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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부정확한 자료 근거한 행정처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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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부정확한 자료 근거한 행정처분 제동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1.0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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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정지 처분 취소 판결..."사실확인서, 증명 자료 삼을 수 없어"
▲ 법원이 부정확한 현지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했다.
▲ 법원이 부정확한 현지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했다.

[의약뉴스] 법원이 부정확한 현지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복지부가 내린 72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015년 12월 경, 2016년 7월 경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청구 현황 등에 대해 현지조사를 받았다. 조사대상기간은 2013년 6∼2015년 11월까지, 2016년 3월∼2016년 5월까지 총 33개월이다.

현지조사 결과, 약 5000명의 수진자의 진료내역에 대한 부당한 청구 사실이 적발됐고, 부당금액은 6700여만으로 산정됐다.

현지조사에 따르면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5740여만원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 180여만원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660여만원 ▲내원일수 거짓청구 100여만원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100여만원이다.

A씨는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위반사실을 자인하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에 서명했고, 현지조사와 사실확인서를 근거로 복지부는 2018년 7월 13일 72일간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업무정지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A씨는 본인부담금 과다징수에 대해 “수액제(삐콤펙사주, 타론주, 알타질주, 코티소루주, 휴온스텍사메타손디나트륨) 등을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로 비용을 지급받았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여러 수진자들에게 수액제를 비급여로 투여한 사실이 없고, 비급여 비용을 받은 사실 자체도 없다”며 “일부 수진자들에게는 타론주를 투여한 뒤 그 비용을 요양급여로 처리했다. 모든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비용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와 관련해서는 “675건 상당의 비급여대상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그에 따른 진찰을 했을 뿐, 별개 질병에 대한 진찰을 하지 않았음에도 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했다고 하는데, 대다수 수진자들에게 예방접종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혹여나 비급여대상인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별개로 요양급여대상 질병에 대한 진찰을 했다면 진찰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에 대해 “건강검진을 받은 수진자들에 대해 건보공단에 검진비용을 청구했음에도 검진비용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이중청구했다고 하는데, 여러 수진자들에 대해 검진비용을 이중청구한 사실도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A씨의 사실확인서는 이 사건 처분사유들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A씨가 직접 자필로 사실 확인서에 서명하고 날인한 사실, 그리고 사실 확인서에는 각 처분사유에 해당하는 수진자들의 명단이 각각 첨부돼 있는 사실 등은 인정된다”며 “확인서의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확인서는 내용의 미비로 인해 각 처분사유에 대한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확인서의 내용을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각 처분사유에 해당하는 수진자들의 수는 무려 5000여명에 이른다”며 “각 처분사유와 같은 행위는 현지조사가 이뤄진 때로부터 최소 2개월에서 최대 3년 이전에 이뤄졌으므로 A씨가 각 처분사유와 같은 행위를 각 수진자별로 정확히 기억하고 확인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A씨가 확인서에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하기에 앞서 5000여명에 이르는 각 수진자별로 각 처분사유를 면밀히 검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부여됐다고 볼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며 “건보공단은 각 수진자들에 대한 개별 진료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확인서에 각 처분사유에 관한 내용을 부동문자로 기재했고, 그 결과 확인서에는 각 수진자별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확인서가 각 수진자별로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정확하게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재판부는 사실확인서만으로는 각 처분사유가 모두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과다징수에 해당하는 1만 188건 모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ㆍ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삐콤헥사주 및 수액제를 단순한 피로 또는 권태의 해소를 위해 수진다들에게 투약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중 일부는 수진자들에게 예방접종을 하고 독립적인 요양급여대상 진료행위를 하고, 그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내역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총 675건 모두가 속임수 등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행정처분은 수진자들이 비급여대상인 예방접종을 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수진자들이 예방접종을 한 사실 자체가 없다면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는 인정될 수 없고, 이 부분 처분사유에 부합하는 증거로 사실 확인서를 증명자료로 삼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와 관련 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의사가 내과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수진자들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수진자들에 대한 검진비용을 이중으로 청구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등 처분사유 중 A씨가 인정하는 일부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처분사유 상당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수진자별 개별 검토나 조사 없이 일부 인정된 부당청구와 관련된 키워드를 입력해 산출된 명단을 부당청구로 간주한 현지조사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부당청구금액을 특정 하는 것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는 전체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A씨가 다투지 않고 있는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 내원일수 거짓청구를 기초로 월평균 부당금액, 부당비율을 다시 계산하면, 이 사건 처분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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