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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중단, 환자-의사 ‘구체적ㆍ객관적’근거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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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중단, 환자-의사 ‘구체적ㆍ객관적’근거 중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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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신 변호사, 이화여대 생명의료법硏...현 연명의료법 자의적 해석 방지 위해 필요
▲ 현재 연명의료중단과 관련해 환자의 의사 확인을 가족의 일치진술로 한정하기 보단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을 나열하고 구체적,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현재 연명의료중단과 관련해 환자의 의사 확인을 가족의 일치진술로 한정하기 보단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을 나열하고 구체적,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의약뉴스] 현재 연명의료중단과 관련해 환자의 의사 확인을 가족의 일치진술로 한정하기 보단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을 나열하고 구체적,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는 가족 등 대리의사결정자의 자의적인 취사선택이나 해석의 위험을 방지하고, 무연고 환자 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제현 구영신 변호사는 최근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연구소에서 발간한 ‘생명윤리정책연구’에서 ‘연명의료중단 등에 관한 환자의 의사 추정의 판단기준과 현행법의 문제’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명의료중단은 원칙적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건강상태에 대한 진단과 예후, 중단 이후의 결과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이해한 환자의 명시적인 거부의 의사표현이 있어야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연명의료를 시행할지 또는 계속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임종이 임박한 경우이기 때문에 의사의 충분한 설명에 따른 명시적 거부의 의사표현이라는 방법은 실현되기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이러한 문제 때문에 비록 연명의료중단 시점에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행사된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후 그 의사가 변경됐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전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환자의 자율성 존중 원칙이나 자기결정권 보장의 측면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보게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안된 것이 사전의료지시와 환자의 의사 추정에 의한 연명의료결정으로, 연명의료결정 제도를 입법화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은 성년 환자의 사전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진술에 근거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 제1항 제3호 사전의료지시에 속하는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한 환자의 의사 확인 방법과 비교할 때, 환자의 사전의 자율적 판단을 확인하여 이를 존중하고자 하는 규정인지, 아니면 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규정에 불과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것. 

구 변호사는 “가족의 일치진술이 연명의료결정의 결정적 요건으로 규정하면서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를 전혀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가족이 아무런 객관적 증거 제시 없이 배치되는 진술을 하기만 하면 가족의 일치진술을 환자의 의사로 보는 효력이 상실되는 점 등에 비춰보면, 환자의 자율성 존중이나 자기결정권 보장에 상당히 역행하는 규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입법 배경이나 당시의 사회적 합의의 불가결한 결과가 해당 규정일 것으로 추측되나, 연명의료중단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또는 자율성 존중의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며 “이러한 점에서 법 시행 후 5년이 경과한 현재 시점에서 해당 규정을 원칙에 충실한 규정으로 수정하고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보완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기준과 절차를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까?

영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의사무능자를 위한 의사결정의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의사능력법’에 따라, 대리의사결정 기준은 의사무능력 환자의 최선의 이익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환자의 최선의 이익은 통상 이해하는 최선의 이익과는 그 개념이 다르다고 봐야 하는데, 최선의 이익을 판단할 때는 반드시 환자의 과거와 현재의 희망과 감정, 특히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있었을 때 작성한 서면 진술,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있었다면 그 결정에 영향을 주었을 신념과 가치, 그리고 기타 고려했을 요인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

독일의 경우, ‘민법’에 성년후견인이 연명의료를 포함한 중대한 위험이 있는 의료결정에 있어 후견법원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전의료지시나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대해 성년후견인과 담당의의 의견이 일치하면 후견법원의 허가가 불필요한데, 이러한 대리의사결정의 기준은 언제나 환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가 기준이 되고 있다. 

사전의료지시가 없으면 현재의 생명 및 의료상황이 사전의료지시에서 정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치료의향 또는 추정의사를 판단하고 제1항에 따른 의료조치에 대해 동의하거나 거부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영국의 의사능력법상 최선의 이익 판단기준이나 절차는 환자의 의사 추정에 그대로 도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충실해 보인다”며 “환자의 자율성 내지 자기결정권 존중의 원칙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영국의 경우, 의사가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어 충실한 기준과 절차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과 의료전달체계의 현실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실무규칙에서는 상당히 참고할 만하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독일의 경우, 대리의사결정에 있어 환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판단 기준으로 구체적 증거에 기초해야 하는 것과 필수적으로 고려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이는 대리의사결정의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임의로 자료를 취사선택하거나 자의적으로 판단할 위험을 상당 부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 가족의 일치진술이라는 판단 자료만 명시하고 있을 뿐 환자의 추정적 의사 확인을 위한 판단기준이나 절차를 제시하지 않고 있고, 가족의 자의적 판단 위험에 대해 아무런 견제 장치도 두고 있지 않다”며 “독일의 입법례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연명의료결정법에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 권한의 오남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제현 구영신 변호사는 “연명의료결정은 삶과 죽음에 관한 환자의 실존적 의사결정으로, 타인이 대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대리의사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환자 본인이 의사무능력 상태일지라도 자기결정권을 여전히 보유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정신에 기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관점에서 대리의사결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제17조 제1항 제3호를 살펴보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규정임에도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동의를 확인하는 규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해당 규정의 입법 배경상 이론과 법리에 충실하기보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수준으로 결정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당시에는 불가피했을 수 있으나 법 시행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고 개인주의 내지 개인의자유권 보장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제고됐다”며 “이제 환자의 의사추정에 관한 원칙과 실질에 부합하는 규정으로 수정할 시점이 됐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환자의 의사 확인 자료를 현행법과 같이 환자 가족의 일치진술로만 한정하기보다 독일 등 해외 입법례와 같이 필수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을 나열하고 그것이 구체적인 증거 내지 객관적인 증거에 기초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가족 등 대리의사결정자의 자의적인 취사선택이나 해석의 위험을 상당 부분 방지하기 위해서, 나아가 무연고 환자 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와 의료전달체계 및 임상 현실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매우 엄격한 기준을 설정해 강제규범으로 적용할 경우 현실과 괴리된 규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사정도 환자의 자율성 원칙이나 자기결정권 보장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고려할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또 “현실적 문제는 환자의 의사 확인의 시점을 현행법보다 좀 더 앞당겨서 담당 의료진이 환자와 충분한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의사 추정보다 자기결정의 기회를 더 넓게 보장하고, 설령 환자의 의사추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추정을 위한 신뢰할만한 자료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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