그걸로 같다주시오. 말수가 흔쾌히 대답했다. 서양요리에 디저트가 빠지면 안 되지요. 여순이 대꾸했다. 그런 소식만 없었다면 아주 기분 좋은 출정식인데 말이야. 말수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여기는 여전히 해방공간이야. 전쟁중에 터진 완전한 자유시가 이곳이거든. 흥미를 잃을만하면 새로운 흥밋거리가 생겨. 말수가 흥미롭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여보, 그 소식 아래에 조선인 사진은 누군가요? 휴의 말고요. 글쎄다. 말수가 다시 보기 위해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이백육십사라고 이름이 뭐 이래. 사십도 안 된 조선 청년이죽었다는 소식이네. 부음란에 실리지 않고 사회면에 있는 걸 보니 알려진 인물인가 보오. 여순은 이육사라는 말에 조선 시인인 것을 떠올렸다. 일전에 그의 체포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 동대문경찰서에서 잡힌 그는 베이징 일본 총영사관으로 압송됐다. 그리고 둥청구 둥창후퉁 28번지에서 고문을 받았다. 악랄하기로 소문난 일본 헌병대의 손아귀에서 젊은 생을 마감한 이는 대구 출신이었다. 대나무로 살이 뜯기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끝내 동지를 불지 않았던 그는 무려 17번이나 옥살이를 한 끝에 18번째에 옥살이를 버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는 숨이 끊어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시를 떠올렸을까.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을 건너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제비처럼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서 꽃피는 봄을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는구나. 그래도 나는 광야에서 끝내 부르지 못한 노래를 목놓아 부르겠다.

그럴 것이다. 그는 광야를 광인처럼 해매면서 목놓아 노래를 부를 것이다. 내가 언젠가 인간에 대해 말하지 않았소. 권력에 아부해서 기생하는 인간과 부당한 권력에 맞서서 싸우는 인간 이렇게. 앞서 조선에서 폭사한 문인이나 고관들은 전자에 속할 것이오. 그리고 바로 어제 일제의 모진 고문에 사망한 시인은 똑같이 글로 문장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후자를 택했으니. 어느 것이 옳은 길인 것 같소? 말수가 진지하게 물었다. 말투도 그렇게. 남편이라기보다는 동지에게 느껴지는 그런 투였다. 원하는 대답이 어떤 것인지 여순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치로 따지면 분명 홀로 쓸쓸하게 간 젊은 이백육십사일 것이고 세상사로 보면 이쪽이 아닌 저쪽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은 옳고 그른 판단의 문제가 아니지요. 여순은 어느 죽음이든 죽음은 어떤 면에서 보면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있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정답을 기다린 건 아니죠?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조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일거에요. 더구나 정치적으로 생각한다면. 맞아. 이전 같았으면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학 공식처럼 딱 떨어졌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어.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름 대로의 고민은 엄청나다는 거지. 제 민족을 팔아서 부귀영화를 누리든 그런 자들을 응징하든 고뇌의 깊이에서 어느 쪽이 더 깊다고 말할 수는 없어. 회색이 표나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지. 독립 운동에 있어서는 더 그래야 해. 한쪽만 내세우면 길을 내기 어려워. 양쪽을 다 잡아야 해.

그게 가능할까요? 사회주의자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민족주의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독립운동가를 내세우면서 친일파를 중용하는 것이.정치가 바로 그런 것 아냐? 흩어진 두어 개를 하나로 뭉쳐 놓는 것. 힘드는 작업이네요. 그런데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도 있고요. 딱 절반으로 결판나는 것은 없잖아요? 그래서 당수가 필요한 거야. 지도자가 왜 있겠어? 당원들의 일임을 받아 최종적으로 당수가 결정하는 거지. 결정권자가 누구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는 거야. 그런 결정을 내리려면 지도자의 선견지명이 필요한 거고, 그게 부족한 지도자를 만나면 백성들은 피곤해지지. 때로는 파멸하는 거고.

여순은 말수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싶었다. 그것은 바름과 틀림이 명확한 문제였다. 친일로 이득을 보는자와 독립으로 손해를 보는자는 구분된다. 개돼지와 사람처럼. 편하게 왔다가 숙제만 가득 받고 집으로 가는 아이처럼 여순은 무거운 가슴이 무언가에게 짓눌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러 달 묵혀온 때를 벗은 것처럼 개운하기도 했다. 이참에 휴의를 털고 가자. 남편은 언제든 다시 그 문제를 끌고 나올 공산이 크다. 죽기전 까지는 신문에 계속 나올 것이고 그때마다 아는 사람 아니냐? 맞다. 어떻게 해봐. 내가 어떻게요? 이런 질문과 대답이라면 내가 원치 않는 것이다.

가만, 이리 줘봐요.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그 휴의가 맞는 것 같아요. 동네 오빠지요. 이웃집에서 사는데 저보다 두 살 위여서 어릴 때는 오빠하면서 따랐어요. 지난번에 말하지 않았나요? 여순은 자신도 그 사실을 잘 몰라 넘겨 짚었다.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기억의 혼란이 왔다.  더구나 우리 집과는 먼 친척뻘 이어서 양쪽 집안에서도 오빠, 동생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요. 인물 났네, 보령 죽마을 촌 동네에서 애국지사 납시었어. 말수가 빈정거린다기보다는 놀랍다는 식으로 여순을 쳐다봤다. 조선 독립운동사에서 대단한 기록이야. 점례는 또 엏떻고. 당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당수가 되고 해방이 되고 그대로 조선에 들어가면 당신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어요.

