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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영웅본색(1986)-색과는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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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영웅본색(1986)-색과는 다른 이야기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11.02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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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함부로 걷지 말아야 할 길은 눈 덮인 벌판길 만이 아니다. 내딛는 첫발은 후세의 발자취나 이정표가 되기는커녕 자신을 파멸로 이끌기 때문이다.

자호(적룡)는 홍콩의 밤 길을 함부로 걸었다. 결과는 뻔한 것이다. 영화가 시작됐을 때 이미 그는 암흑가의 보스다.

그 이전까지 얼마나 많은 잔혹한 짓이 그를 여기까지 끌어왔는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자. 그에게는 동생 자걸(장국영) 있다.

둘은 장난치며 싸우며 누구보다도 형제애가 두텁다. 그러나 가고 있는 길은 다르다. 형이 범죄자라면 동생은 경찰이다. 자 여기에 소마(주윤발)가 등장한다. 자호의 친구로 자걸과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마약과 위조지폐범이 한 탕 크게 하려고 홍콩을 떠나 대만으로 간다. 그러나 흔히 그렇듯이 조직의 배반으로 자호는 체포되고 3년 형을 언도 받는다. 쉽게 얻는 정보는 가짜인데 그것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소마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혈혈단신 적의 진지 깊숙히 들어간다. 풍악이 울리던 풍림각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다. 쌍권총을 들자 모인 조무래기들이 추풍낙엽이다.

그러나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확인사살 하기 전에 뒷모습을 보였다. 두목급치고는 어리석다. 영화배우도 아닌 주제에 한껏 멋 부리다가 죽어가는 자의 저격을 받고 다리를 다쳤다.

세월이 흘렀다. 형기를 마친 자호가 나온다. 그에게 조직원이 다가선다. 손에 두부를 들지 않았으나 친절하게, 준비된 차에 오를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자호는 거절한다.

'손씻었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전과자가 운영하는 택시회사에 취직했다. 택시 드라이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가 생각난다.)가 된 그는 정말로 개과천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세차를 하는 소마를 본다. 찬밥을 먹으면서 절뚝거리는 나의 동료, 의리로 뭉친 나의 친구, 소마.

소마는 마지막을 제의한다.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 없다고. 절규의 눈빛, 간절한 호소 한 번 들어줄 만 하다. 자호가 넘어갈까.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 주윤발은 이후 숱한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 영화는 단연 그의 최고 출연작이다. 담배불을 붙이는 성냥골을 입에 물고 씹고 있는 장면은 그가 어둠의 세계를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 간접 증명한다.
▲ 주윤발은 이후 숱한 영화에 출연했으나 이 영화는 단연 그의 최고 출연작이다. 담배불을 붙이는 성냥골을 입에 물고 씹고 있는 장면은 그가 어둠의 세계를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 간접 증명한다.

택시회사를 습격하는 조직원들, 자호의 부하였던 자는 보스를 죽이고 새로운 보스가 돼 그와 소마를 없애려 한다. 화면은 교차하고 경찰이 된 동생은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범죄자의 동생이란 낙인으로 승진에 누락된다. 형을 체포해야 하는 동생, 가혹한 운명이다. 이제 마지막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이백만 달러와 조직의 비밀을 담은 테이프를 교환 조건으로 자호와 소마가 조직과 한판승부를 벌인다.

한마디로 볼만하다. 쌍권총과 기관총이 난무한다. 먼저 떠난 소마는 뱃머리를 돌려 다시 싸움의 한 복판에 선다. 세상에 강호의 도리가 있다는 것을 실천하는 그가 홀로 갈 리 없다. 결과는, 이렇다.

소마는 뒷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죽는다. 자신을 믿기 때문에 내가 신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소마는 짧고 굵은 인생을 끝장낸다. '홍콩의 야경이 이토록 아름다웠나요', 그의 마지막 말은 아니었으나 그는 죽어가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조직의 두목은 자수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돈으로 매수해 삼 일 후 보석을 자신하면서. 자호는 동생에게 적의 처단권을 준다. 동생은 그렇게 한다. ( 그가 죽자 잘 죽었다고 비난하지 말자. 대신 나는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지 반성해 보자.) 

그리고 손을 나란히 수갑을 찬 채 줄지어 늘어선,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경찰 앞으로 다가간다.

이로써 사회는, 국가는 더 좋아지려나. ( 영어 제목: A Better Tomorrow)이것이 대략적인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의 줄거리다. 80년 중반 젊은 청춘이었다면 이 영화 한 편으로 여러 날 즐거웠다.

만나면 그 영화 봤느냐고 물었고 주윤발의 총솜씨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더군다나 조직의 의리와 권선징악까지 적절히 녹여 냈으니 한 번 꺼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잡담이 이어졌다.

평론가들은 홍콩 느와르 영화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했고 그 평가는 할리우드의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고 주석을 달았다. 이후 쏟아지는 찬사는 굳이 언급하면 사족이 될 것이다.

영웅은 색을 좋아한다는 패러디가 있었으나 색과는 다른 이야기인 것을 이제는 알 것이다. 한 번 본 사람은 다시 보고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은 찾아서라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래전 영화이나 지금 봐도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웰메이드 영화이기 때문이다.

국가: 홍콩

감독: 오우삼

출연: 주윤발, 적룡, 장국영

평점:

: 당시 선전물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금부터 세계 액션 오디션은 영웅본색이 맡는다. 홍콩 영화의 이미지를 바꾼 시대를 넘어 기록될 단 하나의 명작. 세계 영화계의 거대한 파도' 등등.

그러나 이런 찬사는 단지 관객을 끌기 위한 선전물이 아니었다. 적어도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역대 최고의 걸작 액션 <영웅본색>이 아시아 시장 전체, 아니 세계 영화 시장 전체를 쓸었다‘는 정도라면 몰라도.

자걸의 음악을 전공한 아내는 늘 울듯 말듯한 얼굴로 관객을 애처롭게 한다. 액세서리 정도로 출연했으나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변하는 등 영화에서 빠졌다면 아쉬웠을 감초 역할을 나름대로 해냈다.

한편 주윤발의 흡연은 탄창을 갈지 않아도 발사되는 총알처럼 쉬지 않는다. 그 당시는 그랬다. 흡연은 하나의 낭만이며 혁명이며 멋이었고 전염병이었다. 독재자의 권세가 하늘을 찔렀던 그 당시 그것은 하나의 저항이었다.

성냥골을 입에 물고 질근질근 씹는 장면은 너저분하지만 더없는 소품이었을 터. 설마 너나 나나 따라 한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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