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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8 06:01 (목)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이현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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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이현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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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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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치료제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의약뉴스]

 

폐암 치료제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21세기 들어 폐암 치료 분야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수많은 표적과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정밀의학의 시대를 열었고, 아직까지 표적치료제가 접근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는 면역항암제들이 장기 생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접목, 진단에서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21세기를 ‘폐암 치료의 르네상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치료 성적은 물론 학문적으로도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암은 여전히 다양한 암종 가운데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1위로,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needs)가 상당한 분야다.

이 가운데 세계폐암학회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나흘간 오스트리아에서 2022년 연례학술회의(WCLC 2022)를 개최하고 폐암 분야의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4세대로 접어든 표적치료제는 물론 항암치료의 최전선으로 향하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등 흥미로운 주제들로 플레너리 세션을 구성,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의약뉴스에서는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이현경 교수와 함께 이번 학술대회의 주요 연제를 중심으로 폐암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다.

 

▶Interviewee Profile.

 

부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현경 교수

주요 경력
現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호흡기내과 분과장
미국 폐암연구학회 정회원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PART 1.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전진하는 면역항암제

(편집자 주) 최근 10년 사이 종양학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면역항암제다.

특히 폐암은 흑색종과 함께 면역항암제 관련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다양한 조합과 다양한 병기에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전이성 폐암에서 표준요법으로 자리한 면역항암제들은 최근 수술 전/후 보조요에서도 경쟁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이번 WCLC 2022에서도 면역항암제 중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로슈)를 활용한 수술 후 보조요법 관련 임상 3상, IMPWER010이 플레너리 세션의 주제 중 하나로 선정됐다.

 

Q1. 이번 WCLC 2022에서는 진단과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분야별로 구성해 소개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가지셨던 분야는 무엇인가?

A1. 플래너리(Plenary) 세션이 폐암 치료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소개되는 만큼 플래너리 세션 위주로 살펴봤다. 이 외에도 표적 치료, 면역 항암 그리고 신약을 중심으로 필요한 강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폐암에서도 면역항암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Neoadjuvant/Adjuvant therapy)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폐암 치료에서는 이미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의 병용이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은 상황인데, 이를 확장해 수술 전/후 환자들에게도 사용한 연구가 플래너리 세션에서 발표됐다.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항암화학요법+면역항암제 병용한 후 수술 이후까지 추적한 연구 결과도 있었고, 반대로 수술 후에 항암화학요법과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후 환자의 무질병생존률(DFS, Disease Free Survival)을 장기 추적한 연구도 소개됐다. 면역항암제의 사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Q2. 최근 발표되는 논문들을 보면,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표적치료제를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 사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처럼 수술 전/후 단계에서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통한 보조 요법을 진행할 때 유리한 점은 무엇인가?

A2. 표적치료제 중에서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오시머티닙을 사용할 때 위약 대비 재발 및 사망 위험을 확실히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반면에 좋은 약제를 앞 차수에 처방했을 경우, 이후 재발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적일 수 있다는 부분도 존재한다. 때문에 치료 시퀀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되는 부분이긴 하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이미 아테졸리주맙이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 플래너리 세션에서도 소개된 IMpower010 임상은 완전절제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아테졸리주맙과 최적지지요법(BSC)을 최장 1년간 진행해 그 효과를 비교한 연구다. 항암화학요법 후 면역항암제 치료를 진행한 것이 실제로 종양이 면역항암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효과를 보였으리라 생각한다. 때문에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다르게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까지 수술 전/후 보조요법에서 면역항암제를 처방한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데이터를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폐암 치료 환경이 매우 빨리 바뀌고 있다. 때문에 현재 공개되는 임상 데이터들 또한 5년에서 10년 이상 장기 추적을 통해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3. 임상 현장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때는 진행된 단계보다 흉부외과 등 다른 진료과와의 다학제 협진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 수술 시기와 보조요법의 장단점을 두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다학제 협진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A3. 병원 평가 항목에도 폐암 분야의 다학제 진료가 포함될 정도로, 폐암 환자의 예후 개선을 위한 다학제 진료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병원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흉부외과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수술 전 보조요법을 하다가 수술 시기가 늦어지거나 질병이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를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 시 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 선생님들과 환자의 종양 상태, 수술 시 위험도와 추후 재발 가능성 등을 살펴보며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 이 환자가 확실하게 치료 효과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 때 수술 전후로 화학항암과 면역항암을 병용하거나, 수술 후 면역 항암을 진행해 재발을 줄이고자 한다.