여순이 내친김에 한다는 듯이 기분 좋은 말을 조곤조곤하게 했다. 너무 나갔어. 못하리라는 법이 없잖아요. 당신이 어디가 부족한가요? 조선의 어떤 정치인이 당신만큼 경험 있고 실력 있는 사람이 있나요? 다만 인생 경험만큼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것만 빼고는요. 그것은 신선함으로 대치할 수 있고 빠르게 각인시킬 수 있어요. 이름이 알려진 분들은 이런저런 약점이 노출됐거나 노출되고 있어요. 다크호스로 등장하는 거지요. 벌써 나를 인정하고 밀어주는 거야, 그런 거야? 말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한 번 밀어보지요. 그것도 세게. 나만큼 당신을 아는 사람은 없어요. 안주하는 삶이 당신은 아니에요. 언제나 일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당신 가슴을 뜨겁게 하지요. 사실 내심 그것이 언제냐 일뿐 터질 것을 나는 알고 있었어요. 다만 그것이 정치 쪽일 줄은 몰랐지요. 좋은 징조인지는 모르겠어요. 대통령 부인과 나는 잘 어울리나요? 하하하. 농담처럼 들렸지만 말수의 웃음은 가능성에 배팅을 하라는 제의처럼 들렸다. 여순이 한 템포 늦추자 말수가 다시 질문했다. 내가 정당이 아니라면? 어디로? 저는 게릴라를 생각했어요. 말수가 이번에는 더 놀랐다는 듯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게릴라 라고라?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마침 잘 나왔네. 식혀야지. 안 그러면 댈거야. 농담도 잘하고요. 유머 감각이 없는 정치인은 국민속으로 다가갈수 없어요. 아이스크림을 식힌다는 농담은 당신말고는 할 사람이 없어요. 허허. 연신 말수는 그런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듯이 작은 스푼으로 한 숟가락 떠 넣으면서 여순에게 먹어 보라고 눈 앞으로 내밀었다. 나는요? 여순이 스푼에 든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아, 맛있네요. 그런데 말이에요. 전쟁 무기를 당신은 잘 다루잖아요? 총이면 총, 폭탄이면 폭탄. 당신 손에 들어가면 고물도 저격용 총이 되고 녹슨 작약도 훌륭한 폭탄이 되잖아요? 병원 일이 일년을 넘어갈 때 난 당신 눈에서 어떤 다른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먼 데서 찾을 것도 없고 당장 눈앞에 뭐가 있나 보니 전쟁이 보였던 거지요. 전쟁이 우리를 이어주고 의사 자격증을 주었지요. 그것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만날 확률도 제로였고요. 당신은 통영에 있었고 난 보령에 있었으니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하는 일도 그렇고 나이도 좀 차이가 나고.

그래, 휴의와는 두 살 차지만 나와는 여섯 살 차이네. 내가 좀 늙었어.당신은 나이를 뛰어넘는 사람이라는 걸 잊었어요? 나이는 그냥 숫자에 불과해요. 그래서 여섯 살 차이라서 불만인가요? 너무 젊고 예쁜 아내를 만난 것이. 싸우려고 드내? 한 번 해볼까. 말수가 입을 비죽이 내밀었다. 그리고 여보, 내친김에 그 마을 우리 친구들 이야기를 할게요. 준비 단단히 하세요. 난 언제나 준비가 되 있어. 어떤 말이 나와도 난 이해한다고. 이해해 달라는 말이 아니고요. 해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냥 편하게 들어요. 휴의 말고 점례도 있어요. 나와 동갑이고요. 그리고 완용도 있어요. 종로서장 완용은 휴의와 친구이니 나와는 두 살 차이고요. 점례는 들었잖아. 완용도 들은 것 같은데? 말수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요? 그럼 잘 됐네요. 여순이 맞장구치면서 말했다. 오래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비밀을 말하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말은 한 번 말이 터져 나오자 아주 쉽게 다음 말로 이어졌다.

점례는 파리 유학 중인 화가로 조선 최고의 반열에 올랐어요.그리고 알다시피 휴의는 독립 투사로. 완용이 궁금하지요? 완용이라. 놀라지 않을 게. 뉴 페이스이니 조금 설명이 필요해요. 휴의 같은 독립군 때려잡은 종로서 경찰서장이 완용이에요. 어라, 뭐 이런 경우가. 지어낸 얘기도 이처럼 놀랍지는 않겠는 걸. 놀라지 않는다면서도 말수는 놀라는 눈빛을 드러냈다. 동창이 원수로 만났어. 누가 이길지 궁금하군. 얽키고 설킨 관계가 어떻게 정리될까. 여자 친구는 화가고 동네 오빠는 조선 최고의 독립투사고 다른 오빠 하나는 독립군 토벌의 최일선에 있는 종로서장이고.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게 확실하고.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지금까지 참았대. 마구 지껄이는 스타일이 당신이 아니라는 것은 일찍이 알았지만 그건 숨 막히는 비밀인걸. 고해성사로 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들어도 될 지 몰라. 하느님이 화내지 않으실까.

말수가 일부러 농담이라고 하느님을 꺼내 들었다. 사지에서 조차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그 때는 긴가민가 했어요. 그들이 살아 있는지 조차 몰랐고요. 점례는 죽었을 거라고 여겼어요. 자존심이 센 아이였어요. 나와 경성역에서 헤어지고 나서 생사를 몰랐으니까요. 난 일본 제철공장에서 총알을 만들다가... 이 대목에서 여순은 말을 머뭇거렸다. 내 이야기는 다 아는 사실이니 생략하고. 상하이에 와서 점례를 알게 됐어요. 조선 신문도 보고 나중에는 프랑스 미술 잡지를 통해 확인했어요. 일전에 미술관 전시회에 갔었지요? 거기서 점례의 사진을 봤어요. 

