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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도착한 그는 일단 영사관 부터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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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도착한 그는 일단 영사관 부터 찾았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2.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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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휴는 철도회사에서 벌어진 비극의 현장을 보고는 망연자실했다. 뒤늦게 도착한 현지 경찰은 어쩔 줄 몰라 사냥개에 쫓기는 멧돼지처럼 허둥대기만 할 뿐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적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적들의 위치도 알지 못했을뿐더러 그들이 독립군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더구나 기습 후 도주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당황한 그들을 다독이고 전열을 정비한 동휴는 그것이 약산의 짓이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한발 늦은 것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저자라면 휴의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 번 대결해 볼만한 상대라고 여겼다. 독립군 중 몸값이 높은자이니만큼 자신의 손으로 꼭 처단하고 싶었다.

그러나 휴의를 생각하자 그는 자신의 병력을 데리고 다시 두만강 쪽으로 이동을 결정했다. 추격을 하거나 체포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이곳 함경도 헌병사령부나 경찰의 몫이었다.

아직 상부의 명령도 나오지 않았는데 너무 일찍 여기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 일본 경찰이 따졌으나 동휴는 원래 자신의 목표를 바꿀 의지가 없었다. 그는 다만 덕술이의 장례에 대한 지시는 꼼꼼히 내렸다.

이분은 우리 황국의 안전과 승리를 위해 몸 바치셨다. 그 공로가 참으로 크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달리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고 신문에 날 수 있도록 부고를 돌리라고 지시했다. 자신과 행적이 비슷한 덕술이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런 저항도 하짐 못한 채 그냥 당한 시체를 보고 동휴는 더 악랄하게 이를 갈았고 반드시 휴의를 잡아 자신의 동료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다짐했다.

이것은 안 좋은 사례가 될 것이오.

대일본 제국의 유명한 경찰이 백주 대낮에 적에게 사살된 사실은 우리 황국의 수치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모욕이 될 터이니 그에 상응하는 아니 수백 배 수천 배로 보복해야 옳다. 사상이 의심되는 자, 독립군에 협력하는 자는 즉결처분해도 된다. 어떤 심문이나 재판 절차도 필요없다.

동휴는 도열한 부하들에게 그리고 어정쩡하게 자신 쪽을 바라보고 있는 함경도 경찰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그들은 하나 마나 한 소리보다는 실질적인 것이 나오기를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해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삼일 후 동휴 부대는 애초 정한 두만강 일원에 진지를 구축했다. 다행히 휴의 부대가 남하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밀정을 두만강 이북 중국 땅에 보낸 동휴는 남은 시간에 사방에 매복 진지를 구축했다.

남하하는 적들에게는 이곳이 바로 무덤이 될 수 있도록 빈틈없는 작업을 독려했다. 처음에 그들은 열성이었다. 제복을 입고 지날때,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을 때 느꼈던 그런 감정으로 참호를 팠다.

두려워하거나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저처럼 되고 싶다는 갈망 같은 남의 시선은 일제에 충성을 다짐하는 힘의 원천이었다. 일은 고되고 명령은 엄했으나 삼시세끼 밥이 나왔다. 이런 것이 전투라면 진작에 황군이 될 것을 아쉬워하는 부랑아들도 있었다.

전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대기 시간은 길어졌다. 동휴는 발작했고 그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부하들을 걷어 찼으며 이유없이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뻐기고 자랑하던 마음은 금세 사라졌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도주할 길을 알아보느라 겉으로는 일부러 맞아 주는 척 했다.

일주일이 될 무렵 강을 넘었던 첩자들이 돌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휴의의 부대 출전이 임박했으며 그것은 오늘 밤 당장이거나 내일 새벽이라고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했다. 첩자가 가져온 내용 중에 동휴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휴의가 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고 병원에서 탈출했다는 내용이었다. 총알 세발 가운데 두 발이 얼굴쪽이고 한 발은 종아리였다는 것에 더 충격을 받았다. 총알 세 발을 맞고도 몸을 추스러 조선 진공 작전을 펼치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병원은 조선인이 운영하는 부부병원이라고 했다. 동휴는 부부병원과 용희를 연결시켰다. 상하이에서 독립자금을 대는 부부병원의 실체는 조선에서도 은밀히 알려져 있었다. 내왕하는 첩자 가운데 일부가 포목점 집 사장을 알고 있었고 그를 통해 병원장이 통영 출신의 말수이며 부인은 보령에서 출세한 용희라는 것이었다.

보령에서 출세했다고. 그 말을 듣고 동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곳에서 출세한 인물은 자신말고 다른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됐다. 더구나 그 사람은 나와 한때 약혼을 논했던 여자였다. 분명 그 여자는 경성역에서 일본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직공일을 하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험한 일을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맞다. 지금쯤 살아 있다는 것도 기적인데 의사가 돼서 독립군의 뒷바라지를 한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직접 눈으로 보고 만나서 자신을 배신한 용희가 그 용희인지 알고 싶었다. 배신자가 맞다면 휴의가 어떤 루트로 조중국경을 넘고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떠나고 나서 휴의 부대가 기습을 하거나 방어선을 뚫고 평양쪽으로 진군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최악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 일주일 째 그들은 오고 있지 않다.

