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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성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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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성윤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09.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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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가능한 저인산효소증, 관심 가지고 접근성 개선해야

[의약뉴스]

ALP 수치가 떨어져 있다면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하라.

▲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조성윤 교수를 만나 국내 저인산효소증의 현황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조성윤 교수를 만나 국내 저인산효소증의 현황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a, HPP)은 골격계의 대사성 질환으로, 근육대사와 뼈 형성과 같은 세포과정에 필수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kaline phosphatase)의 감소로 발생한다. 

조직 비특이적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Tissue non-specific alkaline phosphatase, TNSALP)의 결핍이 골 모세포와 연골세포에서 뼈의 석화 작용에 지장을 초래, 구루병이나 골연화증을 유발한다.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후 5년 내 사망률이 73%에 달하지만, 조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5세까지 82%가 생존하고 골격 및 보행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저인산효소증이나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 XLH)과 같은 질환에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등장, 생존율은 물론 삶의 질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인데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도 많아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도 제한적이어서 환자들이 치료를 이어가기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희귀질환이지만,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의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저인산효소증의 가능성을 고려해 환자를 찾아내야 하며, 찾아낸 환자들은 잃지 않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을 현실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조성윤 교수를 만나 국내 저인산효소증의 현황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을 들어봤다.

 

◇10만 명 당 1명에서 발생하는 저인산효소증, 발병 시기에 따라 증상도 다르다
저인산효소증은 1번 염색체 단완(1p36.1-p34)에 위치한 ALPL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아직 정확한 유병률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략 인구 10만 명 당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상염색체 우성인 경우는 물론 열성인 경우에도 발생하는데, 열성인 경우 상대적으로 조기에 발병하며, 증상도 더 심하다는 것이 조성윤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영어로 Hypophosphatasia로, 흔히 줄여서 HPP라고 이야기한다”면서 “큰 의미로 보면 희귀 유전자 질환에 속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신적인 증상을 보이긴 하지만 주로 뼈의 무기질화(Mineralization) 작용에 문제가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골대사 질환의 일종으로 보거나 골 이형성증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인산효소증은 원인 유전자인 ALPL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문제로, ALPL 유전자는 조직 비특이적 알카리성 인산분해효소를 만들어낸다”며 “이 과정이 문제가 되다 보니 알칼라인 포스파테이스(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가 감소해 장애가 일어나게 되는 것으로, 빈도는 10만 명 당 1명 꼴로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유전 양식은 소위 상염색체 열성 혹은 우성이 다 가능하다”면서 “어린 시기에 발병 할수록 증상이 심하며 그런 경우 상염색체 열성인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어 성인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증상이 덜 심하다”고 덧붙였다.


◇예고없이 나타나는 저인산효소증, 일생동안 치명적인 전신 증상 야기
저인산효소증은 골 모세포와 연골세포에서 뼈의 석화 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인 만큼 주로 치아를 비롯한 골격계 질환이 나타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계에도 문제를 야기하며, 특히 영아기에 발병하는 경우 폐 형성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일생에 걸쳐 다양한 전신질환을 야기, 생명뿐 아니라 삶이 질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성윤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의 증상은 예고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는 일생동안 각종 치명적인 전신 증상을 겪게 될 수 있다”면서 “시기적으로 봤을 때는 주산기 무렵에 발생하는 타입, 생후 6개월까지 발생하는 타입, 6개월 이후 소아시기에 발생하는 타입, 성인시기에 발생하는 타입 그리고 다른 부분은 일정한데 치아에만 이상이 있는 타입으로 나뉜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로 “전신적으로 봤을 때, 치아도 뼈의 일종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치아가 빠지게 된다”며 “치아가 잇몸에 붙어있지 못하고 쉽게 빠져버리게 되는데, 저인산효소증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또한, 골격계에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소위 말하는 구루병이 있다”며 “뼈가 무기질화(Mineralization) 되지 않기 때문에 성장기 때 똑바로 커야 되는 장골이 휘는 구루병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 시기가 지나고 성인이 되면 골절이 잘 발생하고, 뼈 통증, 골 연화증 등이 일어날 수 있으며, 근육 역시 약해지기 때문에 소아시기에 발병되는 경우 잘 걷지 못하고, 조금만 걸어도 피곤해하기 때문에 쓰러지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조 교수는 “알칼라인 포스파테이스의 역할 중 하나가 뇌로 비타민 B6 관련 물질을 전달하는 것인데, 이를 못하다 보니 신경계에 문제를 일으켜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또한 굉장히 어린 시기의 영아형에서 발병한 경우 폐 주위에 있는 흉곽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폐가 잘 자라지 못해 호흡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폐 형성 부전증으로 인해 돌 전에 50% 이상은 사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콩팥같은 경우는 석회화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콩팥 기능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면서 “결국 저인산효소증이 발병하게 되면 성장과 발달이 느리고 보행 장애도 생기기 때문에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ALP 수치가 낮다면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해야
영유아기에 발병하는 희귀질환 가운데 상당수는 발달 지연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오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인산효소증 역시 증상만으로는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질환과 달리, 저인산효소증에는 ALP(Alkaline phosphatase) 수치가 매우 낮게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특히 ALP 수치는 병원에서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빈혈이나 간수치 검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지적이다.