당시에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수가 묻는 듯한 표정을 짓자 여순은 모든 게 불확실 했거든요. 그리고 내 마음도 정리가 안 됐고요. 가슴이 뛰어서 말을 한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진정하는데 이 만큼 시간이 걸린 거지요. 당신이 아는 만큼 점례와 휴의난 완용도 당신의 사정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 글쎄요. 내 편지를 점례가 받았다면 점례는 나를 충분히 이해할 거에요. 그도 나처럼 내가 죽지 않고 살아 있고 상하이에서 의사로 성장해 남편과 함께 병원을 하고 있다고 하면 나만큼 흥분해 있을 거에요.

점례라는 그 친구는 결혼을 했나? 글쎄요. 시집을 갔는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동지로 소개되는 남자가 있는데. 여순은 그 남자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고 내무대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바로 말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뜸을 들이는 것인데 밥맛을 좋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숨이 벅차 왔던 것이다. 점례는 한 템포 쉬었다. 일본인이고 내무대신의 아들이라고 소개가 됐더군요. 내무대신의 아들? 말수는 점입가경이라는 듯이 충격을 조금 받은 것 같았다. 어떻게 경성에서 헤어진 여자가 내부대신 아들의 동지가됐어. 일본으로 유학 간 경성제국대 출신이나 이화여전 출신의 돈많은 수재였나. 유학 간 것은 아니고요. 돈 벌러 일본공장에 갔어요. 아니 간다고 했어요. 저처럼.

여순은 여기서 또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저처럼이라는 말은 괜히 한 것 같아 후회 되기도 했다. 인생이란 모르는 거잖아요. 갑판에서 당신을 처음 봤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처럼. 여순은 말이 많을수록 자신의 과거가 떠오르는 것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안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니 억지로 참을 이유가 없었다.완용은 내가 떠나올 당시 순사였어요. 시골 순사가 종로서장이 됐으니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지요. 말수는 용난것은 당신도, 휴의도, 점례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만 입을 봉해버렸다. 어이가 없을 때는 그런 것이다. 자신도 나름대로 살아왔다고 여겼는데 여순의 친구들은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어디서 여우에게 단단히 홀린 기분이었다.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서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진 꼴처럼 당황스러웠다. 이야기를 듣다가 말수는 오기가 생겼다. 어떤 경쟁심이 일었던 것이다. 뭘 그렇게 속으로만 말하고 있어요. 무안하게. 상대방이 하나도 들을 수 없으니. 여순이 저도 모르게 중얼 거리고 있는 말수에게 한마디 했다. 그런 말을 하고도 당신은 너무 태연해. 얼굴빛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하지만 가슴은 마구 뛰고 있어요. 들리지요? 이 소리. 마구 뛰고 있어요. 팔딱팔딱. 물속에서 더 살아야 하는데 어이없게도 잡힌 새끼 물고기처럼요. 그러니 나는 당신이 다루기 쉬운 사람이죠.

노노, 말수가 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웨이터가 계산서를 들고 왔다. 혹시 삼두마차를 불러 줄 수 있어요? 말수는 계산서를 받아들고 넉넉한 팁을 주면서 말했다. 고개를 깊이 숙인 그가 알았다면서 급히 카운터 쪽으로 갔다. 천천히 걸어갈 수도 있는데요. 모처럼 팔짱 끼고 데이트도 할 겸요. 기분 좀 냅시다. 우리도 그럴 정도는 되잖아. 말수가 귀족이라도 되는 듯이 조금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나쁠거 없지요. 저도 오늘 만큼은 귀부인이고 싶어요. 아니 대통령의 안사람이고 싶어요. 

말수 부부가 화려한 외출을 끝내고 귀가하고 있을 무렵 임정의 안가에서는 선생을 중심으로 작은 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참여한 인원은 적었지만 여기서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시중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에서 들려온 소식은 뜻밖이었다. 작전 전권을 휴의에게 맡겼다고는 하지만 조선인이 조선인을 상대로 한 공격에 임정도 당황했다. 친일파에 대한 적개심이 있으나 여전히 그들도 조선인이라는 공동체로 느슨하게나마 엮여 있었기 때문이다. 동족 의식이 순식간이 무너져 내렸을 때 민심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휴의도 이제는 믿기 어렵게 됐다. 그는 단지 백호 땅지렁이 먹이 사냥 완료, 라는 암호문 하나만 달랑 보내 왔을 뿐이다.

어떤 부연 설명도 없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임정으로서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휴의를 상하이로 급히 불러들여야 했다. 어떤 다른 돌발 상황이 또 터질지 모를 일이다. 그는 이제 동물원을 탈출한 한 마리 호랑이였다. 젖먹이 때 부터 키운 조련사도 몰라보게 됐다. 그러나 계속된 전통문에도 휴의는 어떤 답도 보내지 않고 있다.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참다 못해 선생이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했다. 이제 개인적인 활동보다는 사단급 정규군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기울고 있는 일제에 결정적 타격을 입혀야 할 시점에서 각개 작전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큰 그림을 그리는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조선 민심 못지않게 일제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몰랐다. 아직은 썩어도 준치 아닌가. 굶주린 사자가 날뛰면 피해는 고스란히 흰 옷 입은 사람에들에게 돌아간다. 무자비한 무단 통치가 진행되면 민심은 더욱 흉흉해 진다. 그들은 다 너희들이 자초한 것이다, 독립운동인가 뭔가 하는 것이 이런 것이냐, 너희 백성을 죽이는 것이 독립운동하는 자들의 민낯이냐? 존경받은 문인들이 다 죽었다. 대신들이야 일제에 녹을 먹으니 친일파로 처단대상이 된다고 치자. 그러면 문인들이 무슨 죄야? 독립운동가들은 살인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제는 이런 식으로 흰옷 입은 사람들을 선동했다. 문인들이 어떤 짓을 했고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선전은 없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지은죄로 천벌을 받았다고 쾌재를 부르는 것말고는 많은 흰옷 입은 사람들은 이번 덕영산장 폭사 사건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일제의 말은 때로은 옳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일제는 너희가 검문을 받고 끌려가는 것은 너희들 안전을 위한 것이고 안전을 해친 독립분자들을 미워해야지 우리에게 적대해서는 안 된다고 윽박질렀고 그것은 먹혀 들어갔다. 민심은 독립운동가에 대해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책임을 덧씌우는 것이지만 그들의 선전활동을 들어보면 그럴 수도 있었다. 이렇게 민심이 이반하면 대규모 군사작전의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 압도적인 화력에도 불구하고 장개석 군이 밀리는 것은 농민들이 그들을 멀리하고 모택동에게 협조한 때문이다. 선생의 고뇌는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휴의의 단독 작전이 꼭 임정에게 불리만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장제스는 사건이 터진 바로 그날 오후 선생에게 전화로 조선인이 위대한 일을 했다고 격려했으며 막대한 군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먼저 척살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제의 유혹에 넘어간 열사의 아들 처형만큼이나 속시원한 것이었다. 

