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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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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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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윤리적 결정에 도움 주는 건강한 단체

[의약뉴스] ‘윤리학’이란 윤리적 삶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학문으로, 전통적으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마땅히 어떻게 행위 해야 하는가?’, ‘어떤 것이 좋은 삶(행위)인가?’에 대한 문제에 답을 시도하는 학문이다.

사회 전반에 필요한 것이 윤리학에서 추구하는 ‘윤리’라는 명제인데, 이러한 윤리가 가장 깊게 관련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학’일 것이다. 의학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규범 윤리 이론인 공리주의와 매우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개원가에서 흔히 경험하는 의료윤리 문제에 관해 학습하고, 회원에게 의료윤리를 확산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2010년 9월 개원의를 주축으로 발족된 단체가 있다. 바로 ‘의료윤리연구회’로, 연구회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월례강좌를 열어 의료윤리의 원칙과 이론은 물론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례에 관해 공유하고 있다.

여러 회장이 거쳐 간 의료윤리연구회는 지난 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제13차 정기총회를 열고 문지호 현 회장의 연임을 인준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문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10년 9월 이후 꾸준히 공부한 모임이 113차 모임을 앞두고 있다. 긴 시간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의 회장을 한 번 더 맡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12년 전 좋은 연구회를 만들어 준 의료계 선배들과 변함없이 함께하는 연구회 회원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 의료윤리연구회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문지호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10년 9월 이후 꾸준히 공부한 모임이 113차 모임을 앞두고 있다. 긴 시간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의 회장을 한 번 더 맡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12년 전 좋은 연구회를 만들어 준 의료계 선배들과 변함없이 함께하는 연구회 회원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 의료윤리연구회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문지호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10년 9월 이후 꾸준히 공부한 모임이 113차 모임을 앞두고 있다. 긴 시간 공부할 수 있는 모임의 회장을 한 번 더 맡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며 “12년 전 좋은 연구회를 만들어 준 의료계 선배들과 변함없이 함께하는 연구회 회원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의료윤리연구회

수년간 월례강좌를 진행하며 의료계에 이름을 알려온 의료윤리연구회이지만, 회무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연구를 주로 진행하는지에 대해선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지호 회장은 “연구회 회무는 회원들의 회비로만 집행된다. 개인회원이 연 10만원, 단체회원이 연 50만원 이상 납부하고 있다”며 “동계, 하계 한 번 씩의 휴강이 있고 연 10회의 강의를 준비해 매달 첫 주 월요일 온오프라인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주로 용산에 있는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7~9시 공부한다”고 말했다.

지난 임기동안 의료윤리연구회가 진행해온 연구에 대해 “의료윤리의 핵심인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에 대해 공부하고 논의를 했다”며 “의사를 의사답게 하는 전문직업성이 훼손되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가 없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이유 또한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문직업성을 굳게 세워나가는 자율규제와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의사면허관리 방편에 대해 공부했다”며 “이러한 전문직업성에 위협을 가하는 공공의대, 수술실 CCTV 법안, 간호단독법의 문제점 등을 다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회장은 새로운 임기 때는 먼저 원격의료의 윤리적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의료의 확장이 될 것을 기대하지만, 의료 사업성에 치중해 의료윤리를 외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료현안과 더불어 회원님들의 요청이 있었던 의료인문학 강의를 들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정기총회에서 인류학자를 모셔 강의를 진행했던 것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정기총회 당시 특강을 맡은 연자는 김은희 박사(미국시카고대학교 인류학ㆍ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로, ‘인류학자가 바라본 한국의 의사상’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문 회장은 “외부인의 눈으로 의사를 보는 시각을 이해하는 것은 전문직이 사회에서 균형을 잡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며 “의료의 인문학이 이런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비대면 진료