다만, ALP 수치를 판독하는 데 있어 성인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정상 범위가 성인보다 높은 소아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성윤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다른 질환에서 보이는 증상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종종 오진되거나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면서 “진단을 지연시킬 수 있는 유사 질환 및 증상으로는 비타민 D 결핍 구루병, 골연화증, 치주병, 골다공증, 골관절염, X-Linked 저인산혈증, 저인산혈증, 불완전골형성, 연골형성이상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인산효소증이 비슷하게 오진될 수 있는 다른 질환들과 확실히 다른 포인트가 하나 있다”면서 “바로 피검사에서 흔히 보이는 ALP 수치가 매우 낮다는 것으로, ALP는 병원에서 기본적으로 하는 빈혈이나 간수치 검사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질환들은 ALP가 정상이거나 오히려 높지만, 뼈와 관련된 질환에서 ALP 수치가 낮은 경우는 저인산효소증이 유일하다”면서 “ALP 수치가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고 ALP 수치가 떨어져 있다면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하는 것이 이 질환을 찾아낼 수 있는 큰 포인트”라고 전했다.

다만 “조금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ALP 수치의 정상범위가 연령대 마다 다르다는 것”이라며 “성장이 완료된 성인의 경우 ALP 수치가 2~30 정도 나와도 정상이지만, 소아의 ALP 수치는 성인 정상 참고치보다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소아 시기에 그렇게(2~30 정도로) 나온다면 이는 매우 낮은 수치”라고 역설했다.

특히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성인을 기준으로 정상 수치를 설정해 판단하기 때문에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저인산효소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선별검사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조 교수의 지적이다.

조성윤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에 관심이 많고 치료해 본 의사의 입장으로서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되면 당연히 좋다“면서도 ”하지만, 신생아 선별검사에 어떤 질환을 넣으면 좋을 것이냐를 고려했을 때, 비용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했다. 

특히 ”신생아 선별검사에는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치료 약제가 있으며, 발견 당시 무증상일 수 있는 질환을 넣어야 한다“면서 ”또 위양성이나 위음성 결과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저인산효소증의 경우 증상이 명확하다“며 ”무증상일 수 없고, 성인이 되어 발병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신생아 선별검사에 꼭 넣어야 될 것인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질환을 정말 관심있게 보는 의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신생아 선별검사에 저인산효소증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진행 빠른 영아형 저인산효소증,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 조 교수가 소아의 ALP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그만큼 영유아기에 발병하는 저인산효소증이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조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 조 교수가 소아의 ALP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그만큼 영유아기에 발병하는 저인산효소증이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조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가 소아의 ALP 수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그만큼 영유아기에 발병하는 저인산효소증이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조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자신이 치료한 두 명의 실제 환자 사례를 들어 조기 진단 및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먼저 ”생후 3~4개월 무렵에 체중이 너무 늘지 않아 종합병원을 찾은 아이가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소화기 파트를 찾아 피검사를 했는데, 칼슘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서 제가 담당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당시 아이의 ALP는 이미 많이 낮은 상태였으며, 고칼슘혈증에 관한 여러 질환을 배제했더니 저인산효소증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다 아이의 대천문이 너무 많이 열려있어 X-ray를 찍어봤는데 저인산효소증의 증상과 관련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와중에 아이는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기관 절개 수술까지 받는 등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다가 미국 제약사에 신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우리나라에 저인산효소증 환자가 있는데 지금이라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겠냐고 이메일을 보내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 신청은 이미 끝났었지만 저인산효소증 환자가 확실하다는 정보를 다시 보냈더니 제약사에서 치료제인 스트렌식을 공급하겠다는 답변을 주었다“며 ”이 환자는 약 21개월 무렵에 약을 투입했는데, 약을 투여한 후에는 더이상 병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조 교수는 ”구루병 증상도 확연하게 좋아졌으며, 지금은 만 7세가 넘었는데 거의 누워만 지내던 아이가 잡고 설 수 있게 됐다“며 ”산소 호흡기 없이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약을 투입한 후 상태가 꽤 천천히 회복되긴 했지만, 확실히 생명 유지 효과는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예로는 ”신생아 시기에 경련과 호흡 곤란으로 입원한 아이도 있었는데, 이 아이는 더 증상이 심했다“면서 ”ALP 수치는 바닥이었고, X-ray 상에서도 확연하게 이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생후 1개월 때부터 약을 투여했는데, 이 아이가 지금 뛰어다닌다“며 ”이전 환자보다 더 심한 수준이었는데 조기에 발견해서 약을 투여하니 경과는 오히려 더 좋아진 것으로, 결과적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교수는 영유아기에 경련이나 호흡 곤란이 발생하는 환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X-ray 검사시 저인산효소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영아형의 경우 미숙아가 아닌데 특별한 이유없이 경련이나 호흡 곤란이 있다면 X-ray를 촬영하게 되는데, 보통 X-ray를 촬영하면 대부분 폐만 보고 폐렴의 유무를 확인하거나 심장이 커졌나 작아졌나 정도만 확인한다“면서 ”이때 뼈까지 함께 보고 뼈의 상태가 이상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 아이들은 갈비뼈가 상당히 얇다는 특징도 있다“며 ”산부인과에서 뼈의 이상 유무나 ALP 수치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면 조기에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트렌식, 뼈 관련 증상 개선에 탁월한 효과
조성윤 교수는 두 환자의 사례에서 보듯 스트렌식이 특히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뼈 관련 증상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X-ray 영상에서 뼈가 보이지 않았던 환자들이 스트렌식 투약 후 그 윤곽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등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