들뜬 목소리의 국민당 정부는 개인화기나 기관총은 물론 군복 수천 벌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훈련병 들은 제대로 된 군복도 없이 입고 온 사복 그대로 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군복 지급은 침투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조선광복군에게는 어둠속의 빛과 같은 낭보였다. 선생은 그러나 당장 그 군대가 아직 훈련이 끝나지 않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시간은 없고 훈련 교관은 부족하고 미군은 자신들 전쟁을 하기에도 급급했다.

한시가 급하오. 개인화기와 기관총과 수류탄이 필요합니다. 알겠소. 그러나 너무 서두르지는 마시오. 우리도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소. 공산당과 싸움이 만만치 않아요. 언제까지 지원한다는 말이 중요해 선생은 보름이 남은 달력을 보면서 이달 중으로 가능한지 물었다. 일부라도 지원하겠소. 이렇게 나오자 선생도 더 재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전화를 막 끊고 나자 뜻밖에도 중국 공산당 쪽에서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사회주의자들이 연결한 끈을 통해 모택동의 최측근이 임정의 선생과 만나고 싶다는 것이다.

면담은 즉시 성사됐다. 측근은 장제스보다 더 밝은 목소리로 휴의의 독립투쟁을 축하했다. 조선은 이제 완전한 자주독립의 길에 한 발 다가섰소. 마지막 한 발은 그러나 지금까지 걸어왔던 숱한 길보다 더 험난할 것이오. 선생은 듣고만 있었다. 말하는 것이 힘겨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축하뒤에 숨은 뜻을 간파하기 위해서 였다. 연신 측근은 우리도 조선에서 독립투쟁을 격려한다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뭐든 말만 하면 들어주겠다는 사회주의자의 제의에 선생은 얼떨결에 국민당에게 했던 말을 반복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총과 수류탄과 무기 같은 군수품이 꽉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측근은 그 자리에서 그러마하고 약속했다. 그러나 속뜻은 달랐다. 조선독립이 중도파나 우파의 손에 떨어지기보다는 좌익의 손으로 이뤄지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우리가 도와 줄 것이오. 그러니 저쪽이 아닌 우리 쪽과 손을 잡읍시다. 저쪽이 어디인지 선생은 알고 있었다. 장제스와 손을 끊으라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지원 조건은 이처럼 서로 동상이몽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당장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애매하고도 중도적인 입장이 필요했다. 아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그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독립을 원하지 않았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일방적인 게임은 위험했다. 자칫 독립 이전에 우리 끼리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임정의 좌익과 우익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만큼이나 중국내 좌우익의 대립도 나날이 날카로워 지고 있었다. 선생은 양쪽을 적절히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좌익이든 우익이든 편을 가리지 않고 합쳐서 일제를 조선 땅에서 몰아내는 것이 일 순위라는 데는 변함이 없었다.

대원칙은 흔들지 않으면서 양쪽의 세를 모아야 한다. 또 다른 대원칙은 훈련 중인 2개 사단의 전투능력 확보였다. 그것도 빠른 시일내에. 군대가 없는 정부는 있을 수 없었다. 미군이 차출해간 정예 일개 사단이 자꾸 아쉬움으로 남았다. 달라고 해도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후회는 언제나 늦듯이 그들은 지금 중국 땅이 아니라 태평양 전선에 가 있다. 미군의 지휘를 받고 미군 부대 소속으로. 미군은 차출한 조선 일개 사단을 태평양 최전선으로 이동시켰다. 자신들이 돈 대고 훈련 시키고 키웠으니 우리 부대라고 주장하는데 애초에 계획에 없었던 것이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라도 미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나머지 2개 사단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임정에게 있다는 확약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총사령관으로 지장군이 임명됐다. 그러나 그는 장군의 역할만 하지 않았다. 정당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새로운 총사령관이 필요했다. 선생은 병원장을 염두에 뒀다. 그가 보여주는 날카로운 눈빛과 결단력 그리고 첩보를 통해 들은 개인의 뛰어난 군사력이면 충분히 그런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미군 특수부대 출신의 고급 장교이며 조선 독립군에서 활동했다고 이력을 약간 보태면 병사들을 지휘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각자 생각들을 말씀해 보시오. 선생은 3명의 각 당 대표들에게 공을 넘겼다. 그가 대장으로 적합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지요? 사회주의당의 대표가 물었다. 일단 하나씩 결정합시다. 그래요, 맞아요. 민족주의당의 대표가 나섰다. 그분은 사상이 조금 의심스러워요. 일본 첩자인지도 모르고요.
그가 반대 의사를 이런 식으로 표했다. 무슨 말씀이오. 근거가 있나요?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그는 독립자금을 꾸준히 대고 있소. 병원 개업 때문에 일시적으로 일본 자금을 받았지만 내통한다는 증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소.

