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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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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3.01.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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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목점 집 주인의 말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로 임정 산하에 3개 사단이 국내 진입을 위해 독립기지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간혹 연합군이 와서 훈련 사항을 점검하기도 했으나 전적으로 조선인에 의해 계획되고 실행되고 있었다.

미군이나 영국군은 그런 상황을 본국에 보고 했으나 자신들의 일도 바빠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3개 사단 가운데 303 사단이 훈련 성과가 제일 좋았다.

일명 삼공산 사단에는 일본군 탈영병들과 학병에서 도망친 조선인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은 기본 군사 교육을 숙지하고 있었고 총기를 능숙하게 다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전 경험이었다.

일본군 탈영병 가운데 도수영 오장은 폭파 능력에서 탁울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는 휴의가 미군 특수부대서 훈련받은 조선인 3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휴의가 훈련소를 탈출해 조선에 잠입한 사이 그는 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미군 배속으로 있다 포로가 됐다. 일본군 포로 신세인 그는 유창한 일본어로 자신이 미군에 속아 훈련 받은 사실을 알리고 황군으로 남은 목숨을 바치겠다고 혈서를 쓰고 일본군 오장으로 입대했다.

정식 일본군이 된 그는 미군에게서 배운 폭파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군에게 중요한 보급로인 다리 폭파는 물론 요인 암살을 위한 지하 폭팔물 매설에도 공을 세웠다.

그는 한 차례 더 폭파 성공을 할 경우 장교 승진도 약속받았다. 신뢰는 그만큼 높았고 한때 미제 스파이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지금은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틈을 이용해 도수영 오장은 필리핀을 탈출해 만주로 숨어 들었다. 그리고 광복군에 합류했다. 그의 합류는 사단에 큰 힘이 됐다. 바로 육군 소위로 임관한 도수영 소위는 훈련병들의 폭파 교육을 담당했다.

임정의 주석은 사단 병력의 국내 진입에 앞서 그를 조선에 급파했다. 휴의를 만나 그를 도우라는 지령이었다. 일차 실패 후 휴의와는 접선이 잘되지 않자 임정은 초조한 나머지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만장일치로 정했다.

도소위는 무사히 압록강을 넘어 조선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휴의와 접선은 쉽지 않았다. 수시로 변경되는 암호가 착오를 일으켰다. 휴의는 일차 암호를 받고 이것은 일제가 흘린 역정보라고 여겼다.

이차 암호를 기다렸으나 뜻밖에도 암호는 노출이 쉬운 상태로 휴의에게 전달됐다. 두 번의 암호를 해독한 그는 일제가 쳐논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암호 해독을 당분가 포기했다.

포기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바로 조선 문인들과의 면담 일정이 잡히자 그는 처형 대상을 급히 바꾸고 그것의 실행에 집중했다.

임정과는 서전에 상의된 바가 없었다. 단독 결정에 대한 부담도 있었으나 오로지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그 판단이 옳다는 신념은 굳어갔다. 차원이 다른 친일파의 처단은 민족의 이름으로 진행되어야 옳았다.

그는 민족이라는 거친 글자에 붓글씨로 쓰고 거기에 자신의 검은 손바닥 인장을 찍었다. 이런 형식이 우습게 보였으나 결의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보면 대단한 각오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편 병원으로 돌아온 말수는 자신이 어떤 처신을 해야 할 지 고민을 거듭했다. 병원일은 이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것은 그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자신 속에 있는 거친 태도가 한동한 숨죽였다가 외부로 폭발하기 직전에 놓여 있다는 것을. 피부 깊숙한 곳에서 꿈틀 거리고 욕망에 말수는 자신에게 충실하자고 다짐했다.

사람은 바꿀 수 없다. 피는 속일수 없는 것이고 말수의 피는 지금 무언가 자신의 힘으로 해치울 것을 찾고 있었다. 우두머리만 처리하면 독립군은 와해된다는 포목점 집주인의 말이 귀를 떠나지 않고 있다.

우두머리는 말하지 않더라도 임정의 주석이 아닌가. 두 번의 치료 경험으로 그는 임정의 신뢰를 받고 있다. 한인회에 대한 후원금과 이따금 전달하는 독립자금도 그런 믿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선인 부부 의사는 상하이에서 독립군의 숨은 조력자였다. 드러내기를 원치 않는 용희의 태도 때문에 이런 사실은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포목점 집 주인을 통해 일제도 어렴풋이 그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일제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기 위해 내색을 하지 않고 동태만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두 번의 병원 방문 이후 주석은 세 달이 지나도록 병원과 연락을 끊고 있다.

