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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할 수 없는 시간이 임박하자 출동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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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할 수 없는 시간이 임박하자 출동을 명령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2.1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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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의는 건강을 되찾았다.

나라도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건강을 회복한 그가 제일 처음 생각한 것은 자신의 건강처럼 조선도 잃었던 것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는 아프고 나서 더 강해졌다. 의심이 들던 독립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고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그는 즉시 약산의 부대와 접촉했다.

그리고 약산의 의중대로 압록강 도하를 인정했다.

약산이라면 믿을 수 있지. 그가 압록강을 무사히 건너서 평양까지 접수해주면 두말할 것 없겠다. 우리 부대와 누가 먼저 평양에 도착하느냐 내기를 해도 좋아.

휴의는 모처에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사단의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는 두만강을 넘어야 한다. 아직 강바람은 차다. 하지만 시간을 늦출 수는 없다. 임정은 전례없이 서두르고 있었다.

약산에게는 바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지도자는 부상에서 막 회복하자 마자 전선으로 떠나는 것이 미안했던지 휴의에게는 개시 날짜를 물어왔다.

우리라고 질수야 없지요. 그러나 열흘도 아니고 하루 정도 늦는 것은 문제 될 것 없습니다. 각 대대와 중대장 인선까지 마쳤으니 내일 이른 아침 안개를 뚫고 출정할까 합니다.

좋아요. 두 분이서 경쟁 한 번 해보시지요.

임정 수뇌부는 이렇게 농담을 했다. 그러나 그의 긴장된 얼굴은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었다. 더는 끌어올 병력도 없다. 중국도 제 앞가림하기에 바쁘다. 러시아는 믿을 수 없고 미국은 작은 반도 나라 조선쯤이야 지도에서 지웠을 것이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병력 손실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요. 알다시피 지원부대는 없습니다. 식량은 각자 조달해야 하는데 절대로 민간에 피해를 줘서는 안 돼요. 자발적 협조라도 반드시 갚겠다는 증서를 써주기 바랍니다.

휴의는 지도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 것이라면 염려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병사가 급하게 공격하고 이동할 때 사령관이 그것을 일일히 확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휴의는 당연히 그래야지요, 라고 말하려다가 각 부대장에게 신신방부하도록 명령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전선의 특수성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일제나 독립군이나 백성을 대하는 태도가 별반 다르지 않다면 그들에게 독립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지도자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휴의와 눈을 마주쳤다. 사령관이 더 열심히 챙기라는 당부였다.

전투에서 이기고도 민심에서 지면 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휴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각서는 임정이 처리해야지요. 독립된 나라에서 주민에 진 빚을 열배로 갚아야 합니다. 곤궁한 그들에게 돕지는 못할망정 식량을 조달했다면 그것은 애국 이상의 그 무엇입니다.

주석은 말을 하면서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지더니 주머니 두 곳에 있던 지폐 꾸러미를 휴의에게 내밀었다. 약탈하는 대신 정당하게 값을 지불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것은 절실할 때 사용하시오. 전적으로 장군에게 맡깁니다.

휴장군은 임정의 살림을 뻔히 알면서도 거액을 내놓은 주석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그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는 봉투를 앞에 놓고 말을 이었다.

이제 제대로 한 판 붙는 거니까요. 일단 치고 빠지는 작전을 쓸 겁니다. 아직 수적으로는 우리가 불리하니 그 방법이 최선이지요. 남하하면서 일제 경찰서와 관공서를 습격하고 방어진지를 기습하면 적들은 당황해서 허둥댈 겁니다.

지도자의 눈에서 그게 맞다고 동조하는 듯한 눈빛이 느껴졌다.

조선 땅에서 독립군과 이런 심각한 전투를 예상한 일본군은 아마도 육군은 물론 해공군까지도 한 명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야말로 기습이지요. 

맞아요. 그래서 작전이 필요한 거고요. 일정은 나와 있나요?

한 달의 시간을 잡고 있어요.

평양까지 말이지요?

네, 그러면 3월달이 되겠군요. 그 전에 돌파하면 서울에서 봄을 맞게 될지도 모르고요. 어쨌든 1919년 그날의 함성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해 볼 참입니다. 그날의 만세소리를 일제에게 들려줘야지요.