반대에 찬성이 나왔다. 그들은 어떤 경우든 뭉치지 않았다. 사회주의 당이 찬성했다면 민족주의 당은 반대했을지도 모른다. 선생은 입맛을 다셨다. 중도당의 대표가 중요했다. 그는 주석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감췄다. 나는 두 분 당대표처럼 그분에 대한 정보가 없어요. 조선인으로 훌륭한 부부의사라는 것 밖에는요. 중도에게 자신의 표를 넘긴 것은 단지 정보 부족이니 이해하고 넘어가라는 투였다. 그러면서 선생은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니 이리로 한 번 초청해서 의견을 들어 보자고 했고 참석자들도 모두 동의했다.

지금이 몇 시죠? 선생은 시계를 차고 있음에도 자신의 시계를 보고 확인하는 대신 이렇게 물었다. 정면 벽에 붙은 괘종시계를 보고 있던 중도파 당수가 정확히 7시네요. 하고 말했다. 그럼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니 사람을 보내 이곳 안가로 모셔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도 무방합니까? 선생이 묻자 사회주의자 당 대표가 여기 공간이 노출될 수 있으니 장소를 옮기고 나서 새로운 장소를 알려 주자고 제의했다. 여기서 오분 정도 가면 외부로 통하는 지하가 있는 새로운 안가가 있어요. 거기라면 일제의 눈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좋소. 우리가 이동하는 사이 누가 병원으로 가보겠소. 중도파 대표가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의견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갚기 위한 태도였다. 그 시각 트로이카를 타고 귀가하는 말수 부부는 흥에 겨웠다. 자본주의는 좋은 것이구나. 전쟁터에서도 돈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는 10분 남짓 오는 동안 자신의 운명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하늘에 맡기기로 했다. 그것은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의 다른 말과 같았다. 자신에게 오는 것은 피하지 말자. 손을 내밀면 거부하지 말자.

상황이 빠르게 변할 때는 역류하기보다는 순리를 따르는 게 도리다. 말수는 여순의 손을 잡고 그녀가 평생의 동지로 자신의 마지막까지 옆에 있어 줄 것을 기대하면서 이렇게 속으로 마음을 다지고 있었다. 그것은 선생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문객을 맞은 말수는 그러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무엇을 제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생을 만나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지금 급한 환자가 있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연락을 취하고 그때 약속을 다시 잡자고 연락을 취해온 중도파를 돌려보냈다. 마음은 이미 당수의 자리에 올랐으나 행동은 미적한 것에 대해 말수는 후회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임정이지 자신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말수는 임정이 당수나 당수 부대표 등의 정치 참여보다는 독립군 2개 사단의 총사령관이 되는 제의였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가 내용을 확실히 알았다면 중도파를 따라 선생을 만났을까. 말수는 그렇다 하더라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어느 누구보다도 총기를 잘 다루면서 체력적으로도 문제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휘력도 과연 그런지 시험할 기회가 없었다. 이래저래 말수는 말보다는 행동이 느렸다. 

반면 조선의 휴의는 숨가프게 움직였다. 대단한 폭발은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조선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죽은자의 숫자 때문이 아니었다. 정확한 폭약의 양을 계산하고 시간을 제 때 맞춘 것은 전문 프로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작전이었다. 일제는 그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문인이나 대신들은 알아서 나올 것이다. 새로운 문인의 탄생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숨은 재주꾼들은 선배 문인의 뒤를 이어 황군 입대를 독려하는데 거칠 게 없다. 되레 선배들은 그들에 비해 덜 노골적이라고나 할까. 조선 관리들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넘긴다는 직인을 숨겼던 황제의 며르니 치마속에 손을 넣는 것쯤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내 놓아라. 당장. 잠시라도 머뭇거리면 일본도가 참지 않을 것이다. 친일을 하려는 대신은 조선 팔도에 널리고 널려 있었다. 일제는 그런 어중이떠중이가 죽어서 두려웠던게 아니다. 조선독립군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대체 그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귀신이 아니라면 나와야 하는데 수사력을 총동원해도 휴의의 존재를 잡아 낼 수 없었다.

완용은 총독부에 불려가 갖은 수모를 당했다. 조센징 어쩌고 저쩌고는 참을 수 있었지만 내 놈은 친구라는 휴의에게 한 참 못미치는 얼간이중의 얼간이라는 말을 총독에게 듣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던 것이다. 얼간이라니. 완용은 태어나서 그런 모욕은 처음 받았다. 얼간이가 어찌 일황의 훈장을 받을 수 있으면 자작 칭호를 얻고 조선 최고의 경찰서라는 종로서장이 됐겠는가. 완용은 조센징이 갖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숨이 막혔다. 좋다. 실력으로 보여주자. 네 이놈, 화가 나느냐. 능력이 없으면 옷을 벗어라. 서장 할 조센징은 세고 셌다. 총독은 완용의 가슴에 죽창을 찔러 넣었다. 완용은 보여 드리겠습니다. 반드시 휴의 놈을 잡아 대령하겠습니다. 말은 잘한다.  그말은 삼개월 전에도 했다. 너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 완용은 한 시간 이상 꾸지람을 듣고는 매타작으로 쓰러진 죄인의 마음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총독부를 나왔다. 오던 중에 헌병대사령관이 탄 집차를 만났다. 완용을 보자 그는 다짜고짜 종주먹을 들이대면서 경찰이 도대체 치안유지를 하는 거요 뭐요 하고 삿대질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이 먹었는데 또다시 손가락이 날아오자 완용은 휴의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올라 권총을 뽑아 들고 보이는 행인을 조준 사격해 서너 명의 목숨을 끊어 버렸다. 총독부의 계단을 올라가면서 헌병대사령관은 조센징 빠가야로, 완용이 놈 빠가야로를 외쳤다. 