 

▶PART 2. 표적치료제(TKI)의 세대 교체

(편집자 주) 21세기 폐암 치료의 르네상스는 표적치료제로부터 시작됐다.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아스트라제네카)와 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 로슈)로부터 시작된 EGFR TKI들이 항암화학요법에 의존해야 했던 전이/진행성 폐암 환자들의 예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지금, EGFR TKI는 이미 2, 3세대가 중심축을 이루며 1세대들의 설 자리가 사라진 가운데 4세대로 진화해가고 있다.

EGFR TKI에 이어 등장한 ALK TKI 역시 보다 강력하고 내약성이 우수한 2세대들의 등장으로 1세대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WCLC 2022 개막 직전,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크리조티닙을 2차 치료제로 격하했다.

이 가운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2세대 ALK TKI 중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 다케다)가 또다른 2세대 ALK TKI인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 로슈) 후속 치료에서도 효과적이었다는 연국 결과가 발표돼 1, 2차 라인 모두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Q4. 최근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NCCN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바뀌기도 했다. 1차 치료에서 잴코리가 제외되면서 본격적인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고 보이는데,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A4. 표적치료제를 개발된 순서 대로 사용해야 할지, 혹은 1차 치료에서 2~3세대와 같은 최신 치료제를 먼저 써야 할지에 대한 순차 치료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인 EGFR 변이 표적치료제의 경우, 선생님들마다 의견이 많이 갈리는 편이다. 급여 전임에도 3세대 표적치료제 오시머티닙을 1차 치료에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는 반면, 2세대 표적치료제인 아파티닙 이후 오시머티닙을 사용했을 때 유의한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시험을 근거로 아파티닙을 1차 치료에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반면 ALK 변이 표적치료제의 경우, ALK 변이 비소페포폐암의 대표적 미충족 수요로 꼽히는‘내성’과 ‘뇌전이’, ‘삶의 질’을 고려할 때, 1세대 표적치료제 크리조티닙 대비 2세대 표적치료제인 알룬브릭, 알렉티닙이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이와는 달리 크리조티닙은 위장관 이상반응이 잦은데다, 무엇보다 2세대 표적치료제에 비해 중추신경계(CNS) 투과율이 낮아 두개내(intracranial)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2세대 치료제 알룬브릭과 알렉티닙 모두 크리조티닙과 비교한 3상 임상시험을 통해 무진행생존기간이 월등히 차이 난다는 것을 확인했고, 안전성 프로파일 또한 굉장히 좋다. 아마 NCCN에서도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1차 치료에서 크리조티닙을 제외하고,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라고 권고한 것 같다.

 

Q5. 현재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알룬브릭과 알렉티닙을 사용할 수 있는데, 약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이번 WCLC에서 알렉티닙 이후 알룬브릭의 치료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도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A5. ALK 변이는 다른 유전자 변이와 달리 굉장히 다양한 기준에 의해서 내성이 발현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내성 유형에 따라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맞춤 치료가 이루어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용이나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매번 유전자 변이 검사를 할 수는 없다. 만약 액체생검이 더욱 개발되어 빠른 시간 내에 비교적 간편하게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내성 유형에 따라 알맞은 ALK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WCLC에서 발표된 데이터는 아직 논문게재 전이라, 최종 발표되는 자료를 살펴봐야 한다. 두 약제가 모두 2세대 치료제라 반응률이 얼마나 나올지 궁금했는데, 실제 31%의 객관적반응률이 확인됐으며, 뇌전이가 있는 환자들에서는 14% 정도의 반응률을 보였다. 그래서 환자가 더 이상 항암화학요법 진행이 어려워 표적치료제만을 사용해야 되는 상황이거나, 혹은 치료 옵션을 모두 사용한 환자들에서는 알룬브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잘 아시겠지만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면역항암제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Q6.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에서 어떤 기준으로 치료제를 선택하시는가?

A6. 어떤 약이 좋다고 단정짓기 보다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서 선택하고 있다.

