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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주년, 복잡한 결정과정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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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주년, 복잡한 결정과정 해결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9.0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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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돌봄지원체계 부재 등 문제점 지적
환자 자기결정권 존중 위한 노력 및 대리의사결정 제도 개선 등 제안

[의약뉴스] 지난 2018년 제정된 ‘호스피스ㆍ완회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있어, 안정적 정착을 위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에서의 복잡함을 개선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는 노력 등이 더해졌을 때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ㆍ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지난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 지난 2018년 제정된 ‘호스피스ㆍ완회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있어, 안정적 정착을 위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지난 2018년 제정된 ‘호스피스ㆍ완회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에 있어, 안정적 정착을 위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2016년 제정, 2018년 시행 이후 2차례의 개정을 거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올해로 시행 5주년을 맞이하게 됐으며, 우리나라 법적 틀 내에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다.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문제점으로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이 어렵고 복잡함 ▲환자 자기결정권 존중되지 않다가 임종기에만 강화 ▲환자ㆍ가족 돌봄 지원 부재로 인한 비뚤어진 연명의료결정 유발 ▲가족이 대신 결정해줄 수 없는 환자의 이익 보장 못함 등을 지적했다.

그는 “사전돌봄계획은 임종이 임박한 시기보단 이른 시기에 시작, 환작 숙고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처음 작성할 때는 의료행위가 환자에 적용될 때의 득실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고, 포괄적 의미의 연명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지만 문서에 남겨두게 된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환자가 바라는 치료의 목표나 현재/향후의 치료가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계속 문서화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는 1회의 서식 작성으로 종료되며, 환자가 갑자기 악화된 상황에서 거의 새로 논의를 시작하게 된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은 임종과정 판단-환자의 의사 확인-구체적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으로 이뤄지는데, 구체적 의료행위에 대한 논의는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에 대한 판단, 의료행위가 연명의료행위인지에 대한 판단 등 2가지 전제가 따른다”며 “근본적으로 각각의 의료행위 시행여부를 두고 2가지 선결조건을 따져가며 결정하는 석은 의료진에게도, 환자와 가족에게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명의료결정을 하면 환자와 가족이 임종까지 편안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임종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 연명의료결정법의 한 축인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서비스 대상인 말기암,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에서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아직 25%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와 같이 돌봄 지원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만으로 고통없이 편안한 임종을 맞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요양병원에서 임종하고 싶지 않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전원하라고 할까봐 이럴 바엔 중환자실 입실을 택하겠다고 하면 연명의료결정은 자기결정권에 따른 적절한 결정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떠밀려 한 결정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적으로 지정된 가족이라면 대리의사결정이 가능한 현재의 연명의료결정법이 윤리적 관점에서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법적 가족이 있으나 환자의 의사와 최선의 이익을 잘 대변하지 못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또는 법적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포괄적 의미에 동의하더라도 임종기 의료행위에 있어 세세한 것을 의료진과 함께 상의할 대리의사결정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상황을 반영, 계속 발전해나가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제언했다.

그는 “현재와 같이 포괄적 의미의 연명의료에 대한 동의 후, 논의의 연속성 없이 임종기에 복합하게 의료행위를 결정해야하는 구조를 수정할 필요가 없는지 생각해봐야한다”며 “임종과정에서 연명의료결정 이행 과정에서 현재처럼 임종과정 판단과 이행항목 결정 등을 복잡하게 나누기 보단 환자의 의학적 상태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 임종과정 판단은 의무기록에 남기는 게 더 간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임종기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Cod Status 같은 방식이 덜 복잡할 수 있는데, 일례로 ‘나는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모든 생존을 위한 처치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받고 싶다’ 등의 방식”이라며 “이는 연명의료결정법 이전 의료진이 가족들과 논의해온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 결정에 환자가 배제됐다면, 환자 및 가족과 함께 이를 논의, 각 의료행위의 연명의료 여부 파악 및 가부에 매몰되기 보단 치료 방향성과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연명의료결정 외에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수가 빠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작성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연명의료결정 이행이 된다면, 자기결정권이 존중됐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가 평소 투병과정에서 본인의 바람을 가족 및 주변 사람과 의료진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이렇게 표현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 하에서 환자가 서식 혹은 구두로 표현한 본인의 바람에 대해 가족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거나 반대하는 경우 이에 대해 의료진이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과 옹호를 위해 소신을 가지고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의미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임상현장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종돌봄 교육이 필요하다. 임종돌봄 없는 연명의료결정은 아름다운 마무리보단 ‘더 이상 안 되는 상황에 대한 포기와 버림받음’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며 “중환자실, 응급실에서의 임종 등에 관심을 갖고, 실제 현장에서 어떠한 임종돌봄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 완화의료ㆍ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이 가지고 있는 임종돌봄에 대한 지식과 태도 등을 파악, 일괄적인 교육에서 나아가 양질의 임종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맞춤, 체계적 교육을 마련해야한다”며 “임상현장의 의료진이 임종돌봄을 제공하기 어려운 장애요인을 파악, 이에 대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으로 지정된 가족이 아닌 자가 대리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리인 제도에 대해 고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대리인 제도의 악용 가능성 등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지만, 지금은 대리인이 없어 최선의 이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화, 사회적 차이 등을 고려해 국회의 대리인 제도를 차용하는 방식 보단 국내에 가장 적절한 대리의사결정의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며 “무연고자의 임종기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은 대리인 제도보다 시급한 문제로, 모든 대리의사결정을 다 할 수없더라도, 무연고자의 임종돌봄을 받은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의료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할지에 대해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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