대사건을 성공적으로 마친 휴의는 숨어들었다. 두 대원도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뭉치기 보다는 각자도생의 시간이다. 휴의는 용산이나 노량진 근처에 가지 않았다. 익숙한 그곳을 피한 것은 일부러가 아니었다. 어찌하다 보니 옥인동 한옥이 그의 안가가 되었다. 구석지고 빛이 없는 노량진의 셋방과는 달리 오전 내내 밝은 빛이 처마에 걸리는 그런 곳이었다. 몸을 감추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으나 등잔불 아래가 어둡다고 첫날을 제외하고는 다음 날부터는 되레 안심이 됐다.적응하는 것에는 이력 난 그였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오락이나 열심히 해야겠군. 잠수탔을 때 흔히 하는 그 방법을 휴의는 이번에도 써먹기로 했다. 속죄 기간이 끝난 만큼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 그의 영혼은 그만큼 순수했다. 비록 죽어 마땅한 자를 죽였으나 그들도 살아있는 인간이었기에 휴의는 그들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그래 가라. 거기서는 좀 인간답게 살아라. 양심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남을 위하지는 못해도 해하지는 말아라. 자신을 위해서. 이런 마음을 덧붙였으나 휴의는 이내 그 말은 지웠다. 원혼들 가운데는 소년병사가 있었다. 그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재미있지? 공부 대신 실컷 놀아. 놀다가 지치면 그때는 뭐 알아서 하고. 여성 독립군이 이번에는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종로에서 죽지 않았다. 지금 서대문 형무소에 있는데. 저세상이 아닌가. 아니면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나. 흐릿한 형체가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조선 청년이 자리잡고 있다. 강단 있는 모습이다. 미안해요. 지켜주지 못해서. 내가 제때 도착했더라면 아니면 같이 행동했더라면, 조선청년이 손을 내밀었다. 다 잊었소. 그나 저나 이번 폭파는 볼만 했어요. 대단하더군요. 나에게도 그런 기술을 가르쳐 주시오. 휴의는 그러마하고 손을 내밀었으나 조선청년은 이미 그의 앞에서 사라진 후였다. 원한은 그들이 품어야지. 잘 가시오.

휴의는 옥인동에 틀어박혀 많은 책을 읽었다. 서양 철학서나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읽었다. 그는 이런 삶도 괜찮겠다 싶었다. 책을 읽는 삶. 전투의 긴박함이 날로 느려졌다. 그러면서 그는 원혼을 위로 했고 자신을 위로했다.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한옥에 있어 보니 이곳은 다른 곳에 견줄수 없을 만큼 포근했다. 나가서 떠들지만 않으면 들 킬 염려가 없었다. 담장도 낮아 여차하면 뛰어 넘을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돌담장 아래 나무 토막을 깔아 놓고 운동삼아 다리를 걸쳐 놓기도 했다. 몸이 근질근질 할 때면 그는 마당 한구석에서 온 몸 흔들기에 열중했다. 나가서 달리지 못하니 제자리 뛰기라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땀이 흘렀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몸도 마음도 개운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곳이라면 여러 날 목놓아 울지 않은다면 안심이야, 안심. 어느 새 배짱이 늘었다. 옥인동에서 그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바짝 엎드렸고 그런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했다. 자세를 낮추고 겸손해지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런 자세로 책 읽기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배를 방바닥에 깔고 읽는 습관은 그에게 넘치는 상상력을 주었고 부족한 신념을 채웠다. 이런저런 책들은 모두 일본어였다. 읽다 보니 말하는 것보다 일본어 독해력이 더 늘었다. 조선글로 번역된 책은 눈 씻고 봐도 드물었고 사상서는 더욱 그랬다. 그는 한 권씩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한가하게 독서나 하고 있는 자신의 꼴이 한심하기보다는 더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짓밟고 약탈하고 때리는 일본인에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그는 조금씩 알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은 나날이 확고해져 갔다. 힘센 그들과 맞설 방법은 인간적이어서는 불가능했다.그들은 늘 법을 내세웠고 그것이 옳은 줄 알았는데 법은 언제나 그들 편이었다. 그래서 법으로 하자고 하면 흰 옷 입은 사람은 늘 불리했고 피해자였으나 가해자가 돼서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억울하고 분한 일이었다. 착하게 사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는 신념은 꺾이고 있었다. 불의 앞에서 생명과 선을 내세우는 것은 저항하지 못하는 자들의 비겁함이었다.

