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대법원에서 희비 갈린 하급심 동지, 카복시ㆍ초음파 소송
상태바
대법원에서 희비 갈린 하급심 동지, 카복시ㆍ초음파 소송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2.30 0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ㆍ2심서 나란히 유죄...대법원은 카복시 상고기각ㆍ초음파 파기환송
▲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카복시를 사용한 한의사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카복시를 사용한 한의사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의약뉴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카복시를 사용한 한의사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1, 2심에서 함께 재판을 받았던 두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다른 것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의사 A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7월까지 환자들을 상대로 카복시 시술을 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며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같은 한의사인 B씨는 지난 2010년 3월경부터 2012년 6월경까지 환자에게 초음파 촬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한의사 모두 자신이 의료기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한 행위는 한의사 면허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등 법령에서 한의사의 기복기 사용 또는 카복시 시술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지만 사실관계 등에 비춰보면 A씨가 기복기를 사용해 카복시 시술을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B씨에 대해서는 “의료법령에서 한의사로 하여금 초음파진단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이원적 의료체계의 목적,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개념,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진단방법의 차이, 초음파진단기의 원리 등에서 알 수 있는 사정에 비춰보면 B씨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자궁, 자궁내막을 확인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에 포함된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한의사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어떤 법적 논리로 한의사들의 주장을 배척한 것일까? 먼저 카복시를 사용한 한의사의 논리는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은 서양의학과 관련이 없다 ▲카복시 시술은 경피기주요법이라는 한의학 원리에 기초했다 ▲카복시에 사용하는 바늘은 한의사들이 다루는 시침보다 가늘기 때문에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가능성이 없다 등이었다.

재판부는 먼저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에 대해 “기복기는 원래 복강 내 검사나 시야 확보를 위해 복막을 확장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제조된 것이었으나 비만치료 효과가 밝혀지자 피하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카복시 시술에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의사들에 의해 카복시 시술이 서양의학 원리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은 한의학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술돼 있을 뿐 아니라 피고인 역시 이 같은 원리에 의해 지방분해 효과가 발생한다고 인정했다”며 “카복시 시술은 서양의학에서 시작되고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로 해 발전된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경피기주요법에 대해서는 “한의학에서 생명과 신체의 근원적 에너지로 이해되는 기의 개념에 공기를 이루는 물질인 이산화탄소가 포함된다거나 공기 중 0.03%에 불과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을 두고 ‘기의 주입’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며 “한의학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의 주입을 통한 치료는 카복시 시술과 같은 비만치료목적으로 사용될 뿐 기가 부족해 생긴다는 다른 병증의 치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은 기흉, 종격동기종 등이 있는데 이는 주사바늘을 몸에 찌른 뒤 체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어서 통상적인 침술에 따른 합병증 위험의 정도와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이 같은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에 기초한 원리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의사가 이를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는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초음파진단기 개발ㆍ제작 원리는 물리학에 기초한 것이지 서양의학의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초음파진단기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했고, 환자에게 침 치료 등을 했기 때문에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한의사에게도 초음파진단기 사용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등을 논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한의사의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초음파진단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진단은 중요한 의료행위여서 검사 내지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독하지 못하면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는 검사 및 진단행위는 영상의학과의 전문과목이고, 영상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인체나 영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는 검사나 진단은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 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한 재판부는 “초음파 검사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므로 초음파진단기는 판독에 있어 서양의학의 원리가 적용될 것을 전제로 개발ㆍ제작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물리학에 기초했다는 한의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2심 판결에 불복한 두 한의사는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 두 한의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대법원은 지난 6월 카복시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기각했지만,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B씨의 상고에 대해선 원심 판결을 파기,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되돌려 보낸 것.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와 관련해 대법원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료법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해당한다고 반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과거 판결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짚었는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수차례에 걸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인 면회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시간이 지났고, 한의과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 교육 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돼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의료법에 규정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한다”며 “헌법에 규정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한의사의 판결이 왜 대법원에 와서 엇갈리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카복시 시술과 초음파진단기기를 활용한 진단은 다른 것”이라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확대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한 것이다. 카복시 시술은 전통적인 한의학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번 판결로 인해 한의사가 침습의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의료기기를 허용하는 취지는 결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는 것.

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법률에 따로 사용 및 설치기준이 나와있는 X-Ray나 CT, MRI 등의 허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용 기준이 명확히 없는 의료기기는 이번 판례를 따라갈 수 있다”며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장비 사용에 대한 길을 터줬다고 할 수 있으나, 그에 대한 책임도 지울 수 있게 됐다.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넓어지니 환영하지만 책임 소재 우려까진 생각하지 아닌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례로 한의계에서 의료기사법 개정에 뛰어들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의료기사법 등에 한의사의 보조인력 지도감독권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사법을 개정해 보조인력의 기기 사용을 지도, 감독할 수 있도록 개정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