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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어디까지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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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어디까지 책임질까?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0.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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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수술 후 악결과, 의료진 책임 아니면 설명의무 위반 아니다”
▲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악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의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악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의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약뉴스]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악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정도의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사망한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파기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하혈 증상으로 인해 B산부인과의원에 내원해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 비정형 선세포 소견이 나오자 지난 2017년 4월경 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고인)에 대해 자궁경부확대술, 액상자궁경부세포검사, 골발 MRI검사 등을 시행했는데, 검사 결과 자궁경부에 약 3.5㎝의 종양이 발견됐다.

A씨에 대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한 의료진은 선행항암화학요법을 하고 5월 중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B병원에서 세 차례 시스플라틴(Cisplatin)을 이용한 선행항암화학요법을 받았지만 복부 CT검사에서 자궁경부 종양과 양쪽 골반 림프절이 더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다른 대학병원에 옮겨져 복강경하 광범위 자궁절제술 및 림프절제술을 받고 6월 9일 퇴원했는데, 수술 후 발열, 복막염 의증, 혈전증으로 재입원했다. 악성종양의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등 전신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졌고, 결국 감염성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의료진은 당시 시행된 검사를 통해 확인된 임상적 병기를 고려할 때, 즉시 표준적 치료방법에 해당하는 근치적 자궁절제술 또는 동시화학방사선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최선의 치료를 해야 함에도, 표준적인 치료법이 아닌 선행항암화학요법을 권유하고, 결정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행항암화학요법이 표준적인 치료방법인지 여부, 합병증이나 후유증, 생존율,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아 병기가 악화될 가능성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했어야 함에도 선행항암화학요법을 받으면 결과가 좋을 것처럼 권유하는 등 설명의무를 위반한 잘못도 있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 유족들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부인종양학회가 작성한 ‘자궁경부암 진료권고안’에는 선행항암화학요법 후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등 의료진이 고인에 대해 자궁경부암에 대한 치료방법으로 근치적 자궁절제술 또는 동시화학방사선치료를 시행했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선택한 것이 의사로서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진은 A씨에게 선행항암화학요법을 권유함에 있어 다른 치료방법의 존재와 각 치료방법의 장단점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고인이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암제 치료 동의서에는 ‘방사선 치료나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으나 치료효과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동의서는 A씨에 대한 1차 선행항암화학요법이 시행되기 약 5시간 전에 작성된 것”이라며 “동의서만으로는 의료진이 선행항암화학요법을 권유하면서 그 단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양 측은 항소심을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의료진 과실은 물론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고인에게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 전에 A씨에게 ‘시스플라틴 항암제 치료의 목적 및 효과, 과정, 항암제 치료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항암제 치료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과 후유증, 항암제 치료 이외의 기행 가능한 다른 치료방법(방사선 치료나 보존적 치료 등), 항암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의 예후 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기록 감정 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선행항암화학요법으로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없다”며 “설령 의료진이 다른 치료법과 그 장ㆍ단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의료진의 침습행위 때문이 아니므로 A씨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됐다거나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문제가 현실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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