알렉티닙의 경우 2세대 치료제 중 빠르게 허가받은 만큼, 장기 데이터가 축적된 반면 ALEX 임상시험의 1차 평가 변수가 연구자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이었고, 비교군이었던 크리조티닙 투여 중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알렉티닙 교차투여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알룬브릭은 ALTA-1L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 변수를 BIRC(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맹검독립평가위원회)가 평가한 무진행생존기간으로 설정하여 데이터의 객관성을 높였다. 또한 크리조티닙 투여 중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도 교차 치료로 알룬브릭을 투여받을 수 있었다는 차이가 있다.

특히 알룬브릭은 ALTA-1L 임상시험에서 크리조티닙 대비 유일하게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보여줬다는 장점이 있다.

1차 치료로 사용한 경험은 아니지만, 환자 중에 뇌전이가 조금 있는 78세 여성분이 있다. 1차 치료로 크리조티닙을 복용한 뒤 병이 진행되어 2차 치료로 알룬브릭과 알렉티닙 중 고민하다 알룬브릭을 처방했다. 알룬브릭은 하루에 한 번, 한 알만 복용하면 되고, 크리조티닙을 복용할 때보다 이상반응도 없어서 내약성이나 삶의 질 측면에서 환자분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PART 3. 새로운 표적, KRAS와 Exon20ins

(편집자 주) 기존 표적치료제의 세대 교체에 더해 최근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표적에서 유망한 치료제들이 등장하며 폐암의 사각지대를 지워가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KRAS 변이에서는 KRAS G12C 표적치료제가 등장, 대안으로 떠올랐고, EGFR 변이에서도 기존의 EGFR TKI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EGFR Exon 20 삽입변이(EXON20ins) 표적치료제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WCLC 2022에서는 KRAS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시너지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공개되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활성 변이가 있는 경우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표적치료제와의 병용요법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와는 달리 KRAS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는 면역항암제와의 시너지가 확인됐고, 여기에 더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됐다.

 

Q7. 이번 WCLC 발표 내용 중 KRAS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간 병용요법에 관한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표적치료제가 있으면 면역항암제를 뒤에 쓰곤 했는데, KRAS 표적치료제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7. 보통 EGFR, ALK, ROS1 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제의 객관적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는 60~80%까지도 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KRAS 표적치료제인 소토라십이나 아다그라십의 객관적 반응률은 30~40% 대로 다른 유전자 변이 표적치료제보다 상당히 낮다. 또한 내성은 표적치료제의 대표적인 미충족 수요 중 하나인데, KRAS 표적치료제의 내성 기전이 굉장히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약제와의 병용 요법에 대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WCLC 2022에서도 여러 병용 요법에 대한 구두 발표가 진행됐다.

소토라십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을 시도한 근거를 찾아보니, 전임상 당시 소토라십과 면역항암제를 같이 사용했을 때 항종양 효과가 굉장히 증강되었고, T세포의 종양 내 침투가 증가했다는 자료가 있었다.

이런 배경 하에 KRAS 표적치료제 소토라십과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 또는 아테졸리주맙의병용 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다만 약물 독성을 줄이기 위해 일부 환자들은 처음부터 병용 요법을 진행하고, 일부 환자는 21일 또는 42일 간 소토라십을 단독으로 투여한 뒤 병용 요법을 시작했다.

연구 결과, 예상 대로 처음부터 소토라십과 면역항암제를 동시에 투여받은 환자들에서 독성으로 인해 소토라십 용량을 감량하거나 치료를 중단한 환자들이 꽤 있었다. 반면 일정기간 소토라십 단독 요법을 유지한 후 병용을 시작한 환자군에서는 이상반응이나 치료 중단률이 낮았다.

병용요법을 유지한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약 15.7개월로, 이후 임상을 통해 적절한 투약 용량과 단독 및 병용 요법에 대한 치료 스케줄만 확실히 정립 된다면 KRAS 변이환자에게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Q8. 최근 새롭게 표적치료제가 등장한 유전자 변이 중 EXON 20 삽입 변이의 경우, 최근 허가받은 두 약제의 특성이 다르다. 하나는 항체고 다른 하나는 경구 표적치료제인데, 임상 현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A8. 아미반타맙과 모보서티닙 모두 올해 국내 허가를 받았다. 아미반타맙은 주사제기 때문에 병원에 자주 내원해야 되는 점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많이 부담이 될 것 같다. 반면 모보서티닙은 경구제형이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 삶의 질 측면에서도 강점이 될 수 있다. 두 약제 모두 유효성 관련 데이터는 좋게 나온 편이다. 다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아직 건강보험 급여 처방이 어렵다는 점은 아쉽다.

