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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의계 반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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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의계 반발 고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2.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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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특위 릴레이 1인 시위...바른의료연구소, 전 한의협 회장 및 대법 재판연구관 고발

[의약뉴스] 최근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의료계에선 연일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재판 결과에 항의하며 삭발을 감행했고, 한특위에선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바른의료연구소는 전 한의협 회장과 대법 재판연구관을 고발했다.

▲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의협 한특위 주영숙 위원(좌)과 한의협 전 회장 및 대법 재판연구관을 고발한 바른의료연구소 정인석 소장.
▲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의협 한특위 주영숙 위원(좌)과 한의협 전 회장 및 대법 재판연구관을 고발한 바른의료연구소 정인석 소장.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 대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의료계에선 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장이 판결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지난 26일 대법원 앞에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삭발 이후,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김교웅)는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중한 검토와 판단을 촉구하며 대법원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첫 번째 주자로 조정훈 위원이 나서 27일 1인 시위를 진행했고, 둘째 날인 28일에는 김준성 김형규 위원이 시위에 임했다.

세 번째 주자로 시위에 나선 주영숙 위원은 “한의원에 1년 동안 68번이나 초음파 검사받았던 환자가 근처 산부인과에 한번만 갔는데, 이상 있다고 바로 큰 병원에 보내졌고 자궁내막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1년 동안 68번이나 초음파 검사를 했던 한의사한테 있어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무엇이었을지, 장난감이었는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기계였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음파 진단기기를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 위해가 없으니 환자에게 써도 된다는 판단한 것은 해당 기계는 ‘보여주기 위해서’ 전시해도 된다는 의미인가, 아니면 진단할 때 써도 된다는 의미인가”라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방에서 쓸 때 뭘 원하는지, 그리고 뭘 얻고 싶은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방에서 복진이라는 걸 하고, 보조진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쓰겠다고 하는데, 보조진단인 초음파 진단기기로 확인하고 싶은 영상은 뭔지 알고 싶다”며 “한방적 원리의 초음파사진도 보고 싶다. 이런 뜬구름 잡는 말을 좋다고 허락해준 대법관들이 현명했다고는 못 하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선 사안을 잘 판단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려줬으면 한다는 게 주 위원의 당부이다.

여기에 노정희 대법관을 ‘사법부에 대한 업무방해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에 이어, 바른의료연구소(소장 정인석)도 고발에 나섰다.

바른의료연구소에서 고발한 대상은 전 대한한의사협회 회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정인석 소장은 29일 대검찰청에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정 소장은 “전 한의협 회장 최모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의사 초음파 대법원 판례 해석’이라는 제목으로 Q&A 형식의 글을 게재했다”며 “해당 글에서 최모씨는 대법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에 대한 새 판단기준만 제시했지만 치료용 의료기기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블랭크로 비워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비워둔 이유가 치료용 의료기기에 대한 판단을 구하면 그때 다시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해당 글을 살펴보면 최 전 회장은 ‘대법관들이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명확한 합의를 위해 판단 대상이 아닌 치료용 의료기기 부분을 제외해 놓은 상태일 뿐인 것입니다. 새로 판단할 기회가 생기면 이번 판례의 정신에 기초해 치료용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뜻입니다’라고 적었다.

특히 정 소장은 최 전 회장의 글에서 ‘이상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의 직접 연락을 통해 확보한 사실입니다. 대법관님과 심도 깊은 토의를 통해 진단용 의료기기 외 부분을 블랭크로 남기기로 결정했으나 문제의식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고, 새롭게 판단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다 바뀔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라고 적시한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이는 최모씨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글의 전체 맥락을 살펴볼 때 재판연구관과 상당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대법원 사건에서 대법관들의 합의내용이나 문제의식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된다. 담당 재판연구관과 최모씨는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공동정범”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법관이 합의절차에서 담당 재판연구관의 검토의견을 참고한다는 점에서 재판연구관은 대법관의 심증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재판연구관의 성향과 생각도 대법원 사건에선 공개돼선 안되기 때문에 대법원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연구관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사건의 이해관계자인 최모씨가 담당 사건의 재판연구관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와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위법 정황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서도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경상북도의사회(회장 이우석)은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보지 않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제발 정신 차릴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의사회는 “이번 판결문을 보면 기본적으로 의사와 한의사라는 직역의 차이에 대한 지식 또는 정보가 전혀 없고, 심지어 의사들이 환자를 진찰하고 병을 진단하는 데 사용하는 초음파 검사를 특정 직역의 독점물로 여긴다는 것이 느껴져 안타깝다”며 “축구 선수는 경기 중에 축구공을 사용하고 야구 선수는 야구공을 사용하며 농구 선수는 농구공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규칙인데, 그 규칙을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이상한 해석을 통해 예외가 인정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릇 사람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지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판결을 포함해 앞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 유지, 보호를 침탈하려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강력히 대처할 것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충청남도의사회(회장 박보연)는 성명을 통해 “초음파 기기는 대법관들이 인정하듯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위해성이 없는 최첨단 기기인 것은 맞다”며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을 구원할 진단 의료기기 일수도 있고 사기행위에 동원되는 단순 물리학적 기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은 향후 무자격자에 의한 초음파 기기 오남용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될지 극도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런 결과는 전적으로 이번 판결을 도출한 대법관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이원화된 의료체계가 가져오는 불합리성을 인지하고 면허범위에 따른 의료행위의 구체적 법령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며 “과학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의료일원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광역시의사회(회장 김태진)도 성명을 통해 “의료의 제1원칙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은 선무당이 사람 잡을 판을 깔아 준 것이다. 이번 판결로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초음파 진료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어리석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한의사들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무한·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회장 황찬호)도 대법원 전원 합의체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사회는 “의료법에서는 면허 제도를 통해 의료행위를 엄격한 조건하에 의료인에게만 허용하고 있고, 의료인도 각 면허된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면허의 범위를 모호하게 만들어 이원화된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혼란은 무자격자들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게 만들어 국민건강에 위해가 될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의료인 면허제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판결임을 명심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사법부의 정상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임익강) 역시 ‘특정집단의 불법을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은 어떤 범죄자의 불법보다도 더 무거운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결에 반발했다. 

의사회는 “이번 판결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오진이 발생한다면 다른 의료인의 재판독을 통해 오류를 즉시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돼 보건위생상의 위해보다 더 큰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검사임에도 장비 자체의 위험도만을 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여부를 판단한 대법원의 판결은 그 근거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단순히 한의사에게 초음파 기기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넘어 현대의학과 한의학으로 명백하게 구분된 현행 의료체계의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대법원 판결이 어렵게 유지되고 있는 현행 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의료질서의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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