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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방어인력을 크게 줄이라는 본국의 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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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방어인력을 크게 줄이라는 본국의 명령을 받았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10.17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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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대사령관이 지휘봉으로 식탁을 탁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거침이 없는 행동이었다. 동휴가 멈칫하고 몸을 움직였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아무리 헌병대사령관이라고 해도 종로경찰서장을 마주 앉혀 놓고 마치 때리기라도 하는 행동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엄한 선생이 말썽꾸러기 학생을 닥달하는 태도였다.

그러나 동휴는 대놓고 내색하지는 않았다. 때린 곳이 바로 휴의의 면상이기 때문이었다. 지휘봉 끝은 정확하게 휴의의 얼굴을 강타했고 그 힘으로 눈 주위가 찢어져 나갔다.

몽타주가 옆으로 비틀어져서 얼굴쪽이 동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빠가야로.'

동휴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면서 헌병대장 못지 않은 적개심을 뿜어냈다.

'아는 자지요? 그렇지요? 안 그래요?'

야마모토 신지가 속사포 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그럴 필요없었다. 이 헌병대장이라는 자는 성격이 불같았는데 그렇다고 그것이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화를 풀수는 있었지만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부하들은 겁을 먹었고 그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망설였다. 그러다가 정작 중요한 정보를 놓치기도 했다.

'멍청한 놈.'

한꺼번에 질문을 한다고 해서 원하는 답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동휴는 헌병대장이 덤벙댄다고 생각했고 최고 지휘관의 그런 성격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알고 있어요. 알다 마다요. 일찍이 친구였어요.'

그도 세 가지 말로 질문에 답변했다. 이미 알고서 하는 질문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작은 눈이 옆으로 찢어지면서 와타나베는 총독부 습격 사건이 마치 동휴 때문에 일어난 일인 듯이 그에게 매서운 눈초리를 보냈다.

'이것 보시오. 나도 이 자를 잘 알고 있소. 내 평생의 업적은 이 자를 잡아 처단하는 것이오.'

동휴가 같이 침을 모으듯이 얼굴을 안쪽으로 일그러 트리면서 사령관을 쏘아 보았다.

그가 기가 죽었는지 이거 왜 이러시오. 대일본 제국이 힘을 합쳐야지요 하고 한 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이런 피라미 하나 잡지 못해서 이게 무슨 꼴이오. 총독 각하 볼 면목이 없어요. 하필 그 때 본국에서 참의원 나리께서 오시고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소. 일을 빨리 끝냅시다.'

'그럽시다.'

'그럼 이 자리 빨리 잡아 오시오.'

'경찰은 노는 줄 아시오. 잠을 못자 부하들이 사경을 헤메고 있소. 군인들이 좀 나서야 하는 것 아니오.'

'이봐요. 광화문에 사방 경계를 치고 사단 병력이 집결한 것을 모르시오.'

동휴는 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나마나한 대화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같잖았다. 이런 자와 무슨 대화가 필요한가.

휴의는 답답했다. 가슴이 강한 무엇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 서에서 알아서 바로 잡아 낼 것이오. 대신 중무장한 조석독립군은 그 쪽에서 알아서 처리하시오.'

'그 자들은 이미 도망치지 않았소?'

와타나베가 놀라서 소리쳤다.

'아직 잔당이 남아 있단 말이오. 우리 첩보에 의하면 그렇소이다. 상해로 거의 다 도망갔지만 일부는 경성에서 암약하고 있어요. 그들을 잡아서 족쳐야 앞으로 독립군 계획을 알 것이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이번에는 규모를 더 키워 제대로 전투를 할 모양이오.'

와타나베가 부관 하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부관은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됐다. 사령관이라는 작자는 늘 이런 식이었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종로서장이 잔당이 있다는데 우리는 파악했소.'

'추측 일 뿐입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조선독립군 잔당은 없습니다. 있었다면 벌써 잡아 들였겠지요. 전투가 벌어진지 벌써 세 달이 지나고 있어요. 정초 아닙니까?'

부관이 되물었다. 되묻는 질문에 사령관이 기분이 상했다. 감히 어린 놈이 그런 식으로 되묻다니 불쾌했으나 화살은 그 쪽이 아니라 동휴쪽에 퍼부어야 맞았다.

'아이 종로서장은 정보를 어디서 듣고 오는거요? 우리쪽이 파악한 바로는 죽은 적들 말고는 조선땅에 독립군은 한 명도 없소.'

'아니오. 있소. 바로 이 자요.'

동휴는 일그러진 휴의의 몽타주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한 차례 흔들었다.

'이 자는 상해로 가지 않았소. 아마도 경성 어딘가에 못박혀서 꼼짝 않고 있을거요. 그러다가 날이 풀리면 인왕산을 오를 겁니다.'

;인왕산을?'

야마모또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런 첩보가 있다면 바로 체포해야지 무엇을 꾸물 거린다는 말이오, 하고 노기띤 얼굴로 동휴를 쳐다봤다.

'기다리시오. 아직 때가 아니오. 녀석이 출몰하는 곳은 대충 파학했소. 동선도 일부 확인했고요. 지금 잡으면 상해와 접선하기 전이라 일망타진이 어려울 수 있어요. 활동하게 놔 두었다가 임정의 새로운 계획이 실행되는 동시에 녀석을 체포할 겁니다.'

'그래서 적들을 독안에 잡아 놓고 몰살 시킨다?'

와타나베는 무릎을 쳤다. 자신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동휴에게 갑자기 신뢰의 마음이 생겼는지 당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

와타나베는 은근히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겉으로는 당황하는 척 했지만 총독이 책임을 지고 본국에 소환되거나 다른 총독이 거론 될 경우 자신이 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선의 일인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조선총독부 2인자인 정무총감이 건강상의 이유로 야욕이 없는 것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는 허수아비 정무총감 대신 자신이 그 자리를 꿰차기 위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공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병력을 집중 투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곧 비난을 받았다. 많은 병력으로 총독 관저를 둘러싼 것은 조선의 치안이 나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려주는 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세에 밀리고 있는 전쟁에서 전선에 갈 병력이 겨우 조선인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으로 쓰이고 있는 것도 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방어 인력을 10분의 일로 줄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래저래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었다. 그는 종로서장의 공을 가로 채기 위해 휴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발버둥쳤다.

겉으로는 그 자의 체포를 경찰에 맡긴다고 했으나 그 말을 하는 순간에 자신이 휴의를 체포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서장이 나가자 와타나베는 부관의 귀에 대고 저 자를 미행하라고 지시했다.

부관은 놀랐으나 즉시 그 명령을 수행했다. 서장을 뒤쫒다 보면 언젠가는 휴의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찰보다 한 발 앞서 체포해 공을 세우겠다는 일념이 사령관의 얼굴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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