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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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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뒤로 물러나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1.19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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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의는 대원을 믿었다. 그래서 작전의 전권을 그들에게 주었다. 전권을 받은 두 대원은 서로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람아, 겨우 두 명이서 만장일치라니.

대원 하나가 또다시 농담을 걸어왔다.

두 명이라고 깔보면 안 돼.

휴의가 거들자 다른 대원 하나가 고집 피우면 무조건 반대다, 하고 태클을 걸었다.

염려 붙들어 매라고. 가볍게 피하면서 골을 내질러 버릴테니.

마음대로 하시오.

대원 하나가 먼데 산을 보듯이 고개를 들었다.

나머지 대원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어깨를 잡고는 이것보시오, 당신 목숨은 물론 내 것도 달려 있는데 고집이라니, 하고 달랬다.

맞어. 누구의 목숨도 아닌 우리의 목숨이니 고집으로 될 일이 아니고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결정이 중요하지요.

휴의가 마무리 지었다. 

둘은 마주 보고 웃었다. 어린 아이같은 천진한 미소가 방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동지들, 내가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소. 그렇게 서로 위해주니 가뿐하게 상하이로 떠나겠소.

조선일은 잊어 버리세요. 기어이 해내겠다는 각오가 있으니 뭐든 일은 저질러 질것입니다. 

나머지 대원도 농담기가 가신 목소리로 휴의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잠시 뜸을 들이다 그렇다면 한시가 급하니 지체할 이유가 없다, 난 떠나고 너희는 남는다, 휴의가 명령하듯이 말했다.

더 큰 일이 기다리는 곳으로 어서 가세요. 대장님의 일에 비하면 저희는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해요.

그런 소리 마라. 두 사람이 한 방 터트려 주면 상하이는 도시 전체가 축제에 빠질 거다. 뉴스를 보면서 나는 두 동지를 떠올리고 축배를 들면서 만세 삼창을 하겠다.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동지들, 악수 한 번 합시다.

휴의가 손을 내밀자 두 대원이 내민 손을 위아래로 잡고 하나씩 손을 포갰다. 차가운 것이 따뜻해질 무렵 휴의는 손을 뺐다. 그리고 비자금을 건넸다.

이것은 저희들 보다 대장님이 더 필요하지요.

아니다.

사양하는 그들에게 휴의는 이 한마디 말을 하고는 방을 나섰다. 삼두마차는 돌아갔다. 병원에 도착한 말수는 한껏 기분이 들떠 있었다. 여운이 가시지 않았고 예감 같은 것이 그의 몸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좋은 일이 터지기라도 하듯이 입안에서 흥얼거리는 소리는 박자가 제법 맞았다. 옷을 받아들고 용희는 우리도 한 달에 한 번은 이렇게 하고 살아요. 그럴 만도 하지 않나요? 눈에 띄지만 않는다면 기분 좀 냅시다.

뭐, 그럽시다.

그런데, 여보. 삼두마차는 좀 그래요. 마치 우리가 왕족이 된 기분이 들어 내리기가 싫던데요. 

용희 역시 상하이 야경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했다. 

난 포목점에 가보고 올게.

내일 가도 되잖아요. 급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아니면 듣지 못하는 중한 말이 있는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래. 여보, 이제 겨우 일곱시가 조금 지났어.

그래도 들어 오자마자 나가기요.

그가 작업복을 걸치자 용희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정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도착하기 전에 마차를 잠깐 돌리지 그랬어요?

당신을 책임져야지. 잊지마, 당신 남편은 나라는 걸.

그때 아래층에서 찾는 소리가 들렸다.

형님이 왔나 봐요.

내가 가기로 했는데.

말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말소리가 들리는데 포목점은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특정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용희는 무시하고 씻으려다 말고 귀를 기울였다.

임정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찾는다는 전갈이었다. 굳이 저녁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용희가 의문을 품을 때쯤 말수가 나 좀 다녀올게 하고 위층에 대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용희가 계단을 내려갔다. 어떤 사람인지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목적지가 어딘지도 알아야 했다. 말수가 좋은 예감을 가지고 간 것과는 달리 용희는 그 반대되는 예감을 받았다. 즐기고 온 다음에 오는 나쁜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여보, 잠깐만요. 지갑을 두고 갔어요.

그는 이런 말로 남편을 돌려세웠다. 그와 함께 있던 임정 사무원도 고개를 돌렸다.

임정에서 왔군요.

용희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네, 사모님. 병원장님이 그동안 후원도 많이 해주시고 해서 임정에서 차 한 잔 대접하려고요. 아시겠지만 요즘 눈들이 하도 많아서 일부러 조금 늦은 시간에 와서 죄송합니다.

젊은 사람이 깍듯하게 말하는 것이 조금은 안심이 됐다. 차라리 포목점 집이 낫겠다 싶었는데 아니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먼 거리인가요.

아뇨, 차로 10분 정도 인데 모셔다드릴게요.

그때 밖에서 빵하는 작은 경적음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자 병원은 다시 조용해 졌다. 용희는 창문으로 검은차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뭔가 불길한 마음은 사라졌으나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지만 특별할 것은 없었다. 지레 겁먹을 이유도 없다. 괜한 걱정을 사서 할 필요가 없다며 용희는 다시 이층으로 올라갔다.

