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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사례부족 보수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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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사례부족 보수적 접근 필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3.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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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법제이사, 의료윤리연구회...실질적 판단기준 미흡

[의약뉴스]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으로 인해,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이를 통해 ‘연명의료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의료현장에서의 실질적 판단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전성훈 법제이사.
▲ 전성훈 법제이사.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지난 6일 의료윤리연구회 월례 모임에서 ‘나쁜 치료결과와 형사처벌 - 연명의료 법리를 중심으로’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1997년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으로 의료진은 환자의 소생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사실상 포기하고 환자 가족의 퇴원 요구를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이후 2008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으로 인해 의료계를 중심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논의가 재개됐고, 지난 2016년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법)’을 제정, 2017년 8월 시행하게 됐다.

이렇게 마련된 연명의료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 환자’를 구분하는데,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임을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판단받은 자를 말한다.

말기환자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회복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법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정의돼 있다.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고,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ㆍ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에 따하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해 문서(전자문서 포함)로 작성한 문서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현행 연명의료법에 대해 의학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 이사는 “임종과정환자는 회생가능성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며 사망에 임박했다는 기준이, 말기환자는 근원적 회복가능성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며,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준이 있지만, 이런 환자 상태에 따른 판단만으로 임종과정환자와 말기환자로 구분하는 게 가능하냐는 비판이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둘로 나눌 수 있겠느냐는 의견과 함께, 의학적 실질적 판단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적으로도 비판점이 있는데, 치료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에 근거한 것으로, 연명의료를 거부할 권리 역시 치료결정권에 포함돼 있다”며 “이는 원칙적으로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한다 해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법에 있는 기준으로는 자기결정권을 부인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연명의료법에 대한 실무적 포인트를 짚었다.

전 이사는 “연명의료 중단 시에도 현행법상에서는 통증완화, 영양ㆍ물ㆍ산소 공급은 중단돼선 안 되는데, 임의 중단시 살인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에서 말기환자나 특히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보호자(대리인)로부터 DNR(심폐소생술금지) 동의서를 받아두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심정지라는 특수상황에만 활용 가능한 것으로서 연명의료법에 부합하는 의사표시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진이 면책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번거롭더라도 법적으로 규정된 양식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의무기록 과정 중에 임종 과정에 익스튜베이션(기관지삽관 튜브 제거) 일시나 익스파이어(사망) 일시를 명시하는 것은 오히려 나중에 살인죄 자백이자 증거가 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의료진 면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임종 과정을 상세하게 적어놓지만 소송이 걸려 법적 절차를 밟게 되면 의료진 귀책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연명의료에 대한 사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사건화가 되고,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국민적으로 인식이 되는데 사례가 충분치 않다”며 “의료기관은 가능하면 현행법 조문에 따라 보수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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