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3-29 23:03 (금)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판결에 의계 성토 봇물
상태바
대법원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판결에 의계 성토 봇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2.31 0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ㆍ병협 등 7개 의료단체, 규탄 성명...학회 및 시도의사회도 성명 잇따라

[의약뉴스] 최근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의계에선 연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ㆍ대한병원협회ㆍ대한간호조무사협회ㆍ대한방사선사협회ㆍ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ㆍ대한임상병리사협회ㆍ대한응급구조사협회 7개단체는 30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법 판결을 비판했다.

▲ 최근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의료계에선 연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최근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의료계에선 연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은 의료용 초음파 진단기기라는 영역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동시에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 처사”라며 “그 결과 보건의료 체계의 극한 혼란으로 인해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줄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이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그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내린 협소한 판결은 국가가 폭넓고 미래적인 관점에서 보장해야 할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무참한 외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7개 단체는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68회에 걸쳐 과도하게 사용했음에도 환자의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해 기소된 건임에도, 재판부는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환자에게 위해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한 사람인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암이라고 하는 중증 질환을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관찰을 행하도록 자신의 신체를 들여다보기를 허했음에도 심각한 오진이라는 결과만을 받아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행위에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자의적 교육여부나 기기 사용범위 자체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것으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의 건강권 수호라는 헌법이 보장해야 할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7조의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대법원은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규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합리적으로 수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험 속에 방치하는 행위라는 것이 7개 단체의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우리 보건의료 단체들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하지 않은 대법원의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로 앞으로 야기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해는 물론 국가 의료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이번 판결을 주도한 대법관 및 대법원에 있다”고 천명했다.

또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도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무죄라는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선우성)는 지난 29일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허가를 개탄하고,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반드시 이 결정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가정의학회에 따르면 한의사들이 현대의학에 대해 체계적인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이해가 좋아졌다’는 대법원의 판결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초음파 검사의 행위가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다는 발언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결과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는 것.

가정의학회는 “의사들은 초음파 술기를 익히기 위해 영상의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과목과 분야에 대해 전공의 시절 수련 외에도 지속적인 연수강좌, 실기 훈련을 반복해 숙련도를 높이고 있다”며 “충분한 학습과 숙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의사들에게 초음파를 허용한다는 것은 의사들의 피나는 노력을 모독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결정의 시작이 됐던 한의사의 자궁내막암 오진만 하더라도 기술과 지식이 없는 한의사가 허가되지 않은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내린 오진에 말미암은 것임에도 어찌 위해의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원도의사회(회장 김택우)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비논리적이며 결론을 정해놓고 필요한 내용만 가져와서 짜 맞춘 듯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도의사회는 “이 사건은 자궁 난소치료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의원을 운영하며 2년간 환자에게 총 68회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한약을 처방했지만 병의 경과가 호전되지 않자 A병원에서 자궁내막암 2기를 진단받게 된 사건”이라며 “10년 전 오진한 한의사를 처벌해달라는 사건에 대법원은 오진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한술 더 떠 향후 초음파 기기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판례를 바꿔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한의사이면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대법관이 제척사유임에도 회피하지 않고 판결에 참여한 점은 공정하지 못한 재판이므로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했다”며 “방사선 피폭만 없다고 인체 위해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암을 제대로 판독하지 못해 환자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보건위해상 소극적 위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사사로운 법관의 이해관계로 국민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초래하게 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뜻을 전한다”며 “잘못된 판결이 불러올 재앙에 대비해 결사항전과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울산광역시의사회(회장 이창규)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재고’를 요구했다.

울산시의사회는 “내 소중한 가족이라면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을 맡기겠느냐”며 “한두 번도 아니고 2년여 동안 68회의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가 얻은 의학적인 정보는 과연 무엇이며, 오진으로 인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에게 어느 누가 위해성이 없다고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판단기준’이라는 대법원의 변명 같은 빈약한 논리에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의학의 코스프레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것이 의술인데 한의학의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의학 영역을 침범하려는 한의학계도 각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