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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평가, 환자- 의사 간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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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평가, 환자- 의사 간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 의약뉴스
  • 승인 2022.08.0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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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는 신중함이 따른다.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개인이든 단체 든 그 어떤 평가든 평가는 그 결과가 대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오래전 권위주의 정권 시대가 저물 던 시절 교수 평가가 있었다. 학생들이 교수의 수업의 질, 태도 등을 종합하는 평가였다. 평가를 매기는 학생들은 일부 신이 난 경우도 있었는데 그것은 늘 평가만 받는 존재였다가 평가하는 주체가 된 때문이기도 했다.

정작 평가받는 교수가 받았을 엄청난 스트레스나 중압감 같은 것은 뒷전으로 밀렸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보다는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인기영합적 교수 태도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새삼스럽게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게 된 것은 최근 심평원이 발표한 환자경험평가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 때문이다.

환자 평가가 올해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부터 였으니 제법 연조가 쌓였다. 이름 그대로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개인의 선호, 필요 및 가치에 상응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최근 발표된 평가는 3차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총 359개 의료기관, 퇴원환자 39만 8781명을 대상으로 약 6개월 간 전화설문조사로 진행됐다. 결과는 여전히 환자 권리 보장 점수가 낮았고 불만 제기 용이성, 수치감 관련 배려 등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의사 및 투약과 치료과정 문항 점수는 향상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깨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존중과 예의라는 모호한 평가 항목을 특히 문제 삼으면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환자경험평가가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고 있다는 것이다. ‘입원기간 동안 다른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공평한 대우를 받았습니까?’나 ‘담당 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했습니까?’ 등 ‘의사예의평가’ 항목이 추가된 것에 대한 불만이 높게 일고 있다.

의협은 입장문 까지 내고 환자경험평가라는 명목 하에 객관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항이 담긴 설문을 수차례에 걸쳐 시행했고, ‘존중과 예의’라는 근거 없는 항목까지 더해 평가 대상을 확대하려 한다면서 심평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기관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없고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만 신경 쓰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이는 개인의 선호, 필요, 가치는 개인의 성향과 판단기준, 치료과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받고도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조사방식에서도 의료기관 내 평가 전담인력이 있는 대형병원의 평가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어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점도 부각했다.

내과의사회도 비슷한 입장으로 심평원의 환자경험평가를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떤 경우든 평가를 받는 대상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결과가 좋으면 홍보에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는 필요할 수 있다. 평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현재를 되돌아 보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입장처럼 환자와 병원간 신뢰를 저버리는 식의 평가는 지양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교수 평가처럼 본질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환자평가가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가면서 더 좋은 병원과 더 나은 환자 치료 환경이 만들어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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