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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0-06 18:20 (목)
생각보다 광장은 넓었고 보호해줄 나무 한 그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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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광장은 넓었고 보호해줄 나무 한 그루 없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8.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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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의는 긴장하지 않았다. 되레 차분한 마음이 되었다. 시계를 보고 있는 것처럼 가슴 깊은 바닥은 고른 숨소리가 그 상태를 유지했다. 더 올라가려는 기미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려오지도 않았다.

직접적인 전선에 서 있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싸움 이후에 살아 있는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방금 전에 생각했던 그것에서 아직도 휴의는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싸움의 성패를 초월한 것 같은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넋놓고 있지는 않았다. 총을 잡은 손은 바짝 긴장했고 눈은 명령할 시기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부하 앞에서 지나치게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었다. 남의 일처럼 굴어서도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이었다. 

방금 전에 생각했던 그것도 살고 나서야 고민할 거리였다. 갑자기 휴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자신의 생명도 중요했지만 자신만 보고 있는 이 젊은이들의 온기를 유지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았다.

뜨거운 피가 밖으로 나와 운동장을 적시지 않고 여전히 자기 몸안에 있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데 까지 그렇게 해봐야 한다. 휴의는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아직은 어떤 명령을 내릴 단계는 아니었다. 무전을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의 판단이 중요했다. 그러나 무전으로 향하는 긴장의 끈은 놓치 않았다.

총독부 안으로 들어간 조선일공수 특공대는 살아서 돌아오기 힘들 것이다. 천운이 따라 주어 원래 목표물을 제거하고 무사히 퇴각한다는 시나리오는 애초에 없었다. 그럴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봤기 때문이다.

첩보에 의하면 총독부 내에는 내로라 하는 일대 대대 병력이 진을 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사단 병력이 배치돼 있었다. 최고의 무기와 고도로 훈련된 이 정도 병력이라면 접근 조차 힘이든다.

설사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총독 관저의 진입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상해 임정이 무모하리만치 위험한 결단을 내린 것은 일제에게, 중국과 미국에게 아니 전 세계에 조선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임정의 수상이 그들이 떠날 때 전에 없이 눈 시울을 붉혔고 급기야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은 것은 이제 떠나는 그들이 두 번 다시 이곳에 올 수 없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최후의 순간을 맞은 수상은 삼백 삼명의 손을 일일이 붙잡았다. 

그러나 대장 세 명을 빼고는 부하들은 그런 내막을 몰랐다. 분대장조차도 알리지 않았다. 적이 어떤 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을 숨긴 것은 알려봐야 작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독립군 부하들의 목숨이 대장보다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 명 한 명은 매우 소중했고 인재였고 그러기에 상해서 조선 파병은 숱한 토론과 반대에 부딛쳤다. 결국 결정은 수상의 몫이었다.

국제 정세에 밝은 수상은 머지 않아 일본의 패망의 예견했다. 손을 들기전에 조선 땅에 독립군을 파견해야 일본이 떠난 자리의 진짜 주인은 조선인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었다.

일본 대신 미국이나 소련 혹은 다른 나라가 들어온다면 국가만 바뀌었을 뿐 식민지배는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무리수인줄을 알면서도 수상은 그것이 역사의 큰 줄기로 봤을 때 조선민족에게 타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작전을 짤 때 부터 수상은 관여했다. 작전의 성공도 중요했고 독립군의 생좀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시에 치고 빠지는 게릴라 작전을 선호했다. 적은 수로 많은 적을 상대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작전은 없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냐에 달려 있었다. 공격도 빠르고 후퇴는 그 보다 더 빨라야 한다. 그래서 수상은 총독을 처지하면 좋지만 총독이 출타했거나 총독인지 확인할수 없다면 무리하게 있지 말고 신속히 현장을 떠나야 한다고 각 대장들에게 지시했다.

생존한 독립군은 해방 조선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수상이 휴의를 따로 불러 이 점을 강조한 것은 당장의 눈 앞의 이익은 물론 뒷일 까지 염두에 둔 조치였다. 휴의는 시계를 들어 눈 앞으로 가져갔다. 시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초침이 쉬지 않고 움직였다.

