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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 가능성 커진 보건의료 데이터, 해결할 문제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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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 가능성 커진 보건의료 데이터, 해결할 문제도 많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10.1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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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태 변호사, 관련 법령 정비ㆍ데이터 귀속 등 과제 제시..."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 정상태 변호사.
▲ 정상태 변호사.

[의약뉴스]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활용 가능성이 대폭 확대된 보건의료 빅데이터지만, 산업 발전과 환자 권익 향상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율촌 정상태 변호사는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보건의료 데이터 활성화 문제, 데이터의 권리주체 및 활용성과에 관하여’라는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20년 8월 개인정보 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이 개정됨에 따라, 보건의료데이터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데이터 댐 프로젝트 등 대규모 디지털 뉴딜 사업의 막대한 예산 일부를 보건의료 데이터 및 의료인공지능 혁신전략에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전 국민 건강보험 가입,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 90% 이상 도입, 뛰어난 ICT 역량과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어느 나라보다 의료인공지능 산업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전도유망한 분야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의료인공지능에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개인정보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며 “민감한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적정한 가명처리 또는 익명처리 방법, 데이터의 가치평가, 보건의료데이터의 귀속과 권리주체, 데이터 활용의 이익 배분 문제 등까지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데이터가 식별력이 있는 개인정보인지 가명정보인지 아니면 익명정보인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익명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익명정보와 개인정보(또는 가명정보)는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이나 정보의 활용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과거 태아 초음파 사진을 개인정보라고 판단한 반면, 최근 가이드라인에서는 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는 치아 X-ray 사진은 개인정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또한 처방전과 관련된 개인정보사건에서 민사법원과 형사법원의 판단이 다른데, 지난 2019년 서울고등법원 민사 판례를 살펴보면, 암호화된 정보라도 쉽게 복호화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라고 판단했다.

지난 2021년 같은 서울고등법원에서 나온 형사판례를 살펴보면 개인정보는 구분 가능성이나 선별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식별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개인정보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 변호사는 “사안에 따라 개인정보의 특성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은 보건의료데이터의 민감성과 결합, 데이터의 활용도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 변호사는 데이터의 권리주체, 데이터의 가치 평가와 수익 배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데이터와 관련된 주체는 정보주체(환자), 병원, 개발사(AI 업체 등) 등이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인 환자는 가명처리될 경우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 정정, 삭제, 처리 정지를 요청할 수 없다.

정 변호사는 “사전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명처리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며 “환자에게 사후적으로 정보 활용에 대한 대가나 이익배분을 보장하는 법률 규정도 없다. 불법 유출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이나 개발사는 자신이 보유한 빅데이터에 대하여 저작권법(데이터베이스), 형법(배임죄),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 데이터부정사용 금지) 등을 통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가명처리된 데이터를 환자의 동의 없이 과학적 연구 목적 등으로 제3자에게 유상 또는 무상으로 제공할 수도 있고, 실제로 가명처리된 보건의료 데이터는 다수 제3자에게 유상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법상 데이터의 활용으로 인한 이익은 원칙적으로 현재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나 개발사에게 귀속되는 구조”라며 “환자는 자신들에 제공하는 데이터의 미래 가치를 예측할 수 없고, 사후적으로 이익 배분을 요청할 수 있는 법ㆍ제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익배분에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율촌 정상태 변호사는 병원이나 개발사 사이의 이익 배분 비율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연구개발기관이 연구개발성과를 소유하고, 연구개발과제에의 참여 유형과 비중 등에 따라 연구개발기관이 공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가공해 제공한 병원과 이를 활용, 최종결과물을 개발한 개발사 사이의 공헌도를 정확하게 배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병원이 외부 기관에 데이터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은 대가나 권리를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데이터의 정당한 가치 평가 방법이나 각 권리주체에게 데이터 활용 수익을 배분하는 방법을 획일적으로 또는 명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며 “관련 법령의 명확화, 데이터의 귀속, 가치평가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이익 배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발생하고 있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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