그들이 흰옷 입은 사람을 사람이 아닌 짐승으로 취급하는데 상대를 사람으로 대하면 승패는 자명한 것이었다. 짐승에는 짐승으로 대해야 했고 이 경우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양심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말로는 힘 있는 자들을 당해낼 수 없었고 법대로 할 경우 권세를 이길 수 없었다. 휴의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매우 선한 일이라는데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들은 죽이고도 법대로 했으니 떳떳하다고 하고 독립군이 죽이면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는 것은 흰옷 입은 자들의 판단이 아니었다. 아무리 흰옷 입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기준은 있었다. 사상과 철학이 재무장되자 휴의는 자신이 폭파전문가인 것이 자랑스러웠고 숨어 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스스로 터득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지. 그것은 작전이야. 이기기 위한 전술이고. 그러자 이제 다시 세상밖으로 나올 시간이 다가왔다.
일 라운드 아니 이 라운드가 끝났고 라운드 걸이 삼 라운드를 알리는 푯말을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기권패를 할 수는 없다. 휴의는 글로브를 낀 두 손을 소리 나게 탕탕 마주치면서 당당히 겨룰 준비를 했다. 겨울잠을 잔 곰이 나와 한바탕 연어 사냥에 나설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여전히 잠코대를 할수는 없다. 이빨은 벼린 칼 처럼 날카롭고 둔중한 앞발로 내리치는 힘은 상상 이상이다. 맞고쓰러지면 달려가서 물어야 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송곳니도 건재하다. 적은 삼 라운드를 버티지 못하고 케이포 당했다. 휴의는 두 손을 귀 뒤로 치켜들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환호했다. 이 순간 휴의는 자신의 몸보다 영혼이 먼저 맑아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결심이 서자 그는 상하이 임정에 암호를 발송했다. 무사한 대원 두 명과 함께 또 다른 작전을 시행하니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작전이 어떤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혹 암호가 적에게 발각돼 해독되면 일이 어그러질 것을 염려한 때문이었다. 임정은 국무회의를 열었다. 휴의의 전통에 대한 답신이 필요했다. 회의는 난상을 거듭했다. 결국 결정은 선생에게 일임됐다.

그는 고심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미 내려졌다.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전선이 두 개로 나뉘면 적들은 당황할 것이다. 이곳 이 개 사단의 훈련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들을 급파할 시간은 적어도 삼 개월 정도는 필요하다. 낮 밤을 가리지 않고 훈련을 해도 겨우 기초를 떼는 군사력 정도다. 그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조선에서 연이은 대규모 폭발이 일어날 경우 중국내 국민당과 공산당은 서로 자기 쪽으로 임정을 손에 넣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 경쟁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경쟁적 지원이 볼만 할 것이다. 조선 독립군은 이같은 배경 때문에 아직은 덜 익은 감자였으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선생은 기다리지 않고 사람을 중국내 양 진영으로 보내 협상을 진행했다. 군수품의 빠른 보급과 훈련 교관의 투입이 시급했다. 이것은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훈련병들에게 좋은 기폭제가 된다. 저녁이 되어서 돌아온 요인은 모택동쪽에서 아쉬운 대로 개인화기 500정과 기관총 30문을 다음주 화요일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장제스 쪽은 어때요? 그쪽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전과 같으나 날짜는 확정하지 못하더군요. 아마도 전선의 상황이 녹녹치 않은 모양입니다.

선생은 요인의 답변으로 미루어 중국의 내전은 모택동의 승리로 마무리 될 것을 예견했다. 장제스가 밀리면 버리고 가는 무기도 상당할 것이다. 다급하면 못 버리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대포 같은 큰 무기를 조선땅으로 옮길 수는 없다. 그에게는 이동수단이 간편한 개인화기가 절실했다. 좋소. 마음은 장제스라도 미적대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요. 수고 했어요. 그리고 이것 하나 보내시오. 선생은 일어서려는 요원에게 흘려쓴 종이쪽지 하나를 건넸다.

하산하시오. 그리고 다시 오르시오. 조선의 휴의에게 보내는 전통이었다. 그가 간단하게 물은 것에 대응하려는 듯이 선생 역시 아주 짧게 썼다. 굳이 긴 말이 필요없는 사이라는 것도 작용했고 알아서 잘 하리라는 믿음도 더해졌다. 하산하시오. 그리고 다시 오르시오. 이 간단한 말 한마디로 휴의의 단독 군사행동은 승인됐다. 그래, 이제 옥인동 산을 내려가야지. 오르는 것은 내려간 다음에 결정하자. 그는 옷을 갈아입었다. 가서 대원 두 명을 만나 대상과 시기를 결정하자. 그는 마치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도시락이 든 책보를 등에 메고 가벼운 걸음으로 한옥 골목을 빠져나와 인사동 쪽으로 향했다.

늘 거니는 곳이 익숙해 저도 모르게 발이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이곳은 이제 죽마을의 논두렁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자의 힘과 여우의 영민함으로 이번 일도 지난번처럼 성공하자, 가면서 그런 다짐을 했고 예감이 좋았다. 독립운동으로 이처럼 즐거운 적이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에서 두려움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몸에서 그것이 사라지자 남은 것은 흥분과 기쁨과 충만함이었다. 거기에 경험한 자신감 까지 더해지자 휴의는 더 크게 놀자, 큰물에서 제대로 헤엄쳐보자고 콧노래를 불렀다. 독서의 보람은 이런 것이다. 빈 그릇을 채워 주는 데는 읽기보다 좋은 것은 없었다.

폭탄의 양은 충분했다. 안전한 곳에서 축제 때 써야 한다. 동지들, 이번 작전은 지난 것보다 더 크고 파괴력은 셀 것이오.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소. 대놓고 친일하던 자들이 쥐새끼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소. 새로운 친일분자로 두각을 나타내려는 자들은 움츠러들었소. 다 대원들 덕분이오. 상하이 임정에서도 경하하고 있는데 그 공을 모두 두 대원에게 돌립니다. 휴의가 정중하게 존댓말을 쓰면서 사건 발생 후 한 달 만에 모인 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번 작전은 어딥니까? 성질도 급하군, 그런데 그보다 누굽니까? 급하긴 마찬가지군. 대원 둘은 이런 농담으로 휴의의 엄숙한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 놓았다. 장소는요? 휴의도 질세라 급하게물었다. 질문은 다 나왔다. 휴의는 자신의 질문은 물론 두 대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의견을 물었다. 일제는 지금 비틀대고 있다. 술 먹고 만취해 쓰러지기 직전인데 술이 깨면 다시 제대로 걷는다. 그러기 전에 한 방 먹여야 한다.

