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뉴스] 의사의 부주의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을 인정하기 위해선 환자에 상해ㆍ사망 등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은 의정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경 환자 B씨의 어깨부위에 주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손ㆍ주사기ㆍ환자의 피부를 충분히 소독하는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B씨는 주사부위에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감염,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견관절, 극상근 및 극하근의 세균성 감염 등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 2심 모두 유죄를 선고 받았다.
원심 재판부는 A씨의 맨손 주사 또는 알코올 솜 미사용ㆍ재사용 등의 사실이 인정되지는 않으나, A씨가 시행한 주사치료와 B씨의 상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서 A씨의 시술과 B씨의 상해 발생 및 그 관련성, 시기 등의 사정을 종합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의 결과는 ‘파기 환송’이었다.
먼저 대법원은 과거 판례를 인용했다. 과거 대법원은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했거나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고,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ㆍ직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평균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해 사고 당시의 일반적 의학의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과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더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이 증명돼야 한다”고 봤다.
과거 판례를 인용한 대법원은 “의사에게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공소사실에 기재된 업무상과실의 존재는 물론 그러한 업무상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ㆍ사망 등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도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의료행위와 환자에게 발생한 상해ㆍ사망 등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검사가 공소사실에 기재한 바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의 존재 또는 그 업무상과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면, 의료행위로 인해 환자에게 상해ㆍ사망 등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업무상과실을 추정하거나 단순한 가능성ㆍ개연성 등 막연한 사정을 근거로 함부로 이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A씨가 시행한 주사치료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다는 점은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에 기재된 바와 같이 주사치료 과정에서 A씨가 맨손으로 주사했다거나 알코올 솜의 미사용ㆍ재사용, 오염된 주사기의 사용 등 비위생적 조치를 취한 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A씨의 업무상과실로 평가될 만한 행위의 존재나 업무상과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사안”이라며 “A씨의 주사치료와 피해자의 상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등의 사정만을 이유로 A씨의 업무상과실은 물론 그것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까지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업무상과실’의 인정기준과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