낌새를 채고 일부러 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석도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사실 가슴 통증 때문에 정기적인 진통제 처방을 받아야 했으나 주석은 작은 병을 핑계로 자리를 비울 한가한 시간이 없다고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아냈다.

독립군 조선 파병의 시기를 정해야 하고 무엇보다 휴의와 접선이 성공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다른 일들을 뒤로 밀어 놓게 만들었다. 조선으로부터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어 속을 태우고 있다.

장개석 군대는 말로는 앞서 가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주의자들에 뒤쳐지고 있다. 전세가 역전된 곳도 있었다.  그들은 민심을 잡는데 실패하면서 군대는 점차 쪼그라들고 있었다.

독립운동을 하는 조선단체들은 그런 변화를 예민하게 주시하면서 장개석을 외면하고 사회주의 쪽으로 붙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그들과 접촉하면서 조선독립도 그런 쪽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였다.

주석은 임정이 갈라지고 노선 싸움을 하고 사분오열된느 것을 막기 위해 각당 대표 들과 수시로 자리를 마련했으나 생각이 다른 그들을 하나로 모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도 독립군 조선 파견에 대해서는 시기의 문제일뿐 이견은 없었다. 임정은 서둘렀다. 훈련된 일차 병력을 먼저 조선으로 파견하기 위해 주석은 미군 쪽과 은밀히 접촉했다.

그들로 부터 일본의 패망이 멀지 않았다는 정보를 얻으면서 주석의 마음은 급해졌다. 독립군 활동이 미미한 상황에서 일본의 패주는 임정에 대한 발언권의 약화를 의미했다.

임정이 힘을 갖고 패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독립군 파견은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였다.

당장 이달 13일을 디데이로 삼을까 하오.

너무 이르단 말이오. 서두를 필요가 없소. 독립군 병력 일부를 태평양으로 보내야 합니다. 거기서 적의 숨통을 끊으면 일본은 조선에서 떠납니다. 급소를 놔두고 왜 어렵게 돌아가려 하시오.

미군 정보대장은 주석을 바라보며 부하에게 명령하듯이 대꾸했다.

적의 숨통은 태평양이 아니라 조선이오. 조선의 보급망을 끊으면 적은 자연히 숨통이 끊어져요. 왜 그걸 모르시오.

주석도 지지 않고 받았다.

작전은 내가 당신보다 잘 알아요. 그러니 두 말 없이 독립군 일개 사단을 내놓으시오.

주석은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결정권은 자신이 아닌 미국측에 있었다. 주석은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 싫으면 지원을 중단하겠소.

이 한마디는 주석의 다리 힘을 풀리게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머지 2개 사단은 조선 투입용이니 어떤 경우도 차출하기 없기요.

알았소. 그것은 내가 약속하오.

이것으로 급하게 추진됐던 만주 기지에 있던 독립군 삼공삼 사단의 조선 침투는 좌절됐다. 여기서 독자들은 나머지 2개 사단을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병력은 최근 급조된 것으로 군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개인화기 지급도 삼십 프로 정도에 머물러 있다. 총 한 번 쏴보지 못한 사람을 어찌 군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을 파견한 들 무슨 싸움을 할 수 있을까.

주석은 우선 급한 것이 개인 화기라고 했다.

총을 주시오. 개인화기와 일개 소대당 두 대의 기관총이 필요합니다.

그런 것이 말만 한다고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석도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아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곤란합니다.

부족하지만 돈을 조금 가지고 왔소. 이것으로는 기관총 한 대 값도 부족하지만 성의로 봐주시오.

주석은 함께 온 사무관의 가방을 받아 미군 대장에게 인계했다. 파이프 담배를 피던 그는 입술사이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받은 가방을 한쪽으로 밀었다.

아마도 그 돈은 개인이 착복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우리의 목표는 무기의 획득이다.

알았소. 정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협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돌아가서 잘 말할 테니 기다리시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거요. 그리고 참, 훈련 장교 한 명도 지원해 주겠소.

그가 일어서면서 선심을 쓰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주석은 미군 장교가 돈 가방을 들고 나가는 민망한 순간을 보지 않기 위해 서둘러 악수를 하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주석은 차에 올랐다. 두어 명의 사내들이 그림자처럼 주석 뒤를 호위했다. 멀찍이서 신호를 받고 움직이는 그들은 주석이 미군 안가를 빠져나올 때까지 사방을 서성였다.

말수는 주석이 탄 검은 차를 예의 주시했다. 매연을 뿜으며 시내로 들어가는 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말수는 지켜보았다. 저 정도의 경호는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매우 허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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