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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약침 주사한 한의사, 법정구속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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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약침 주사한 한의사, 법정구속 이유는?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1.26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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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위반에 사기죄까지...상행위적 방법으로 병원 운영 선 넘었다 판단
▲ 말기 암환자에 고가의 약침을 투여한 한의사에게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해당 한의사가 투여한 약침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한의사의 정맥주사 행위가 면허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 말기 암환자에 고가의 약침을 투여한 한의사에게 사기 및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해당 한의사가 투여한 약침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한의사의 정맥주사 행위가 면허범위를 넘는 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의약뉴스] 말기 암환자에 고가의 약침을 투여한 한의사가 사기 및 의료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해당 한의사가 투여한 약침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편, 한의사의 정맥주사 행위가 면허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사기 및 의료법위반, 의료법위반교사 혐의로 기소된 S한방병원(사건 당시 한의원) 원장인 한의사 A씨에게 징역 1년 6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한방병원의 직원 B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A씨와 B씨에 대해선 법정구속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한의사 C씨에겐 항소를 기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해당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S한의원 홈페이지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어 말기암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J약침에 대해 광고하며 말기암 환자들의 과장된 호전 사례를 게시했다.  

이를 본 간암 말기 환자 C씨와 그 가족은 같은 해 S한의원에 내원했는데, A씨로부터 12주 치료프로그램을 제안 받고 총 2376만원을 교부했다. 

하지만 C씨의 증상은 점점 악화됐고, D병원에서 촬영한 CT결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최초 CT촬영 영상과 D병원 촬영 결과를 비교하면서 “암이 처음 올 때보다 크기가 많이 줄었다. 암 진행이 멈추고 있다”며 “12주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으니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 제안했다. 이에 C씨와 가족은 1044만원을 추가적으로 지급했다.   

A씨는 다른 폐암 환자인 E씨에도 ‘J약침이 암세포 치료에 탁월해, 암환자가 치료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1069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았다.   

또 A씨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F씨에게 J약침을 환자에 정맥주사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A씨는 S한방병원 홈페이지에 환자치료 사례라는 제목으로 치료 전후의 CT사진 등을 비교 분석해 28가지 호전사례를 게재하고 “S한방병원 약침치료는 우리 몸 속에서 암세포와 싸우는 림프구, 즉 T세포, B세포, NK세포 등의 면역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켜 암 세포를 퇴축시키는 자연치료법이다”, “S한방병원 면역치료는 암세포만 죽이고 면역세포는 활성화시키는 놀라운 표적 항암치료로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J약침에 들어 있는 파낙스 진행 성분의 진세노사이드는 면역 세포를 포함한 정상 세포의 재생과 활성화를 촉진시키고 또한 암세포의 자연사멸을 유도한다” 등의 글을 게시했다. 

또 “S한방병원에는 암 치료만 20여년 해온 국내 유일의 한방 암전문의가 있다”, “양한방 통합 전문의 5명이 진료 중이다”, “치료 후 67% 환자가 암 진행과 전이가 멈췄다” 등의 내용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A씨와 함께 근무하던 B씨도 다른 말기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과장된 호전사례 등을 제시하며 수 천 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치료비를 받기로 공모했다. 

1심 재판부는 J약침의 효능을 문제 삼으며 이들의 행위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면서 S한방병원(사건 당시 한의원) 원장인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한의사 B씨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했다.

먼저 의료광고 관련해 “28개 호전 사례는 다른 부위의 비교 사진이거나 사진만으로 호전 여부를 알 수 없거나 오히려 악화된 사진이어서 호전 사례라고 할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며 “J약침은 저가의 산양삼을 원료로 한 것으로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들어있지 않으며, 이를 암환자에게 혈관 투여했을 경우의 암치료 효과가 전혀 검증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J약침 제조와 관련해선 “J약침은 원료의 화학적 변형 또는 정제에 해당하고 특정인의 특정질병이 아닌 불특정인에게 투약이 상정된 것일 뿐만 아니라, 정맥에 직접 주사함으로써 침구요법이 아닌 약물요법을 추구한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조제가 아니라 제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면서 “A씨에게 그 제조 권한이 없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행한 정맥주사 방식의 약침액 투여도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100cc 내외의 다량의 약침액을 링거방식으로 정맥에 주입하는 시술은 한의학적 침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을 시도하는 것이므로 한의학적 원리에서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J약침액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았다거나 별다른 안전성‧유효성 인정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정맥주사는 A씨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시술이므로 지도ㆍ감독 여부와는 무관하게 간호사가 환자에 이를 주사하는 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과 피고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으며, 여기에 더해 해당 한방병원이 사무장병원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A씨와 B씨를 법정 구속했다.