조 교수는 “스트렌식은 임상 시험이 이미 많이 진행됐고, 장기 데이터도 많이 나와 있다”면서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X-ray 사진을 보면 뼈와 살이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로 뼈의 경계선이 거의 없는데, 처음 소개했던 환자의 경우 치료 6개월이 되자 뼈의 경계선이 확실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단순히 아이의 신체가 발달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치료제를 사용함으로써 뼈가 단단해지는 것”이라며 “그래서 X-ray 상으로 뼈의 윤곽 같은 부분이 잘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번째 소개했던 환자의 경우에는 뼈의 기형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구루병이 모두 나았다”면서 “두 사례 모두에서 볼 수 있듯이 뼈에 굉장히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X-Ray 영상뿐 아니라 바이오마커인 혈중 칼슘 수치도 정상화되며, 결과적으로는 생존 기간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조 교수 설명이다.

실제로 2019년 미국 임상 내분비 및 대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전세계 12개 국가의 5세 미만 영유아 및 소아 저인산효소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스트렌식은 영상의학 및 임상적 증상을 조기에, 그리고 6년차까지 지속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 교수는 “영아형 타입의 경우 폐 문제 때문에 조기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를 진행하게 되면 생존율이 확실히 늘어나게 된다”면서 “외국 데이터를 보면 걷기 시작한 나이에 저인산효소증이 발견된 아이에서 걷기 능력이 향상되는 등 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저인산효소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첫 번째 사례의 환자처럼 칼슘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데, 치료를 시작한 후 피검사를 하게 되면 ALP 수치가 확실히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칼슘과 인이 뼈에 붙어 뼈가 단단해져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쓰이는 효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칼슘이 뼈에 붙지 못해 혈중 칼슘 농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스트렌식을 사용하면 혈중 칼슘 수치가 정상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부연했다.


◇자가주사 가능한 스트렌식, 자주 내원할 필요 없어
이처럼 최근 스트렌식이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삶의 질은 물론 생존기간까지 크게 개선하고 있지만, 스트렌식 이전에는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었다.

질환의 특성상 약물 개발이 쉽지 않았으며, 골수 이식의 효과도 크지 않아서 근본적인 치료는 쉽지 않았다는 것.

조 교수는 ”사실 스트렌식이라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임시적인 치료만 가능했다“면서 ”일부는 골수 이식 같은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사실 뼈를 타겟팅하는 약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약물이 뼈까지 도달하는데 장애물이 많고, 혈액으로 약을 주입하게 되면 간이 대부분 흡수하기 때문에 약물이 뼈까지 가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연골 부분은 혈관 조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달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런 측면에서 보면 스트렌식은 참 잘 개발된 치료제라 할 수 있다“면서 “스트렌식은 저인산효소증을 치료하는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으로 약물이 뼈로 잘 갈 수 있게끔 개발된 약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렌식은 피하주사로 주 3회 맞으면 된다”면서 “보호자가 스스로 자가주사 교육을 받고 주사하기 때문에 병원에 자주 방문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가지고 있어야 할 효소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평생 치료제를 맞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스트렌식 급여 기준,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스트렌식은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이후 4년이 흐른 2020년에야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기대여명이 짧은 영유아형 저인산효소증 환아들에게는 천금같은 시간이다.