젊은 사람의 인상과 부드러운 음성이 걱정된 마음을 차분하게 돌려놓았던 것이다. 차는 시내를 돌고 있었다. 말수는 눈을 감고도 차가 어느쪽에서 어느 쪽으로 이동하는지 알수 있을 만큼 지리에 능숙했다.

그래서 조계지를 벗어났다가 다시 들어오는 차량이 결국은 같은 공간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 바퀴 돌고 같은 자리에 왔네요.

혹 미행하는 차량이 있나 해서요. 요즘은 조심해서 나쁠게 없는 그런 시절이니까요.

젊은이는 어디 태생이오.

옆자리에 앉은 청년에게 말수가 말을 걸었다.

서천 출신입니다.

충남 서천 말이오.

예, 알고 있나요?

안사람이 보령이라서 지도를 좀 본 적이 있어요. 장항에서 강 건너면 바로 군산이지요.

맞아요. 고향 선배님을 만나 뵙습니다.

그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나는 통영 사람이오. 경남 통영? 맞아요. 가본 적 있나요?

그 사이 차가 멈췄다. 대로변이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가시지요. 주석님과 국무위원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차에서 내리자 젊은이가 참석자들의 명단을 말했다.

중요한 자리에 내가 낄 일이 있나 모르겠어요.

아마 주석님이 말씀해 주시겠지요.

운전수는 두 사람을 내려놓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청년은 어느 집의 계단을 향해 오르더니 다시 옆집으로 통하는 작은 골목을 돌아 지하로 난 쪽문을 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아래로 난 계단은 다시 위쪽으로 연결이 됐는데 지대를 확인하지 못해 도착한 곳이 지하인지 일층인지는 불확실했다.

폭파 전문가라고 들었어요. 상황은 다 아실테니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지요. 여기서 결정된 일은 임정의 공식 사항입니다.

주석이 안경이 고쳐 쓰며 말했다. 말수는 지난번 치료했던 그 인물과 동일인 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맞대면하는 자리였다.

참, 일전에 치료 잘 받았어요. 우리 조선인들은 손놀림이 좋아서 외과수술은 믿을 만해요. 특히 우리 선생은 경험이 많아서 제가 쉽게 회복됐어요.

고맙습니다.

말수가 대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워낙 체질이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제가 아니라도 금방 회복 됐을 겁니다.

아니요, 이제는 몸이 예전만 못합니다.

의자 손잡이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저러니 떨림체니 총알체라는 말이 나오는 거군. 말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훈련 교관이 필요합니다. 미군은 자기들 바쁘다는 핑계로 교관들을 다 전선으로 뺐어요. 그만큼 다급한 거지요. 중국 쪽 요원이 있으나 그들도 수시로 자리를 이탈합니다. 선생님께서 한 일주일 정도 집중 훈련을 해주세요. 병력은 30명 정도입니다. 모처 군기지에 대기하고 있는데 다이너마이트는 어제 공수가 됐어요. 장제스 쪽에서 보내오고 나서 불과 한 시간도 안돼 모택동이 그보다 더 많은 양을 트럭에 싣고 왔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하기 전에 선생이 떠올랐어요. 그 포목점 사장이 선생에 대해 늘 말하더군요. 병원장은 폭파 전문가라고요. 거기다 개인화기는 물론 기관총을 다루는 솜씨도 남달라 군사 훈련을 시키는데 적격이라고요. 하지만 병원일에 바쁜 것을 알기에 청하고 싶었으나 늘 마음만 있었지요.

선생님, 한 번 도와주시오. 조선 사람이 먼 이국땅에서 나라를 찾자고 다 제 몸을 사르고 있어요. 이런 부탁은 형편에 맞지 않으나 달리 어디 손을 내밀 데가 있어야지요.

국무위원이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옆에 있던 국방 장관도 선생님이 없으면 폭약도 필요가 없어요. 전에는 그것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았는데 막상 있고 나니 이제는 다룰 사람이 없는 거지요. 전에는 다른 동지가 있었는데 지금 조선에 가서 소식이 끊겼어요. 

말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을 요청할지는 몰랐다. 요청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설 수도 있다는 각오가 있었는데도 막상 그 상황이 오자 조금 뒤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한 달 내내 예약 환자들이 꽉 찼어요. 그래서 토요일까지 병원을 비우지 못하고요. 오늘 일요일이라 한 달 만에 외출 좀 하고 왔어요. 사정이 딱한 것을 외면하는 심정을 이해해 주시고요. 환자들은 나만 보고 있는데...

그 일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외과 의사 한 명을 저희가 준비했어요.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아까 자신의 옆에 있던 청년이 다소곳이 들어와 앉았다.

와세다에서 배우고 상하이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풍부해요. 대신 맡아 줄 겁니다. 한 달 동안.

말수는 훈련 기간이 한 달 정도 필요한 걸 알았다. 잠시라고 하더니 한 달이라. 순간 말수는 폭파 교육의 기본은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정예 요원이라면 30명은 일주일이면 각개 교육이 가능했다. 준비물은 다 있다. 서두르면 삼일로도 아쉬운 대로 써먹을 수 있다. 그는 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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