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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추진에 의료계ㆍ시민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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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추진에 의료계ㆍ시민단체 반발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3.02.04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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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입법으로 처리’ 선언에 “편의성 때문에 개인 의료정보 포기해선 안 돼”
▲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힘을 싣자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힘을 싣자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의약뉴스] 여당인 국민의힘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의료계가 거부할 경우 입법으로 처리하겠다면서 의협을 강하게 질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이에 의료계에선 반발 기류가 더욱 커졌고, 시민단체에서도 실손보험사에 환자 개인정보를 넘겨줘선 안 된다거고 맞섰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성일종 의장은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는 가장 필요한 변화는 생활 곳곳의 각종 규제를 타파하는 것이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라고 밝혔다.

그는 “실손보험의 경우 국민 4000만명이 가입돼 있지만 청구가 불편해 소액 진료비 청구를 포기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며 “규제 혁파를 위해 의료계에 협조를 요청해 왔으며 의료계는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의료환경의 획기적 개혁을 거부하면 안된다. 실손보험청구 간소화와 비대면 진료는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의료계가 이를 거부하면 입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의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을 만나,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는 제대로 된 이유를 어디 대보라”면서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의료계 내 반발이 매우 거세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에 보험금청구에 필요한 서류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해당 서류를 전자적 방식으로 보험회사에 전송할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2019년부터 여러 국회의원이 국민 편익 증대를 목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관련 법안을 발의해왔지만 그동안 의료계에서 법안의 부당함을 피력해 법안 상정은 무산됐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히니 거센 반발이 일어난 것.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의 청구 편의를 제공하는 건 보험료를 받은 보험사가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며 “성일종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두고 국민 편의를 운운하는데, 이런 국민편의를 위해 보험사의 노력은 과연 무엇이 있었는가? 차트회사와 협업해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민간 핀테크 회사들이 전송대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핀테크 회사들이 개발한 실손보험 빠른청구 관련 앱들을 보면 청구가 정말 간단하다. 오히려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달라 불편함이 있는데 이런 걸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성 의원이 이야기하는 청구간소화는 관련 프로그램 개발이 우선인데, 청구 프로그램이 없는 상황에서 무슨 입법으로 이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건지 의문이다. 기술적인 문제를 입법만능주의로 해결하겠다는 건 무슨 경우인가”라고 일갈했다.

여기에 시민단체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며 반발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건강보험 보장 정책을 공격하면서 민간보험사에 환자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자동전송하겠다고 하고, 기본적 응급ㆍ필수 진료도 하지 못할 만큼 의료가 시장화된 나라에서 원격의료로 기업의 의료 진출을 허용하겠다고 한다”며 “노동ㆍ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에 대해 ‘실제로는 개인의료정보를 실손보험사에 전자전송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개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소액청구뿐 아니라 건강보험 진료를 포함한 모든 진료정보가 디지털화되어 보험사에 자동전송될 수 있다. 디지털화된 정보는 손쉽게 축적될 수 있고 다른 정보와 연계될 수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자동축적한 전산화된 개인정보를 보험사들이 가입 거절, 지급 거절,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결국 보험금 지급률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정말 민간 보험금 지급률을 올리려면 다른 나라들처럼 보건 당국이 나서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보험료와 최저 지급 수준을 법제화하는 등 규제를 해야 한다”며 “로또나 카지노 슬롯머신도 법적 지급률 하한선이 법제화돼 있는데 민간 의료보험은 완전히 무규제 시장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보험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약 15만 원을 내는데도 민간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비는 정액보험 가입자의 경우 6%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이 약 60%를 보장해 주는 것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며 “이런 현실은 그대로 두면서 환자 지급률을 핑계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넘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에서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와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의료정보라는 개인의 민감정보를 집적하는 것에 대해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이런 정보가 데이터화된다면 과연 국민들에게 이익인지 의문”이라며 “의료계에서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는 의료정보를 집적하는 거 자체를 위험하게 보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간소화를 정책적으로 하겠다는 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고, 기존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 절차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는 안은 의료계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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