독립군이라는 작자들도 별수 없을 것이다. 남의 나라에서 훈련은 물론 군자금조차 충분치 않은데 천 명이 넘는 병력으로 도강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게 보였다. 중국 국민당의 적극적인 지원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더 형편 없는 전투력을 가졌을지 모른다. 약산이 비록 함경도를 돌파했다고는 하나 아직 그 아래쪽이 공격받았다는 보고는 없다. 아마 산속에 숨어 있거나 뿔뿔이 흩어져 게릴라 전에 들어갔을 수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약산이 그럴진대 휴의는 그 보다 못할 것이다. 무기도 그렇고 배후 지원군도 없다면 내려오는 즉시 전멸 될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동휴는 본국이나 총독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직계 부하에게 작전권을 주고 자신은 한 명의 부관만 대동한 채 상하이로 떠났다.

길게 잡아도 일주일이면 사태 파악을 끝내고 본대로 복귀할 수 있다. 휴의 부대가 이왕 늦은 거 일주일 만 더 지체해 주기를 바라면서 동휴는 휴의와의 일대 결전이 자신의 손에서 매듭 지어 지기를 고대했다.

이런 마음으로 동휴는 국경의 강을 넘었다. 넘으면서도 자신의 이런 결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기에는 늦었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용희를 만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용희를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랑했다. 그런데 용희가 자신보다는 휴의에게 더 마음이 쏠리고 있었다. 배신자 년. 용희는 자신의 귀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바드득 갈았다.

그는 그녀를 철저히 버렸다. 점례와 함께 일본에 팔아넘긴 것이다. 말이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했지만 대개 경성역에 내린 여자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처리되는지 동휴는 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동휴는 간혹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입술을 깨문 적도 있었다. 여전히 홀로 인 것은 용희에 대한 기다림 혹은 잘못에 대한 반성의 의미라고 그는 스스로 용서를 빌었던 적도 있었다.

자신에게 이런 감정선이 흐르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만난다면 그는 냉철해질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고 그 상상은 언제나 빗나간 적이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남의 여자이고 애까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어린 시절 풋사랑의 기억은 잊어버리자. 그리고 자신이 했던 그녀 부모에게 혹은 점례 일가에게 했던 행동은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다. 우정을 저버린 자라는 손가락질만은 받고 싶지 않았다.

그가 가장 괴로워할 것은 그런 놀라울 만큼 여린 감정이었다. 잔혹한 고문형사에게도 이런 때가 간혹 찾아오는 것이다. 전과 다른 행동을 할 때 우리는 그 자의 최후를 이야기 한다. 지금 동휴는 꼭 그런 상태다.

휴의를 고문할 때 그가 보였던 슬픈 눈빛은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렇게 모질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다 좋았으나 그 눈빛을 보고는 동휴는 고문질을 다른 경찰에 맡겼던 것이다. 그의 등뒤에 너는 내 친구 아니었니? 하는 그럴듯한 환청이 요즘들어 간혹 들리는 것도 문제였다.

친구니 동무니 하는 말들은 낭만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땅을 치고 후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는 그의 길을 갔고 나는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 점례와 용희의 건은 잘 될 수도 있었다. 

다른 곳이 아니고 공장에 취업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일년이 지나고 거의 이년이 다 되 갈 무렵에도 그녀들은 고향에 어떤 소식도 전해주지 못했다. 동휴는 공장이 아닌 탄광이거나 아니면 전선의 위안부 부대로 보내 졌을 것을 알았다.

그 무렵 휴의가 자신의 소개로 들어간 군대를 이탈했고 반역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를 체포했다. 동휴의 생각은 자꾸 이런 식의 과거로 달리고 있었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허나 용희를 만나면 뚜렷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휴의에 대한 것과 그것이 아니라면 임정에 대한 정보 같은 중한 것이어야 했다. 일정이 잘못되면 두만강 쪽은 부하가 처리하고 자신은 여기서 더 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나 만큼 용희나 휴의에 대한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언어가 다른 일본 형사들보다 자신의 수사능력이 뛰어난 것은 이런 점이다. 점례는 지금 일본에 있다. 그녀에 대한 일은 내 손에서 해결 될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용희와 휴의에 대한 것이다. 

이런 쪽으로 생각이 모아지자 동휴는 조금은 편한 마음이 됐다. 나 아니면 용희가 어떻게 의사가 될 수 있는가. 나 아니면 어떻게 점례가 내무대신의 아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느냐. 독립군 대장으로 일제의 요주의 인물인 휴의는 또 어떤가.

이 모든 것은 다 나 때문에 발생했다. 그들은 나를 원수로 여길 것이 아니라 은인으로 생각해야 마땅하다. 상하에 도착한 그는 일단 일본 영사관부터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 온 목적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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