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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복장을 했으나 그들은 조선인이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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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복장을 했으나 그들은 조선인이 틀림없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8.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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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상해에 정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용희와 말수는 전쟁이 일본과 미국만의 대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기울고 미국이 승리했어도 부부는 여전히 일본이 세계를 재패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와 보니 또다른 전쟁이 있었다. 일본과 미국의 대결만이 아니라 중국내에서도 그들끼리의 세력 다툼이 있었고 그것은 태평양 전쟁만큼이나 치열한 것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조선독립군의 실체였다. 듣도 보도 못한 조선 독립군의 이야기가 상해 어디서나 떠돌았다. 음식점에서도 술집에서도 환자들의 입에서도 그들을 찾아온 보호자들도 독립군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윤봉길이라는 청년이 상해 공원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 고위관리를 죽이거나 상해를 입힌 일 수 년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엄연히 일어난 일이었다. 감히 조선인이 일본인을 상대로 폭탄을 던졌다니. 

더구나 그들을 뒤에서 지원하는 임정과 임정의 주도권을 위해 각 정당들이 싸우고 있었고 그 싸움은 중국내 세력다툼 만큼이나 더 치열해 지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전쟁 사이에 숱한 전투가 이곳 상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들은 용희보다는 말수에게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세상은 넓고 벌어지는 일들은 끝도 없었다. 상해에서 이런 일들을 알게 될 줄이야, 말수는 틈틈히 고뇌하는 인간처럼 열강과 그들 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조선인들의 분투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 저었다.

아직은 자신의 판단으로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의학지식은 이제 그만하면 됐고 이제는 세태에 눈을 돌려야 한다.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도 말이다. 

말수는 그런 것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앞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당장의 위협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닥쳐올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은 아니었다. 

뼛속까지 조선인이 그는 조선도 아닌 상해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 독립전쟁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가 상상할 수 있었던 범위에서 벗어난 일이었고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그런 무모한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나라밖에서 나라 조직과 같은 임시 조직을 만들어 놓고 수상이니 내각수반이니 하는 이름을 들으니 말수는 가슴 저 아래쪽에서 뭉클 거리는 무엇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국에서 느끼는 조선에 대한 감정이었다. 

일본에 대한 혐오감이 있기는 했지만 지배가 길어지면서 이제 조선과 일본은 하나라는 인식이 강했던 그에게 독립은 길가다 뒤에서 던진 돌을 맞고 쓰러지는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그는 진료 틈틈이 혹은 신문이나 방송등을 통해 어쩌다 나오는 중국내 주도권 다툼이나 러시아의 개입과 유럽 열강이 노리는 영토야욕, 그 와중에 독립군과 연관된 내용에는 귀를 세우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었다.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것은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도 그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시점이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그렇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환자 하나가 왔는데 첫 눈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깎고 뿔테 안경을 썼는데 정수리에 솟은 두각이 도드라졌다. 수행원인 듯 한 한 명과 보호자 행세를 하는 다른 한 명이 그를 보좌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날 배가 아프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왔다고 했다. 먼저 용희가 진찰을 했고 말수가 들어왔다.  둘은 맹장을 의심했다. 수술이 필요해 보였다. 맹장 수술 정도는 아주 간단한 것이었고 말수는 환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위험하지도 않고요.'

의사의 자신있는 말에 환자는 안심했는지 약간의 미소를 띄고는 수행원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는 듯이 눈길을 주었다. 말 대신 눈짓으로 의견을 교환한 그들은 수술은 오늘 당장은 아니라면서 복통을 완화할 약의 처방을 원했다.

급성이 아닌 만성이므로 수술이 당장 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지 않으면 두고 두고 속을 썪이고 나중에 급성이 되면 위험하다고 환자에게 알리고는 의사는 미리 준비해둔 환약과 진통제를 처방했다.

그들은 중국말을 썼으나 슬쩍 조선말을 썼는데 마침 그 말을 말수가 알아들었다. 

'그래 내 짐작도 그랬어.'

그들이 진료실 문을 열고 나가고 나서 말수는 용희에게 그들이 중국사람이 아닌 조선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자 용희도 토박이 중국인 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능숙한 중국어를 사용했지만 어딘지 조선인 같은 인상을 풍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중국식 복장을 하고 서양식 언행을 보였으나 조선인의 핏줄이 흐른다는데는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직업이 궁금했다. 조선인이 상해에 와서 하는 일은 하찮은 것이 거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어딘지 모를 범상한 분위기와 풍모와 태도는 무슨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어울렸지 청소나 심부름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말수는 혹시 그들이 조선 독립군을 지원하는 배후조직은 아닌지 상상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당의 소속이거나 아니면 임정의 중요인물 인지도 몰랐다. 커튼을 열고 말수는 환자 일행이 골목길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환자와 동행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환자 혼자서 걸어가는 뒷모습만이 보였다. 말수는 호기심이 동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의 동선을 따라갔다.

어느 순간 부터 병원에 함께 왔던 수행원 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를 뒤따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명은 우측에서 다른 한 명의 좌측에서 10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환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환자는 분명히 다시 올 것이다. 그 때는 수술을 결정할 것이고 당장 해 줄 수 있는지 물을 것이다. 어렵지 않은 요구이고 가능한 일이다. 물론 응급환자 여러 명이 닥친 상황이라면 수술은 두 어 시간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러나 맹장 수술 같은 단순한 것은 말수가 따로 시간을 낸다면 어렵지 않게 해치 울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환자가 빠르면 오늘 오후에 올 수 있고 늦어도 삼일을 넘기지 않을 것을 확신했다.

예감이라는 것이 때로는 맞아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것은 예감이 아니 의사가 환자와의 관계를 본 것이기에 일반적인 것보다는 확률이 높았다. 최대 삼일을 잡은 것은 약을 그만큼만 처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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