올해 월례강좌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주제가 많았는데, 의료윤리와 방역정책 어떤 연결고리 있는지와 함께 의료윤리 측면에서 방역대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문지호 회장은 “가장 큰 연결고리는 방역 정책을 대하는 의료인들의 전문직 윤리라고 할 것”이라며 “전대미문의 감염병 앞에서 의사들은 두 가지 윤리적 실천을 해야 했다. 첫째는 코로나 환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초기 대구가 봉쇄돼 지원 요청을 했을 때, 하루 만에 250명의 의사들이 코로나 전쟁터로 들어가 진료를 했는데, 이는 전문직 윤리를 잘 실천한 예”라며 “둘째는 방역정책에 대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표명하는 일이었다. K-방역이라는 이름하에 성공적인 정책이 있었던 반면, 정치방역이라는 오명이 수없이 남았다”고 전했다.

또 “종교활동 간 형평성 없는 방역 조치나 영업금지하는 사업장 범위의 비일관성, 비과학적인 과잉 격리, 낮은 효율의 백신 강요 등은 부적절한 정책들이었다”며 “이런 정책들 앞에 의사협회가 더욱 강하게 전문가적 의견을 내야 윤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 문지호 회장.
▲ 문지호 회장.

그는 “정부가 의사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전문직 윤리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일이라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정부가 방역대책을 세우는 데에 있어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시키지 못한다면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 회장은 새로운 임기 동안에는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진료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금지됐던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문 회장은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제한적인 비대면진료를 하면서 많은 환자와 의사들이 유익성을 경험했다”며 “전염병이 대유행인 상황에서 대면 진료의 보완책으로서 장점을 발휘했는데,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더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의료인력의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윤리적인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어도 환자를 진찰하고 돌보는 의료의 본질이 흔들린다면 기술적 보완이 될 때까지 비대면 진료는 보류하는 것이 맞다”며 “4차 산업 성장이라는 환상을 좇다가, 의료가 플랫폼 산업에 종속돼 상업화되거나 의료전달체계에 혼란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상 깊었던 연구와 성과는?

의료계의 거대 담론인 코로나19와 비대면진료 외에 문지호 회장은 “의사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겪게 되는 의료윤리 문제는 생명과 죽음의 윤리”가 가장 기억에 남은 연구였다고 짚었다.

그는 “임기 동안 ‘중환자실의 의료윤리’를 공부한 것이 인상 깊게 남았는데, 죽음 앞에 있는 환자는 단지 병들어 꺼져가는 존재가 아니라 끝까지 존귀한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시간이었다”며 “중환자실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의사가 얼마나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새삼 돌아본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4년이 된 이 시점에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의료인들은 좋은 죽음으로의 안내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의료윤리연구회의 성과로 “의료계의 여러 현안에 대해 저희 연구회가 윤리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단체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의료계가 불편하게 느끼는 많은 사안들은 대부분 의료윤리에 위배되는 정책이나 제도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회가 이런 불편함을 윤리적 잣대로 정리해 설명할 수 있는 의료 단체로 성장했다”며 “의료 사회에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의료윤리의 시각으로 바라본 기록이 지난 12년 간의 연구회 기록으로 남았다. 윤리적 기준이 되는 자료를 인터넷 상에 레퍼런스로 쌓아온 것도 좋은 성과라고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윤리연구회 문지호 회장은 “윤리적인 길을 선택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고를 감수해야 하고 손해가 있어 보이는 길을 가는 것”이라며 “그 길을 지켜온 이들이 있었기에 사회가 안전하게 지켜졌고 성숙한 시민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윤리연구회가 그런 길을 묵묵히 걷기를 바라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계가 비록 수고스럽고 손해를 감수할지라도 윤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건강한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또 “의료윤리연구회는 의료인, 법조인, 의학도는 물론 생명공학이나 생명윤리를 공부하는 학생 등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다. SNS나 인터넷 카페에 참여해 좋은 의견으로 소통했으면 한다”며 “매월 초 올려드리는 온라인 강좌 링크에 접속해 실시간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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