그러면서 전우들에게 행운이 오기를 기도했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에 대고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그들은 철수 하면서 휴의 부대쪽으로 급하게 후퇴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임무는 끝나고 휴의가 새로운 임무를 맡는다. 얼마나 살아 올지 아니면 한 명도 없을지 휴의는 어느 쪽도 속단하지 않았다. 다만 부상병을 데리고 오는 불상사가 없기만을 바랐다. 부상병까지 떠앉을 자신이 없었다. 

'대장님,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궁금하다, 나도 몰라 묻고 싶다. 그러나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대답을 하고 휴의는 질문을 한 부하의 얼굴을 흘끗봤다.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나 한 번 더 쳐다본 것은 그가 죽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이 놈의 생명은 내가 아니라 창의문이나 북악산 아래에 진을 치고 있는 후방 병력의 손에 달려 있을 수 있다. 그들이 현장의 상황에 맞게 얼마나 적절한 대응을 하는지에 따라  휴의 부대도 안전을 더 확보할 지 불안에 가까이 갈지 결정됐다. 

휴의는 또 한 번 운을 생각했다. 오늘 따라 유난히 행운이 그를 사로 잡고 있다. 운에 맡겨야 한다. 다행히 아지까지는 성공이다. 이 기운이 탈출시 까지 이어져야 한다.

아직 적장을 제거 했는지 아닌지 총독 관저 일층에 있는 특공대장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막혔고 벌써 들어온지 수 분이 지났다는 것을 그는 몸으로 알았다. 다리가 서두르고 있다. 살아 있을 때 여기를 빠져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는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주방장 등 피라미라고 할 수 있는 인원 몇 명을 살해했고 뒤따라 들어온 훈련이 덜 된 듯한 외곽병력도 어느 정도 처지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가기 전에 얼마간의 시간이 더 있을 것이다. 부하들에게 내릴 철수 명령은 뒤로 밀렸다. 아니다.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한다.

대장은 망설였다. 평소 단칼을 좋아했던 대장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쉽게 적진을 뚫고 온데 따른 예상치 않은 결과 때문이었다.

애초 계획대로 방어가 대단했고 겨우 경내로 들어온 상태라면 지금 이 성과도 엄청난 것이다. 당연히 철수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마음은 또다시 철수를 명령해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재촉했다. 그 때 부하하나가 이층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막고 있는 쇼파를 집어 아래로 던졌다. 그것이 대장의 발 아래 부닥치면서 조각이 났다.

특공대장은 총에 맞은 듯이 뒤로 쓰러졌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층로 가라. 적의 우두머리를 사살하라. 그는 벼락같은 명령을 내리고 자신도 부하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섰다.

대장은 자신이 아직도 살아서 이런 명령을 내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지금은 살아 있다. 그러나 곧 목숨이었다. 그는 목숨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벌써 죽어야 할 몸이 살아 있으니 여분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러나 부하들은 달랐다. 처음에 용감했던 그들은 전우 몇 명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고 널부러진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대리석 바닥을 적신 후 자신들의 군화쪽으로 밀려들자 공포에 떨었다. 

대리석 벽에 몸에 찰싹 붙이고 최대한 몸이 숨긴 그들이 모습이 특공대장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또한 번 소리쳤다.

부하들을 신속하게 후방으로 빼는 대신 쉼없이 몰아 붙이기로 작정했다. 특기왕 밀기 시작한 것 밀리지 않을 때까지 밀기로 작정했다. 줄다리기에서 밀리면 아무리 힘이 세도 끌려가는 이치를 그는 간파하고 있었다. 밀 때 밀자.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그는 총부리를 안이 아닌 밖으로 향하고 있는 병사두 명에게 이층 계단을 확보하고 삼층으로 올라가는 자신들을 따르라고 지시했다.

'보이는 것은 무조건 죽여라. 움직이는 것은 지체없이 사살하라.'