 

 

PART 4. 폐암치료의 현재, 미래, 그리고 과제

(편집자 주)분자유전학과 그에 따른 정밀의학의 발전은 폐암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이전 15%를 하회하던 폐암의 5년 생존율이 지난 2019년에는 35%까지 상승했다.

여전히 다른 암종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지만, 최근 수년간의 비약적인 발전은 머지 않아 폐암의 생존율도 다른 암종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가세, 정밀의학의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진단에서부터 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세계폐암학회 역시 이번 WCLC 2022의 5가지 플래너리 세션 주제 중 하나로 인공지능을 선정, 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Q9. 올해 WCLC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부분 중 하나가 인공지능이다. 폐암 진단과 치료에 있어 첨단 기술과의 접목이 어떠한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하시는 지 궁금하다. 

A9. 플래너리 세션에서 영국의 영상의학과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AI에게 알고리즘을 짜주고 질병을 진단하는 법을 가르치면, 사람이 놓치는 부분까지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찾은 것을 해석하는 방법, 즉 이게 진짜 의미가 있는 정보인지, 조직 검사를 해야 되는지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머신 러닝을 통해 빠른 속도로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결론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중재와 지속적인 피드백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인공지능이 치료 뿐만 아니라 진료의 여러 영역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발표도 이루어졌다. 병리, 영상의학 진단, 폐암 발병 위험 예측 등에서 활용될 수 있고, 방사선 치료를 위해 설계를 할 때 선량측정 등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시간을 단축시키고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 앞으로 비단 폐암뿐만 아니라 여러 암종에 걸쳐 인공지능이 적극적으로 도입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

 

Q10. 10년 전만 해도 폐암의 생존기간이 1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이 있었다. 반면 최근 전체 생존기간이 1년을 훌쩍 넘는 데이터가 무수히 나오는 것을 보면 폐암 치료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현재 폐암 치료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지 말씀 부탁 드린다.

A10. 폐암의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이는 폐암의 여러 가지 분류 중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 실례로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편평상피세포암은 아직까지도 발전이 많이 돼야 한다. 

반면 선암은 표적의 유무, PD-L1 발현율 등 환자의 특성에 따라 치료의 갈래가 세분화돼서, 똑같은 선암이라고 해도 같은 병으로 보지 않는다. 보통 많이 알게 될수록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다르게 생각하면 너무 많이 알게 되니까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한 환자에게 여러 개의 종양이 있으면 그것들이 모두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종양이 세 개 있으면, 똑같은 약을 써도 두 개는 좋아지고 한 개는 나빠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환자의 안전 문제 때문에 3개의 종양을 모두 조직 검사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요즘에는 혈액으로 진단할 수 있는 액체생검 진단기기들도 많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진단 기술을 발전시켜 환자에게 맞춤 치료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하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Q11. 끝으로 폐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11. 20년 정도 폐암 환자를 진료해온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항상 환자들에게 하는 말인데, 병에 걸린 것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 의사를 믿고 치료하기로 했으면, 너무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잘 따라오는 분들이 확실히 예후가 좋다.

일례로 제가 진료한 환자 중 모든 약을 다 써서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환자분이 계셨다.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분이었다. 그때 마침 면역항암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고, 다행히 면역항암제에 매우 반응이 좋으셔서 진단받은 지 약 7년 정도 된 지금까지도 악화없이 계속 사용하고 계신다.

두 번째는 체력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가 나와도 환자의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치료를 못 받지 않나. 비록 투병 중이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자신의 루틴을 계속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세번째로 전문가의 진단과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정보의 홍수 시대인 만큼 환자들도 정말 많은 정보를 알고 온다. 이 경우 설명을 할 때 편한 부분도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듣고 와서 오히려 아무 결정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면역항암제가 기적의 치료제라고 소개되지만 ALK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듯,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전문가를 신뢰하고 의견을 맞춰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제가 환자들 앞에서 강의 할 때 항상 드리는 말로 마무리 하고 싶다. 폐암 치료제는 지금도 개발되고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말고, 건강을 유지하고, 꾸준하게 치료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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