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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임핀지, 젬시스 벽 허물어 담도암 생존율 개선 물꼬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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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임핀지, 젬시스 벽 허물어 담도암 생존율 개선 물꼬 텄다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3.02.01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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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AZ-1 3상 임상, ABC-02 이후 12년 만에 생존율 개선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연구 포문...“한국 임상 연구 역량 재확인”

[의약뉴스]

Standard front-line treatment.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담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가운데, 허가의 근거가 된 TOPAZ-1 임상의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의 아이디에서 출발한 TOPAZ-1 임상의 성공으로 한국의 임상역량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지난 2010년 ABC-02 임상 이후 10년 여간 정체됐던 담도암 치료 여정에 새로운 변곡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오도연 교수는 “ABC-02 이후 10여년 간 아무런 옵션 없이 치료하던 현실에서 TOPAZ-1은 24%의 사망위험을 줄여 새로운 표준요법이 됐다”고 역설했다.
▲ 오도연 교수는 “ABC-02 이후 10여년 간 아무런 옵션 없이 치료하던 현실에서 TOPAZ-1은 24%의 사망위험을 줄여 새로운 표준요법이 됐다”고 역설했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드는 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과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이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담도암 발생률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질병부담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치료제의 발전도 더뎌서 지난 2010년 이전까지는 5FU를 기반으로 한 독성 강한 항암화학요법이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담도암 치료에 가장 흔하게 활용됐다.

그러나 5FU 기반의 항암화학요법 역시 소규모 연구자 주도 임상을 근거로 하고 있어 독성 대비 유효성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 가운데 2010년, 영국 연구진이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을 통해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젬시스 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3상 연구 결과를 게재하면서 담도암항암요법에 한 차례 변화가 발생했다.

비록 단일 국가 연구라고는 하나 젬시스 요법이 젬시타빈 단독요법에 비해 사망의 위험을 36%,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은 37%를 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담도암 1차 항암요법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은 것.

하지만 젬시스 요법이 비록 젬시타빈 단독요법보다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를 3개월 이상(젬시타빈 단독 8,1개월 vs 젬시스 11.7개월) 연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1년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에 지난 10여년 간 젬시스 요법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 가운데 2015년을 전후로 면역항암제들이 등장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오도연 교수가 젬시스 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이에 호응하면서 TOPAZ-1 3상이 시작된 것.

TOPAZ-1은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재발, 전이성 담도암 환자 685명을 대상으로 젬시스 요법(젬시스+위약)과 젬시스+임핀지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자 진행한 무작위, 위약 대조 3상 임상이다.

특히 환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54.6%)이 아시아인이었으며, 간내, 간외 담관암은 물론 상대적으로 젬시스 요법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담낭암 환자들까지 포함했다. 

685명의 환자들은 임핀지 병용요법군과 위약군(젬시스+위약)에 1대 1로 배정돼 3주 간격으로 2차례(매 주기 1일차와 8일차)씩 8주기 동안 젬시스 요법을 투약했다.

여기에 더해 임핀지 병용요법군은 임핀지를 위약군은 위약을 3주 간격으로 2년까지 투약했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전체생존율, 2차 평가변수는 무진행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 PFS),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 반응지속기간(Duration of Response, DoR), 안전성 등으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지난 2022년 1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2)에서 발표된 첫 번째 분석에서부터 전체생존율을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한 것.

1차 분석은 2021년 8월 11일 시점의 자료로 임핀지 병용요법군의 중앙 추적관찰 기간은 13.7개월, 위약군은 12.6개월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임핀지 병용 군이 13.7개월, 위약군은 12.6개월로, 임핀지군의 사망위험이 20%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HR=0.80, 95% CI 0.66-0.97, P=0.021).

