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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사고, 재난대응팀 최선에도 현장통제 안 돼 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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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사고, 재난대응팀 최선에도 현장통제 안 돼 화 키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0.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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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의학과의사회 이형민 회장, 미흡했던 초기대응 지적..."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 준비 필요"
▲ 이형민 회장.
▲ 이형민 회장.

[의약뉴스]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와 관련,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난대응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현장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지난 30일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기자간담회가 끝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조명했다. 재난대응팀과 응급실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지만, 초기대응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앞서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 할로윈 축제를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게 되면서 다중밀집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10월 31일 오전 6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

이형민 회장은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현장 대응에 대한 질문에 출동 시간이나 현장 정리는 적절했지만, 현장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 회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대응팀이 상황을 인지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대응팀이 현장에 출동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적절했다고 본다”며 “재난대응팀이 도착한 후 현장 정리도 잘 된 편으로, 이는 재난에 대비해 매년 실시한 훈련의 성과다. 현장이 서울 한복판이었는데 환자들이 서울 전역으로 빠르게 배분된 것도 이전보다 진일보한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기대응에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사실 재난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사실 심정지 환자는 초기 우선순위에서 빠지는 게 맞다”며 “재난 상황서 1순위는 중환자로, 아직 호흡을 하고 응급조치를 하면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우선순위로 받고, 사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우선 배정됐어야 했다”고 전했다.

중환자들이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갔어야 했는데, 초기에 심정지 환자들이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 처치에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병원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은 순천향서울병원이 있는 한남동부터 이태원까지의 도로가 차량에 막혀서 중환자 이송이 어려웠던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장통제가 제대로 안 됐는데, 환자가 이송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면서 일반인을 배제하고, 중환자를 우선 구조해야 했다”며 “시민들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환자들을 업고 나오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심폐소생술을 한 당사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심폐소생술과 구조는 현장 인력에게 맡겨야 한다. 남아있는 시민들은 뒤돌아서서 벽을 만들어 현장 노출을 막고 다른 시민들이 다가서지 못하도록 해주는 게 대응에 도움이 된다”며 “최대한 빨리 현장을 빠져나가고 사건 현장을 비우도록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어제 사고 현장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됐는데, 방송이 해야 할 일은 현장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재난 현장에 가지 말라고 안내하는 것”이라며 “이태원 압사 사고 때 지상파 3사와 YTN 등 언론의 방송 태도는 유튜브 방송과 차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회장은 현장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로 재난에 대응할 준비가 부족했다고 짚었다.

그는 “재난 상황에선 누군가 현장을 컨트롤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무엇을 하고 지시하고 허가하는 역할을 아무도 몰랐다”며 “재난에 대응할 연습이 부족하고 준비가 부족했는데, 아무리 교육해도 실제 현장은 그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제 실질적인 것을 가르치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재난 매뉴얼은 세계에서 최고로 좋지만 이 매뉴얼이 지켜지지는 않는다”며 “현장이 통제되려면 주변을 물려 구급차를 일렬로 들여보내고, 중요한 환자를 순서대로 딱딱 구조해서 나가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앞으로 재난 대응 체계 개선을 위해 재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컨트롤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 아이들에게 사람이 5만 명 이상 모이는 장소나 행사는 가지 말라고 한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 6만명이 모였다고 가정하면, 보통 1만명당 20명꼴로 응급의료상황이 발생한다”며 “그런데 경증에서 중증까지 60~70명 이상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과연 이를 대처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에는 돈이 들고 세상에는 똑같은 재난이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보여주기식 지침을 만들고 눈에 보이는 연습은 그만둬야 한다”며 “실질적인 연습을 하고 대비하고, 재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컨트롤할 시스템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 소방 부문이 담당하고 있는데 의학적 대응이 주가 돼야 하는 상황에는 최소한 보건복지부나 의료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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