어렵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지만, 사전승인을 거쳐야 하며,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치료 효과가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해야만 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

그나마도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저인산효소증 환아가 아닌 건강한 아이들의 성장 곡선에 근거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희귀질환 시장이 크지 않았을 때는 진단만 하면 평생 치료가 보장되는 수준이었다”면서 “그러나 희귀질환 시장이 커지고 재정은 한정적이다 보니 정말 치료할 수 있는 환자만 치료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인산효소증 역시 진단만 된다고 해서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시작 단계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며 “또 치료 과정 중에도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해 치료의 효과를 입증해야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안타까운 환자들을 보는 의사 입장에서는 어떻거든 치료를 이어나가고 싶기 때문에 보험 기준에서 탈락되는 환자가 없게끔 하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라에서 내세우는 기준들이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특히 “보통 이러한 기준들은 치료 기준이 까다로운 특정 유럽 국가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오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다소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것들이 저인산효소증을 비롯한 희귀질환을 치료할 때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실례로 조 교수는 “사람마다 성장 커브, 소위 말하는 내추럴 히스토리가 있을텐데 나라에서는 일반 아이들과 비교해 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며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미 정해진 기준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환자의 증상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별도로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나마 아직은 스트렌식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지 않아 집중 치료를 통해 치료 효과를 유지하고 있어 재평가에서 탈락하는 환자는 없지만,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

조 교수는 “사실 국내 환자 수가 아직 많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어 탈락하는 문제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현재는 치료를 잘 받고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순간 성인이 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잦은 내원이 필요하지 않은 약제의 특성이나, 3~6개월로 제시하고 있는 모니터링 간격과는 별개로 처방 기간을 4주로 제한한 것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인산효소증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아 원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처방 간격을 4주 간격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저인산효소증 치료 기관을 센터화해 환자를 집중적으로 돌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약제가 너무 고가이다 보니 현재는 1회 처방 시 4주치 약만 처방 가능하다”며 “하지만 저인산효소증을 치료할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환자분들에게 3개월 치 정도는 약을 처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저인산효소증은 다른 질환처럼 연고지 근처 병원으로 연결하기 쉽지 않다”면서 “ 환자들이 내원할 때마다 매우 많은 검사를 챙겨야 하고, 혹시라도 보험에 적용되지 않을까 재검사를 하는 등 손이 매우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인산효소증 환자가 많지 않은 만큼, 하나의 센터가 중심이 돼 환자들을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고 제언했다.

여기에 더해 조 교수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을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급여기준으로는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까지 치료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지금 또 다른 이슈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타입의 환자들에 대한 것”이라며 “이들은 상염색체 우성인 환자들로, 키가 정상 수준보다 약간 작다거나, 근력이 약간 떨어진다거나, 치아에만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자들도 과연 치료를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안타깝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으로는 이 정도의 경증 환자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으며, 이는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저인산효소증, 숨은 환자 찾기 쉽지 않아...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저인산효소증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환자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

그나마 저인산효소증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원도 많지 않거니와, 현재 스트렌식으로 치료한 병원도 삼성서울병원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타 병원에 환자가 있긴 하지만 급여 기준에 맞지 않아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면서 “일단 (스트렌식) 치료는 우리 병원에서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제게 오시기 전에 이미 많은 환자들이 하늘나라에 갔을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면서 “사실 제가 환자 스크리닝을 위해 몇 년 동안 노력을 했는데 잘 찾을 수 없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이어 “보통 다른 질환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환자 수가 일본의 약 3분의 1 정도 수준인데, 저인산효소증은 이렇게까지 안 찾아지나 할 정도로 환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의무기록을 통해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환자들을 접할 수 있을 관련 전문과들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환자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 교수는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환자가 많지 않은 질환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심을 잃게 된다는 것.

조 교수는 “그 동안 ALP 수치를 통해 환자를 찾아보려 했었고,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저인산효소증을 알리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환자가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로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당 학과에 연락도 했었고, 전국 치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할 수만 있다면 영유아 검진 등의 과정에서 조기에 치아가 빠지는 환자들을 모아 치과 쪽에서 피검사를 한 후 제게 해당 결과를 보내는 ‘핫라인’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환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다들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점점 진단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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