먼저 2심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이를 부정하는 주장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바 없고 건강보험에서 급여나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적 한의학 기구가 아닌 주사기로 다량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전통적 한의학에서 인정돼 왔던 한의사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한의사의 면허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의사가 산삼약침을 정맥주사 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 인정을 받고 급여나 비급여라는 제도권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저목해 적은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의료기술로 2001년 급여가 됐다가 2006년 비급여로 전환됐다.

S한방병원의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 추출한 약물을 주사기로 혈맥인 정맥에 일정량씩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주입해 암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일부 한의학 대학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0년경 이후에는 대부분 한의사가 실시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도 2011년 4월, 201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정맥에 약물을 투입하는 혈맥약침술은 한의사 면허범위에 속하는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재판부는 S한방병원 측이 산삼약침 효능의 긍정적인 것만 집중적으로 환자에게 설명한 것도 ‘기망’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0년 전부터 대한약침학회나 대한암한의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산삼약침에 대한 긍정적 보고와 연구 논문 등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성분의 종류나 명칭 등 자세한 내용이 연구돼 규명된 바가 없다”며 “현대의학적으로도 산삼약침 성분 추출이 쉽지 않고 암 환자에 대한 효능도 아직 만족할만한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약침액이나 시술비의 합리적 산정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고 산삼이 고가이기 때문에 S약침 가격이 상상외로 비싸다고만 말했다”며 “가능한 모든 치료를 동원해보려는 환자와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압박하고 미리 돈을 받아 치료를 중도에 그만두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막연히 산삼이나 인상이 인체에 유익할 것이라고 믿는 일반인을 상대로 그것을 강조하고 확신하게 하는 방법으로 산삼약침애 시술을 받도록 유도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산삼약침 제조 당사자 외에는 원가를 알 수 없고 효능 역시 외부인으로서는 좋은 원재료가 사용됐는지 알기 쉽지 않다”며 “일부 한의사는 산삼약침 1회 시술에 10만원, 1주일에 3회 투여 시 월 120만원을 받기도 하는데 S한방병원 비용은 매우 고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S한방병원 측은 환자 상담과정이나 진료계약 체결 과정에서 산삼약침액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음에도 들어있다고 말했다”며 “CT 촬영 결과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음에도 반대로 말하거나 내용을 과장하건, 알려줄 의무가 있는 내용을 묵비, 은폐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기망했다고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가 무자격 의료기관 개설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의료기관 개설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추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을 뒤집었다.

S한방병원의 대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A씨와 B씨를 살펴보면, B씨에게 한의사인 형이 있으며, 이 형은 A씨와 대학동기로, 2008년 A씨의 대학동기가 운영하던 한의원에서 B씨는 행정원장으로 A씨는 진료 한의사로 함께 일하면서 함께 경영하기로 한 것.

A씨와 B씨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설립하는 형태를 활용,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는데, MSO는 본래 병의원 홍보 및 환자 관리, 유치 등을 지원 보조해 그 운영을 돕고 수익성을 증진하는 것으로, 홍보 및 환자 관리ㆍ연락, 회계ㆍ재산 등 비의료적 업무지원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의료인만이 담당해야 할 성질의 업무인 환자상담이나 진료계약 체결, 진료동의서 청구 등을 하거나 이를 통해 부당한 방법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이에 대해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하는가 하면, 회사 앞으로 병ㆍ의원 운영수익을 부당히 유출, 회사의 대표자 등으로 행세하면서 실제 병ㆍ의원을 운영하는 비의료인이 이를 수취하는 등 비리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S한방병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A씨는 병의원 직원을 여러개 팀으로 만들어 직원회의나 교육 등을 통해 매출을 독려했으며, 환자 상담 후 진료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퇴원하는 환자 비율을 직원별로 통계내 실적이 좋은 직원이나 팀에게는 상여금을 지급했다. 

반대로 실적인 좋지 않은 사람은 감봉, 견책(질책)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가하거나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퇴직하게 하는 등, 상업적인 방식으로 병ㆍ의원을 운영한 것.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형을 정할 때 많이 고심했는데, 재판부가 가장 고심한 것은 A씨와 C씨에 대해서다. 의사는 상인이 아닌데 상인적 방법이나 상행위적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면 안 된다”며 “재판부가 판단하기엔 그 부분에 대해 선을 많이 넘었다고 판단해,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겸대변인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이 널리 알려져서 기댈 곳이 없는 말기암 환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며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검증되지 않은 행위를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분은 환자에게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며 “사무장병원은 환자를 생각했을 때 존재해선 안 된다. 불법적인 사례를 통해서 앞으로 환자 피해가 없도록 협회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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