그는 마치 배위의 이순신 장군처럼 포효했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병사들이 의자 등 집기를 치우면서 앞서간 사람은 벌써 삼층 난간에 도착했다. 그가 가면서 사람 하나 빠져 나갈 공간 사이로 특공 대장이 바싹 달라붙었다.

'아래서 엄호 할테니 염려말고 올라가라.'

특공대장은 소리쳤다. 생각같아서는 자신이 앞장서고 싶었다. 그러나 뒤이어 쳐들어오는 적을 효과적으로 막기위해서는 현장 지휘가 필요했다.

그는 피 묻은 손으로 헐레벌떡 들어온 일분대장에게 너는 여기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달려드는 적을 처치하라고 다시 밖으로 내몰았다. 일분대장은 불만이 없었다. 바로 그 명령을 받기 위해 들어온 것처럼 바로 밖으로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오자 마자 저 쪽에서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괴성이 울려 퍼졌자. 황토 군복을 입은 적의 일개 소대 병력이 한 꺼번에 서너 명식 흩어져서 총독 관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창의문에 있던 병력과 본대의 일분대장이 이들과 맞서 총격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는 독립군 쪽이었다. 적들은 삼사 명씩 나눠 진군했으나 광장 어디에도 몸을 피하거나 은폐물을 찾을 수 없었다.

쓰러진 자의 몸을 방패삼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노출된 그들은 숨어서 쏘는 독립군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현재까지는 숫적으로도 독립군이 우세했다.

이런 식이면 총독관저에 있는 모든 사람을 처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지금 당장 따져보면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그러나 갈수록 적에게 유리할 것이다.

북악산에 있던 독립군 병력들은 아직 궁내로 들어오지 않았다. 안에 있는 병력 만으로 충분히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고 북악산 대장은 판단하고 있었다.

일단 그들이 안에서 시간을 벌어준다면 외곽 경비가 들이닥칠 때 자신들이 그들을 처리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처리한다는 것은 막아서 시간을 번다는 의미였다. 

이는 특공대들이 철수할 때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작전이었다. 자신의 부대는 궁내에 들어가면 안 된다. 북악산 대장은 들어가려고 사냥개처럼 목을 길게 빼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부하들을 제지하면서 더 큰 임무가 있다는 말로 달랬다.

과연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자신들의 위치는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이 뒤늦게 종로서 경찰들이 소집한 병력들이 정문쪽이 아닌 동문을 향해 진입하기 위해 열을 지으면서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의 명령에 따라 흙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들고 있었다. 

군대가 패배하자 경찰력이 동원된 것을 나무말 필요는 없다. 비록 적이지만 이런 작전은 필요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칭찬할 이유는 없다. 칭찬을 한다고 해도 받을 시간을 그들은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 병력 역시 당장은 독립군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상황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무턱대고 달려들다 상당수가 고목처럼 쓰러졌다.

종로서에는 처음에 괴한 오육명으로 보고됐던 사안이 점차 커져서 일대 소개 병력이 됐다가 그보다 적다거나 그 정도는 된다는 식의 혼란이 이어졌다.

적의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했으나 동휴가 이끄는 경찰은 자신들이 공을 세울 기회라고 생각해 외곽을 지키는 군인보다 더 빨리 광장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 나갔다.

동휴는 그런 부하들을 뒤에서 지켜 보면서 그도 부관을 데리고 뒤를 쫒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별궁의 기둥뒤로 몸을 숨기고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전방을 주시했다.

몇 차례에 총독 관저 출입으로 대강의 건물 위치나 광장의 크기를 알고 있었으나 막상 달려 드니 생각보다 광장은 넓었고 보호해줄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았다.

동휴는 직감적으로 적이 계단 아래나 궁의 다른 건물에 숨어서 저격한다면 일개 대대가 동시에 들어쳐도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우선 적의 숫자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 강한지를 알고 나서 자신이 움직이기로 했다. 그는 부관의 무전기를 빼앗듯이 받아 들고는 자신이 직접 상황을 본서로 중계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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