느닷없이 달려들어 뒤통수를 깨는 작업은 비겁하지 않다. 술 깬 그들을 우리는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해야 한다. 힘센 사자를 상대할 때는 여우의 간교함이 필요하다.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동의해요. 두 대원은 한 번 더 합을 맞췄다. 휴의는 자신의 생각을 먼저 말하기 전에 대원들의 의사를 물었고 그것은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임정의 지시를 따랐고 지난번에는 자신의 의견에 두 대원이 동참했다. 이번에는 그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싶다. 주인이 된 자는 책임감이 더 크고 높다. 휴의가 이런 판단을 한 것은 작전 후 바로 일본으로 떠날 생각을 굳혔기 때문이다.

덴노를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는 임무를 하늘이 내렸다고 그러니 그 일을 하러 일본으로 가야한다고 그는 거듭 다짐했다. 소규모의 작전으로는 피해를 줄지언정 일제를 완전히 몰아낼 수 없다. 덴노라면 달라질 수 있다. 전쟁을 끝내는 방법으로 휴의는 덴노 처단을 내세웠다.  사라진 덴노 앞에서 일제는 자신을 돌아볼 것이다. 시도 죽는구나. 신이 사라진 자리에는 어리석은 신도들만이 남아서 허둥대고 있다. 그들에게 새로운 신은 필요없다. 그저 평화를 원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인간만 있으면 됐다.

그럴수록 모처의 군기지에서 훈련하고 있는 이개 사단급 대원들의 수준도 궁금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들의 규모와 질도 파악하고 싶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 아니라 자신의 몫이었다. 그는 이제 단순한 폭파전문가가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리는 군대의 총사령관으로 작전을 지휘하고 싶었다.
일본행은 그 다음이야. 그래.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는 없어. 몸이 열개가 아닌 이상은, 군사작전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휴의는 벌서부터 몸이 달아올랐다. 그러자 그는 덴노의 일이라면 자신말고도 다른 적임자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휴의는 바로 자신의 결심을 바꿨다. 덴노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에 맡기자. 그가 할일을 내가 대신하지 말자. 각개 작전은 대원에게 맡기고 자신은 사령관으로 군대를 지휘해야 하는 게 임무라고 여겼다. 임정의 정식 국무위원으로 국방장관 휘하의 총사령관이라면 제대로 한 번 싸워 볼 만했다. 그런 자리가 없다면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옥인동 안가에서 휴의는 이미 여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은 동참하고 그들을 격려하기로 했다.

총독부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저도 동감이고요, 헌병대사령부도 아닙니다. 동의합니다. 그런 경호가 삼엄한 곳은 피해야 하고요. 그렇게 말하고 대원들은 휴의의 분위기를 살폈다. 혹시나 실망하는 기색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안전을 위해 뒤로 빠진다는 인상이라면 달리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휴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나도 그렇소. 그런 곳은 아니오. 적들은 이미 방어벽을 이중삼중으로 치고 있소. 허를 찔러야지. 대원들은 자신의 의견에 휴의가 동의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허를 찌르자는 말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는 이곳은 도저히 대상이 아니다, 라고 여길 만한 장소를 찾자고 했다. 철저하게 적의 입장에서 현실을 직시했다.

신문에서 봤는데 총독은 독실한 불교신자라고 합니다. 그 자는 신사보다 절을 더 숭배한다고 해요. 물론 그런 것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신사참배 동정보다는 절에서 부처님 자비를 빌었다는 내용을 두어 번 본 기억이 있어요. 대원 하나가 장소를 추측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나도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자가 부처님 앞에서 세계평화와 아시아 인민의 독립을 설파했다는. 어불성설이 따로 없어. 침략자가 평화를 내세우고 주권을 뺏고는 독립을 외치다니. 그런 말을 하고도 낯이 가렵지 않을까? 그렇지. 피부 연고라고 바르고 그런 말을 했다면 몰라. 대원들은 농담할 수 있는 여유까지 부렸다. 이런 것은 덕영산장 폭파 성공이 가져온 후광이었다. 그러고도 잡히지 않고 있고 또 다른 작전을 모의하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일제도 붙어보니 별거 아니네. 괜히 맞고만 있었어. 그렇다고 해볼 만한 상대는 아직은 아냐. 자신감도 좋지만 경계를 늦춰는 안 되고. 알아 모시겠습니다. 휴의가 꼰대 투의 발언을 하자 대원 하나가 정중하게 받았다.

그 곳이 어디일까. 구제적으로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것은 건너뛰자. 다음은 시기인데. 정해진 날짜가 있나. 추측해 보면 지난번 산장에서 폭사한 자들의 추념일이 바로 사흘 뒤에요. 아마 그때 조선 민심도 달랠 겸해서 총독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닙니다. 이건 그냥 제 추측이고요.휴의가 확실하냐고 묻는 듯한 표정에 아이디어를 냈던 대원 하나가 황급하게 자신의 말을 수정했다.

아냐 그럴지도 몰라. 나도 그 의견에 찬성해. 지난번 사건 이후로 일정을 미리 공개하지는 않을 거야. 그들도 머리를 굴리거든. 총독이 당하면 전 세계 여론도 관심을 가질 거고. 일제는 결정적 타격이 맞을 수 있어. 조선이 원해서 일본에 합병된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을 전 세계가 알게 되겠지. 조선의 독립 문제는 전후 승전국 모임에서 중요하게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고. 미국이나 영국, 소련, 중국의 의견을 일본도 무시 못 할 거야. 여론은 그러면 우리쪽으로 기울고. 그래서 이번 작전의 성공이 중요하겠군요. 말해 뭐하나 이 사람아. 대원 하나가 다른 대원에게 이렇게 농담 겸 핀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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