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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책 답사기 끼고 남산 함께 올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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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책 답사기 끼고 남산 함께 올라가 보자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10.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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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누구나 남산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 시골에서 막 상경한 어떤 이는 한 달음에 남산으로가 서울에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청운의 꿈을 남산에 올라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저런 남산에 대한 이야깃 거리가 없을 수 없다. 남산 타워 아래서 사랑을 키웠고 봉수대 옆에서 땀을 식혔고 주한 미군통신 기지인 캠프 모스의 탑을 보면서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러나 이런 남산에 대해, 남산이 품고 있는 깊은 역사에 대해 그리고 오늘 날 남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냥 도심서 오르기 쉽고 놀기 좋은 산이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남산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일 것이다. 그는 무려 10년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산을 올랐다.

그냥 오른 것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처럼 다짐도 했겠지만 그의 눈에는 다른 것도 보였다. 바로 남산에 대한 역사였다. 그는 아픈 역사도 우리 역사인 만큼 바로 알고 바로 직시하는 마음에서 연구 수준의 답사기를 남겼다.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아름다운 남산>이 바로 책의 제목이다. 전문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마 나의 독서 인생 중에서 이 책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빠져 들었다. 이 책에는 남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박혀있다. 이성계가 정권을 잡고 한양에 도읍을 정한 후부터 시작하는 남산 역사 이야기는 한 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였다.

특히 일제 강점기 동안 일제가 어떤 식으로 남산을 수탈했고 악용했으며 조선민들을 압박했는지 고증을 통해 밝혀낸 기록이라 마치 컬러 화면으로 보는 듯이 눈 앞에 생생하게 다가왔다. 

▲ 남산에 세워진 안중근 의사 동상. 오른쪽이 세번째로 세워진 것으로 거사 직후 태극기를 꺼내든 모습이다.( 본문 사진 재촬영.)
▲ 남산에 세워진 안중근 의사 동상. 오른쪽이 세번째로 세워진 것으로 거사 직후 태극기를 꺼내든 모습이다.( 본문 사진 재촬영.)

조선신궁이나 조선신사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내선일체를 위해 일제가 이토록 끈질지고 집요하게 남산을 옭아맸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저자의 엄청난 자료 수집과 역사 연구의 깊이에 고개가 숙여진다.

일제 뿐만이 아니었다. 이승만 정권 때는 높이 25미터 동양최대의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그 동상은 4.19 혁명 후 쓰러졌다. 지금의 남산 팔각정은 이승만의 호인 우남을 따 우남정이라고 불렸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권 유지를 위한 정보기관의 위세가 대단해  ‘남산에 한 벌 끌려가 볼래’ 같은 유행어로 온 국민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

그 이후에 들어선 정권도 자신의 입맛에 따라 건물을 짓고 허무는 등 남산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러나 상처 투성이 남산은 누가 살든 무엇이 들어오든 그 모든 것을 품어 주었다.

200쪽이 훌쩍 넘는 책을 읽고 나서 뒤에 붙은 참고서적이나 논문들을 보니 필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이 갔다. 과연 이보다 더 남산을 사랑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는 단순히 남산을 걷고 즐기고 사랑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언론에 제보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지 않고 올바로 드러내는데 진력했다.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개인 감상을 적은 에세이가 아니다. 교양서로, 역사서로 손색이 없다. 그래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즌 2가 아닌 이 책을 원본으로 한 남산 영화가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이를 계기로 남산 다크 투어리즘 붐이 일어나도 좋겠다. 역사는 기억하고 반성하는 자들의 것이기에. 1막은 의사로, 2막은 회사 경영을 했던 했던 필자의 인생 3막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진다.

사족: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남산은 정말로 달리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정상에서 시청 쪽을 내려다 보며 앉아 있으니 맥주잔을 들고 감탄하면서 홀짝이는 외국인들이 보였다. 높아진 국격의 위상에 가슴이 뿌듯해 지는 순간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를 끼고 전국을 답사하는 마음처럼 노란책( 이 책의 표지 색깔임.) 한 권 들고 남산을 답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의해 본다.

존칭형 대화체 문장이 수려해서 술술 읽혀진다. 필자처럼 안중근 의사 동상에서 시작하는 등산도 좋을 것이다. 하산길은 마음도, 발걸음도 가벼웠다. 일제가 심은 벚나무의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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