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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의사 초음파 사용 “사실관계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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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한의사 초음파 사용 “사실관계 검증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2.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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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변호사 자격 없으면 변호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 지적

[의약뉴스] 지난해 대법원에서 선고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과 관련, ‘상상력에 의존한 판결이 아닌, 판결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22일 의협 회관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회장, 대한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 단국대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겸변호사,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 김상일 정책이사, 최청희 법제이사겸보험이사 등이 참석했다.

▲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는 22일 의협 회관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대한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는 22일 의협 회관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 항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한 바 있다.

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의료인 면허제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 처사이고, 보건의료 체계의 극심한 혼란으로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부인과학회 이근영 회장은 “해당 사건의 한의사 A씨는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에게 68회에 걸쳐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쳤다”며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2년이 넘는 추적관찰 기간 동안 한 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사용했다는 걸 증명하려면 ‘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초음파 소견 등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해 제시된 이론적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제시한 사례에 대해 초음파 사진과 한의사가 내린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고, 일부 제시된 증례에서 진단명과 제시된 초음파 사진 간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이 관찰돼, 초음파에 대한 해석이 잘못 내려졌을 개연성 등이 있다는 검토 결과를 재판 과정에 제출하였지만 이는 대법원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한의과대학의 세계의대목록 퇴출 사례를 보아도 한의과대학의 현대의학 교육수준이 미흡한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전문 강사가 없어 개원한 한의사가 교육하는 사례도 밝혀진 상황”이라며 “의사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배운다 하더라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다.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해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법정에서 변호하거나 판검사 역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강조했다.

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은 “초음파검사는 초음파 탐촉자를 인체에 접촉하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으나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해, 누구나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청진기도 누구나 가슴에 대면 심장과 호흡음을 들을 수 있으나, 이의 해석에는 많은 의학지식과 다년간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의사들의 주장은 면허제도의 의미를 간과함과 더불어 전문 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 비의료행위의 구분을 무시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현행법 규정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초음파 기기는 당연히 의사에 의해서 사용되는 장비로 생각해서 굳이 이와 같은 기기사용에 대해서 금지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까지 현대의학의 경우, 한의학적 침술 같은 것도 심지어 많은 논문과 연구를 통해 원리를 일부 현대의학에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해왔다”며 “이번 결정대로라면 이제 한의학적인 모든 검사, 시술은 현대의학 입장에서도 ‘현대의학과 무관한게 명백한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사실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대법원 판결은 지극히 형평을 잃어버린, 경도된 결정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현 의료법상에서 제시되어 있는 의료이원화의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결정 하에서 앞으로 의료이원화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 겸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상력에 의존해 판결하지 말고 판결을 검증하고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검증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교수는 “대법원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통상적 수준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내놓은 논거를 보면 법조인인 제가 부끄러울 정도”라며 “대법원은 의사도 오진을 할 수 있는데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자료로 계산해 보면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유면허자)는 1만 명당 62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키지만, 반면 운전면허가 없는 무면허자(무면허자)는 1만 명당 4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며 “이런 통계치를 가지고 무면허자가 훨씬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주장한다면 잘못됐다. 무면허자는 일반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대비 교통사고 유발률은 유면허자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무면허자가 유면허자보다 운전사고를 더 일으킨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며 무면허자의 운전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며 “마찬가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더 오진을 한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는 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정당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사법적극주의의 이념에 따라 사회를 선도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그러한 판결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대법원은 판결에 책임을 지는 검증을 시행해 주길 바란다”며 “현대의학은 꾸준히 스스로를 검증해왔고, 이는 현대의학의 가장 큰 특징으로, 환자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대법원은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검증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협, 산부인과학회, 영상의학회는 현대의학을 도용해 불법 의료행위를 시행하고 심지어 환자에게 오진을 하고 거짓 진단까지도 불사하는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큰 위해가 예상된다. 국회와 정부는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명확히 하는 입법절차와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강력한 관리ㆍ감독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며 “한의사들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삼아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통해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무면허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이를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불법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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