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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2-05 16:49 (월)
넓고 푸른 마음과 국립공원의 귀염둥이 폐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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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푸른 마음과 국립공원의 귀염둥이 폐타이어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10.0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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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울산바위도 더는 날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반가움은 이런 것이다. 변하지 않은 것을 보는 것이다. 더 반가운 것은 멋진 풍경이 새롭게 등장할 때다. 암벽등반자들이 하나씩 올라왔다. 모두 셋이다.

둘이 내려가고 하나가 남았다. 홀로 남은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동료들을 따라 하산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무사 귀환을 비는 마음은 산처럼 넓고 푸르렀다.

▲ 울산바위에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암벽등반자를 보는 모습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 울산바위에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암벽등반자를 보는 모습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 비선대를 지나 대청봉을 향해 오르다 마주치는 수많은 기암괴석이 하얀구름과 파란하늘을 배경삼아 유유자적하고 있다.
▲ 비선대를 지나 대청봉을 향해 오르다 마주치는 수많은 기암괴석이 하얀구름과 파란하늘을 배경삼아 유유자적하고 있다.

금강굴에 올랐을 때 단풍잎이 바람에 날렸다. 그곳은 높은 곳이라 낙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리저리 한참을 떠돌았다. 자유로운 영혼처럼.

그때 마침 벨이 울렸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적 드문 깊은 산속에서 인간의 소음. 스님도 열심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장엄한 외설악의 풍광이 눈앞을 가로 막았다. 세상사 부질없다, 나를 보아라.

▲ 금강굴에서 바라보는 그림은 좋았다. 단풍이 지고 바람이 날릴 때 존재는 미미했고 의미는 컸다.
▲ 금강굴에서 바라보는 그림은 좋았다. 단풍이 지고 바람이 날릴 때 존재는 미미했고 의미는 컸다.
▲ 물이 말라 토왕성폭포의 장엄한 물줄기는 없었으나 다른 것이 대신해 주었다. 사람 냄새나는 풍경과 웃음소리.
▲ 물이 말라 토왕성폭포의 장엄한 물줄기는 없었으나 다른 것이 대신해 주었다. 사람 냄새나는 풍경과 웃음소리.
▲ 국립공원 설악산에 주구장창 깔아놓은 폐타이어가 마치 악마의 굴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 국립공원 설악산에 주구장창 깔아놓은 폐타이어가 마치 악마의 굴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폭포로 가는 길은 유독 폐타이어가 많았다. 등산로를 장악한 폐타이어는 가을 태양 아래 타는 냄새를 쉬지 않고 뿜어댔고 걷는 사람이 많을수록 수많은 분진을 품어 올렸다.

'좋은 공기 말고 내것 실컷 마시고 먹고 내려가렴.'

폐타이어는 밟히면서도 활짝 웃었다. 놈은 언제쯤 사라질까. 산이 사라지기 전에는 결코 사라지지않을 것처럼, 검은 유령처럼 토왕성폭포 전망대에서 더욱 검게 빛났다.

되레 산악인의 안전을 해치면서도 사랑받는 국립공원의 유일한 존재, 귀염둥이 폐타이어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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