18개월 추정 전체생존율은 임핀지군이 35.1%, 위약군은 25.6%였으며, 24개월 추정 전체생존율은 24.9%와 10.4%로 집계됐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임핀지군이 7.2개월, 위약군이 5.7개월로 역시 임핀지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25% 더 낮았다.(HR=0.75, 95% CI 0.63-0.89, P=0.001)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임핀지군이 완전반응(Complete Reponse, CR) 2.1%(7명) 포함 26.7%, 위약군은 완전반응 0.6%(2명) 포함 18.7%로 집계됐다.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은 85.3%와 82.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6.4개월과 6.2개월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12개월 이상 반응이 유지된 환자는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26.1%로 위약군의 15.0%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3, 4 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임핀지군이 62.7%, 위약군은 64.9%였으며,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각각 8.9%와 11.4%로 오히려 임핀지 병용요법이 더 낮았다. 치료관련 사망은 임핀지군에서 2명(0.6%), 위약군에서는 1명(0.3%)이 발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11월에는 우리나라도 임핀지를 담도암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후로도 오도연 교수는 TOPAZ-1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를 연이어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2월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 2022)에서는 담도암의 다양한 종류(간내, 간외 담관암 및 담낭암)나 PD-L1 발현율은 물론, IDH1, ERBB2, BRCA1/2 BRAF, FGFR 등 다양한 변이의 환자에서도 일관된 이득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폐막한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3)에서는 TOPAZ-1 추가 관찰 결과를 통해 임핀지 병용요법군에서 생존의 이득이 더 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23.4개월, 위약군은 22.4개월(중앙값 기준) 시점의 분석 결과로, 임핀지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2.9개월, 위약군은 11.3개월이었다.

사망의 위험은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위약군보다 24% 더 낮아(OS HR=0.76, 95% CI 0.64-0.91), 앞선 1차 분석 당시 20%보다 더 개선됐다.

12개월과 18개월, 24개월 시점의 전체생존율은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54.3%와 34.8%, 23.6%, 위약군은 47.1%와 24.1%, 11.5%로 양 군간의 간격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임핀지의 담도암 적응증 확대를 기념해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연구의 주저자인 오도연 교수를 초청해 TOPAZ-1 임상의 가치를 조명했다.

이 자리에서 오도연 교수는 “TOPAZ-1은 글로벌 17개 국가 105개 사이트에서 진행된 연구로, 암종별(간내, 간외 담관암 또는 담낭암) 인종 비례를 보면 실제 임상 현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이어 “1차 분석에서부터 전체생존율을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개선하면서 1차 분석이 최종 분석이 됐다”며 “하지만 추가 추적 관찰 분석 시점이 사전에 계획했던 최종 분석 시점인 만큼, 추적 관찰 분석에서 보고된 24%의 (전체생존) 개선 효과가 임핀지 병용요법의 실제 이득이라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ABC-02 연구와는 달리 TOPAZ-1에서 임핀지 병용요법군은 시간이 흐르면서 위약군보다 생존의 이득이 더 크게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임핀지가 이를 올려 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685명은 1차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3상 임상 연구로는 모집단수가 크지 않았지만, 1차 분석에서 바로 성공한 연구”라면서 “다만, 모집단이 작아서 PD-L1 발현율 등 바이오마커에 따른 통계적인 차이를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두 그룹에서 질병이 진행한(Progressive Disease, PD) 환자의 그래프가 완벽하게 겹친다”며 “젬시스 병용요법에서 질병이 진행하는 환자는 임핀지를 더해도 질병이 진행한다는 의미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과제”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교수는 “ABC-02 이후 10여년 간 아무런 옵션 없이 치료하던 현실에서 TOPAZ-1은 24%의 사망위험을 줄여 새로운 표준요법이 됐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TOPAZ-1은 담도암에서도 면역항암제를 잘 사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면서 “조만간 보다 좋은 연구 데이터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도 더 좋은 치료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TOPAZ-1 이후 일부 면역항암제들이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MSD는 지난 25일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젬시스 병용요법이 젬시스 단독요법보다 전체생존율 및 무진행생존율을 개선했다는 탑라인 리포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과가 공개된 연구 중 TOPAZ-1 외에 아직 젬시스 요법을 넘어선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ASCO GI 2023에서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이메인 엘 디카 교수는 ABC-02 이후 최근까지 진행된 다양한 임상 연구들을 제시하면서 “여전히 담도암 1차 표준요법은 임핀지와 젬시스 병용요법”이라고 일축했다.

오도연 교수는 이처럼 난공불락의 요새인 담도암에서 TOPAZ-1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임상 설계에서 찾았다.

오 교수는 “병리학적 특징을 보면 항암요법의 효과가 위암이나 담도암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젬시스 병용요법을 넘어서지 못한 이유는 임상 설계에 있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 “약제의 선택과 연구의 디자인에서 스마트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임상 연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디자인하는가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측은 TOPAZ-1 임상을 통해 한국의 임상 역량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본사에서도 한국의 연구진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항암사업부 양미선 전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우수한 국내 의료진과 협력해 담도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선보이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국내 암 환자들의 건강한 삶과 보다 나은 치료환경을 위해 임핀지를 비롯한 혁신신약의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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