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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뇌수술하면 수익 감소하는 구조가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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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뇌수술하면 수익 감소하는 구조가 본질"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8.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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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교수, JKMS에 기고..".획기적 수가 개선 정책 및 신경외과 필수진료과 분류 필요"
▲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사망한 사건을 두고 한 교수가 ‘사건의 본질은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사망한 사건을 두고 한 교수가 ‘사건의 본질은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의약뉴스]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졌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사망한 사건을 두고 한 교수가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현실’이 사건의 본질이라 지적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화려한 한국 대형 병원의 취약한 그림자(Vulnerable Shadows in Splendid Korean Big Hospitals)’란 제목의 사설(Editorial)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오전 근무 중 두통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응급실로 옮겨진 A씨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과정에서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뇌혈관 분야 전담 의사는 총 3명이며, 수술이 가능했던 것은 2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1명은 외국 학회로 출장을, 1명은 휴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1명이 색전술을 시술했으나 증상과 상황이 심각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하기로 결정했다.

빅5 병원이라 불리며, 최고 의료시설과 의료인들이 모여 있다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배경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고, 대부분은 의료현실을 외면한 채 아산병원 뇌혈관외과 의사에 대한 마녀사냥과 응급처치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데 바빴다.

이에 대해 방 교수는 “이 사건의 본질은 가용한,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의 절대 수 부족으로, 국채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의사가 2명 뿐이라는 걸 아는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2명의 의사가 동시에 병원을 비우는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50~60대 사람들 중 얼마나 1년에 180일 이상을, 당직 또는 호출당직을 서는 생활을 받아들이고 사명감만으로 그런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이 뇌혈관외과 의사 2명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지 않도록 당직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숙련된 뇌혈관 전문의를 모집하려고 해도 인력풀이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뇌혈관외과 의사가 부족한 원인은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수익이 감소하는 현실에 있다는 게 방 교수의 설명이다.

방 교수는 “뇌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소하는 현실이기에 굳이 뇌혈관외과 의사를 더 구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낀다”며 “설령 구하려고 해도 요즘 뇌혈관외과 전임의 과정을 거치고 나온 의사들 대부분이 뇌혈관외과 수술보다 신경중재 쪽을 더 선호한다. 학습 곡선이 상대적으로 짧고 절차가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의 숫자는 줄고 있지만, 신경혈관수술이 필요한 일부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이라면서 프랑스의 예를 들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실습교육을 왔던 프랑스 의대생은 ‘프랑스에서는 중증 의료는 다 망한 것 같다. 실력 있는 외과 의사들이, 프랑스에 남아 있지 않고 스위스 등 다른 나라로 이직하고자 하는 열망이 커서 지금도 큰일이지만 향후가 더 큰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

여기에 방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비가 매우 낮은 것을 지적하며, 비용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수가는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의료 수가의 상대적 가격 수준을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OECD 평균은 72, 일본은 71, 한국은 48로,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등의 구 공산권 국가 밖에 없다”며 “뇌혈관외과 쪽의 수가는 더욱 처참해서 일본 뇌혈관외과 수술 수가의 1/4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건강보험재정 총액제한 제도는 일부 수가를 올리려면 다른 분야 수가를 내려야 가능하다. 이런 정책으로는 뇌혈관 외과 의사를 빠르게 고갈시키고, 10~15년 뒤에는 숙련된 뇌혈관외과 의사는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MRI 급여 확대 등의 인기영합 정책을 줄이고, 중증질환이나 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을 별도로 추가 신설하는 획기적인 수가 개선정책 말고는 여기에 대한 해답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혈관 수술은 숙련된 의사, 간호사 등 팀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필수적”이라며 “중대한 질환에 대한 고위험 의료 분야의 의료전문가에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정책적인 지원 없이, 그냥 의사 월급이나 당직비 좀 올려주는 것으로는 뇌혈관외과 의사의 소멸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방재승 교수는 “신경외과 의사들은 수술실에 1주일 내내 갇혀서 환자 살리느라 온 힘을 다 쏟다 보니, 국가가 주도하는 심뇌혈관질환 정책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있다”며 “실제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는 의사들이 탁상공론식으로 만들어 놓은 심뇌혈관질환법을 그대로 따르면 역시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은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조선시대 공학자들을 멸시하는 유교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의사, 특히 외과의사는 하급기술자로 여겨진다”며 “정부의 의료정책상 신경외과 자체는 '필수진료과'에서 제외되는데, 사람의 머리에 뇌출혈이 발생하면 뇌혈관 수술은 생명을 구하기 위한 ‘필수 의료’여야 한다. 신경외과를 '필수진료과'로 분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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