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5 18:17 (목)
"국내 의사 연간 진료환자 OECD 3배, 진료문화 개선해야"
상태바
"국내 의사 연간 진료환자 OECD 3배, 진료문화 개선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3.24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정책연구소 진단...교육ㆍ상담 수가 개발 확대 등 제안

[의약뉴스] ‘3분 진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진료문화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의사의 연간 진료 환자수는 OECD 평균의 약 3배에 달하는 상황이며, 의사 번아웃을 막으려면 심층진찰 정착을 위한 진찰시간 차등보상 도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최근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 분석’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진료문화에 대한 단기ㆍ중장기 방안을 제시했다.

진찰은 진료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의료행위로, 우리나라는 ‘3분 진료’라고 불리면서 외국에 비해 진찰시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OECD 통계 분석결과,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의사 방문횟수는 17.2회(OECD 평균 6.8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으며, 의사가 연간 진료하는 환자 수도 6989명(OECD 평균 2122명)으로 가장 높다.

▲ OECD 국가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진찰횟수).
▲ OECD 국가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진찰횟수).

연구팀은 “OECD 국가의 진찰시간과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진찰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의사방문횟수가 높고 의사의 진료환자 수 역시 높다”며 “진찰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의료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의료수가가 낮은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더 자주방문하고, 의사 역시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선행연구에 의하면 의사의 진찰시간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의사 요인과 환자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의사 측면 요인에는 성별, 연령, 진료과목, 진료유형, 업무량, 근무지역, 감정적 소진, 환자중심성 성향 등이, 환자 측면 요인에는 환자의 성별, 연령, 거주지역, 사회경제적 지위, 학력수준, 질환특성, 과거 진료이력, 건강상태 등이 진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의 진찰시간과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 의료수가 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 진찰시간이 짧은 국가일수록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가 높고(상관계수 –0.49),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가 높으며(-0.41), 의료수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의료수가가 낮은 국가일수록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방문횟수가 높으며(-0.36), 의사 1인당 연간 진료환자 수 역시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연구팀은 2020 전국의사조사 자료를 활용해 우리나라 의사의 진찰시간 현황을 분석했는데, 평균 외래 진찰시간은 초진은 11.81분, 재진은 6.43분으로 나타났다.

진찰시간의 경우, 초진은 문진(39.42%), 신체검진(23.20%), 상담 및 교육(23.67%), 진료기록 및 처방전 작성(13.72%)에, 재진은 문진(35.05%), 신체검진(22.49%), 상담 및 교육(27.24%), 진료기록 및 처방전 작성(15.22%)에 각각 할애하고 있었다.

의사 1인당 일주일 동안의 진료환자 수는 초진 평균 39.70명, 재진 평균 125.25명으로 나타났다.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초ㆍ재진 진찰시간이 모두 감소했으며, 의사가 ‘상담 및 교육’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초ㆍ재진 모두 진찰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초진에서는 ‘문진’에, 재진에서는 ‘신체검진’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진찰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의료기관들 중 병원이 의원보다 평균 초진 진찰시간이 길었지만, 재진 시에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재진 시에는 국공립 의료기관보다 사립 의료기관의 진찰시간이 길었고, 수도권과 광역시보다는 도에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 재진 진찰시간이 짧았다”고 말했다.

또 “의사의 근무기관별로는 의원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모두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순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 초진 환자 수가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평균 초진 환자 수보다 유의미하게 적었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 진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를 살펴보면, 초진과 재진 모두 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진찰시간이 감소했다”며 “의사가 기록 및 처방전 작성보다 상담 및 교육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진찰시간이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초진 시에는 의사가 문진에 시간을 더욱 할애할수록 진찰시간이 증가했고, 재진시에는 신체검진에 비중을 더 둘수록 진찰시간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직역별로는 개원의보다 봉직의와 교수의 평균 진찰시간이 짧았고, 의료기관별로는 초진과 재진 모두 의원에 비해 병원의 진찰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초진의 경우 의원에 비해 종합병원에서의 진찰시간이 유의하게 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ㆍ재진 진찰시간이 증가하고 의사가 ‘상담 및 교육’에 시간을 더 할애할수록 진료만족도는 증가하는 반면, 소진(burnout)은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진찰시간 증가에 따른 진료 환자 수 감소가 의사의 소진(burnout)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다만 장기간 고착화된 우리나라의 박리다매식 진료문화를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여기에 연구팀은 진찰시간과 관련한 진찰료 제도에 대한 단기와 중장기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단기방안으로 ▲심층진찰시범사업 확대 ▲의원급이나 중소병원 대상 교육ㆍ상담 수가 개발 확대 ▲소아, 임산부,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가산 개발 및 확대 등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현재 주로 상급병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심층진찰 대상자를 중증ㆍ희귀환자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의료기관 외래 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심층진찰만으로 구성된 외래세션을 마련하고 재진 외래도 심층진찰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실시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를 보다 다양한 질환으로 확대해야 한다.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고혈압ㆍ당뇨병 환자에게 질병관리계획, 대면진료ㆍ문자ㆍ전화 등을 통한 점검ㆍ상담, 질병 및 생활개선 교육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반진료 환자들보다 건강관리에 더욱 비용-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고 전했다.

적용대상 질환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내과계 질환에 국한하지 말고 의료계와의 논의를 통해 외과계 만성질환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국외사례를 살펴보면, 진찰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는 진료 대상에 대한 가산이나 상담료 등의 수가가 세밀하게 개발돼 있다”며 “일반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투입될 수밖에 없는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이를 감안해 추가 보상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제로 대만, 프랑스, 캐나다(온타리오) 등에서는 소아연령에 따라 단계별로 보상을 달리하여 진찰료를 가산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며 “이를 고려해 우리나라도 소아가산을 단계별로, 청소년이나 임산부 그리고 노인에 대한 가산 적용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중ㆍ장기 방안으로 투입 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차등하는 제도를 고려하되, 환자의 지불의사가 있고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적정 수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수가로 인해 가능한 많은 환자를 봐야 의료기관 수익이 보전될 수밖에 없는 구조 에서 짧은 진찰 시간이 고착화됐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의료비용 발생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 스스로의 진료 만족도를 낮추고 소진(burnout)을 야기하여 의료체계의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중ㆍ장기적으로는 진찰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진찰료를 투입시간에 따라 보상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 많다”며 “의료계 내부에서도 진료과나 의료기관 종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는 늘어난 진찰시간에 대해 환자가 충분한 지불 의지가 있고, 의사도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정 수가 보상이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적정 진료 시간, 적정 환자 수, 그리고 이런 진료 환경 하에서 국가가 보장해 줄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입 보전에 대한 논의가 함께 진행돼야만 논의의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