지도자는 또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한양에서 종로서 부대가 3천 명의 지원병을 압록강과 두만강 일원에 깔아 놓았다는 첩보를 받았어요. 그들이 지키고 있다면 우회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점을 저도 걱정하고 있는데요. 매복하는 적과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동휴의 병력은 열에 아홉이 조선인입니다. 그들을 회유하거나 선무 공작을 통해 우리 편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싸우기 전에 적진을 와해시킬 계획입니다.

다 생각이 있었네요. 약산도 찌라시 제작이 중요하다고 일전에 말했었지요. 그런 작전도 일단은 적과 접촉해야 하는데 전투 초반에 인명 소실이 크면 낭패지요.

그래서 작전을 하루 정도 늦춘 겁니다. 뚜렷한 해결책은 없지만 오늘 회의에서 중요한 단서를 잡았어요. 함경도 뱃사공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서너 척을 이미 섭외 완료 했어요. 일부를 뱃사공으로 변장시켜 놓고 적의 위치와 동태를 파악한 다음 싸울 것인지 아니면 우회해서 통과할 것인지 정하려고요.

고기를 잡을 시기는 아니잖아요? 

어구를 손질하는 척한다면 크게 의심 사지는 않을 겁니다. 선발 일개 중대를 배에 태워 함경도에 상륙시킨 다음 야밤을 틈타 조금씩 남하하려고요.

적의 반격이 없다면 굳이 공격하지 않고 빠르게 진지를 벗어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이고요. 직접 현장에 가서 부딪쳤을 때 결론이 날 겁니다.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어요. 건투를 비오. 사진 한 번 찍읍시다.

휴의는 지도자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따라 일어섰다. 낡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휴의는 왼손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권총을 잡고 여차하면 발사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무운을 비오. 약산도 어제 이런 자세로 사진을 찍고 떠났습니다. 휴장군 부디 건강을 유의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총알 세 발을 맞고도 한 달이 못되 이렇게 건강합니다. 일제의 총은 썩은 총과 진배 없습니다. 사람 살 하나 파고들지 못하는 총으로 어찌 우리 독립군을 상대 할 수 있겠습니까?

휴의는 객기다 싶을 정도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것은 주석이나 임정에 대한 각오가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부하들에게 주는 용기였다.

나가자, 싸우러 가자. 휴의는 속으로 이렇게 다짐하면서 임정의 안가를 나와 빠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동휴는 압록강이나 두만강에 병력을 배치하지 못한 상태였다. 신문에는 한 달 전에 조선의 학도병 지원자 삼천명이 종로서장의 인솔하에 조-중 국겅으로 떠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를 근거로 주석은 그 기간이면 벌써 병력 배치가 끝났을 것으로 짐작하고 휴의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병력 모집은 쉽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았고 무리하게 강제징집을 해도 잡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노동자, 농민까지 심지어 오십 대까지 닥치는 대로 모았으나 삼 천명에는 미치지 못한 겨우 이 천명만을 모았을 뿐이다.

그들에게 총검술을 익히는 기본 군사 교육에만 보름 이상이 걸렸다. 동휴는 초조했다. 그도 첩보를 통해 휴의의 군대가 남하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판 승부를 벌일 장소로 국경의 강을 택했고 그도 그런 장소를 마다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어중이떠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대라도 급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인원은 그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봤다. 조선독립군은 기껏해야 수 백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훈련된 자들이라고 해도 일당백은 불가하다.

숫자로 밀어붙이자는 것이 일단 동휴의 생각이었다. 일제는 그들 자신도 지키기 버거워 조선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크게 게의치 않았다. 총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미군과의 태평양 전쟁이 중요했지 산발적으로 터지는 조선독립군 정도는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종로서장이 부서장에게 치안을 맡기고 국경으로 이동한다고 했을 때 탐탁치 않았다. 굳이 먼길을 갈 이유가 없고 더구나 그렇게 많은 병력을 옮기 필요도 없었다.

각하, 이 병력은 조센징을 처단하기도 하지만 여차하면 미제를 후방에서 칠 귀중한 자원입니다. 태평양 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후방을 친다는 말에 총독은 알았다는 듯이 동휴의 출병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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