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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존 말코비치 되기(1999)-다른 누군가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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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존 말코비치 되기(1999)-다른 누군가로 살아보기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08.01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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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간혹, 어쩌다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이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클 때도 그런 터무니 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은 빌 게이츠가 되고 싶고 무명의 축구선수는 메시를 그리워하며 가방끈이 짧은 사람은 박사 학위 여러 개를 딴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는 때로는 여러 이유로 또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존 말코비치가 되고 싶었나 보다. 이름도 알려지고 몸도 좋고 수입도 괜찮은 점잖은 배우 존 말코비치라면 감독 말고도 부지기수의 일반인도 그런 꿈을 꿀 수 있겠다.

의중을 파악한 감독은 급기야 돈을 받고 말코비치가 되려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 준다.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이 영화는 우선 흥미를 끈다.

인형 조종사 크레이그(존 쿠삭)는 무명이다. 푼돈이나 벌려는 생각으로 거리에 좌판을 깐 상인처럼 인형을 조정하면서 행인들의 관심을 끈다. 그런데 하필 주제가 아이들 보기에는 호기심이 있을지언정 건전한 것과는 거리가 먼 남녀의 사랑 행각이다.

그러니 경찰의 단속 이전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 주먹세례를 받기 십상이다. 집에 돌아오면 원숭이나 앵무새 혹은 도마뱀 같은 동물들이 아내 먼저 그를 반긴다.

남편의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아내 로떼( 카메론 디아즈)가 나서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바 없다. 돈다발 대신 터진 입술을 들고 들어온 그런 남편이 아내가 보기에 한심하다.

그래서 크레이그는 취직을 해보기 위해 찌라시를 검색하다가 드디어 면접을 보게 되고 손재주가 좋다는 이유로 7과 1/2 층에 위치한 사무실에 합격한다. 그 사무실은 성인이 드나들기에는 층고가 너무 낮아 허리를 기억 자로 꺾어야만 움직일 수 있다.

크레이그 정도가 취직한 회사이니 무슨 기대를 하겠는가. 그러나 거기에는 누구나 반한 만한 미모와 매력을 뽐내는 맥신( 캐서린 키너)이 근무하고 있다.

꼴에 그도 남자라고 어떻게 해보고 싶은 심사에 끌려 그녀를 유혹하지만 콧대 높은 맥신은 그에게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다. 그런 어느 날 크레이그는 서류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줍기 위해 탁자를 치우다 벽의 커다란 구멍을 발견한다.

그는 그곳이 존 말코비치가 되는 통로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맥신은 그에게 그러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아 200달러를 받고 구멍을 개방하자고 제의한다. (이런 가상체험이라면 명품을 사려는 오픈 런 정도는 애교일 것이다.)

당연히 이 제의는 성사되고 많은 사람들이 존 말코비 속으로 첨벙하고 빠져 든다. 그곳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뺨치고도 남는다. 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행동도 내가 아닌 말코비치이니 놀라움은 엄청나다.

▲ 누구나 다른 사람을 꿈꿀 수 있으나 그 다른 사람이 자아는 아닐 것이다.
▲ 누구나 다른 사람을 꿈꿀 수 있으나 그 다른 사람이 자아는 아닐 것이다.

누구도 내가 내가 아니고 말코비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할 만큼 변신은 감쪽같다.나 아닌 말코비치는 나인가, 말코비치 인가 아니면 괴물인가.

말코비치의 눈을 갖고 생각을 갖는 말코비치는 꼭두각시 인형과 다른가, 아닌가. 크레이그는 말코비치 대신 다시 인형조종사로 돌아와 자아를 찾았을까.

기존의 할리우드 공식을 깨는 놀라운 주제를 가지고 나온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이 영화로 자신만의 위상을 확고히 한 것은 물론 감독의 명성도 크게 다질 수 있었다.

가능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에 대한 평가는 아무리 과해도 지나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남는다. 모든 사람이 말코비치가 되면 진짜 말코비치의 기분이 어떤가 하는 점이다.

기분 따위는 상관없다고? 맞다. 진짜 말코비치가 느끼는 가짜 말코비치에 대한 역겨움이나 환호 같은 것은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존 쿠삭, 캐서린 키너, 카레론 디아즈

평점:

: 존 말코비치가 된 가장 기이한 인물은 크레이그의 아내 로떼다.

그녀는 말코비치가 된 후 맥신과 잠자리를 같이해 임신에 성공한다. 딸은 굳이 구분한다면 로테가 아버지이고 맥신이 엄마다. 불쌍한 크레이그는 맥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인과 경쟁을 한 셈이다.

놀라운 장면은 수많은 말코비치가 머리를 깎은 똑같은 모습으로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장면이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아마 여러분은 진짜 말코비치가 누구인지 찾기 게임보다는 우선 그 자리를 도망쳐야 한다.

눈앞에 나타난 현실에 자신의 눈이 믿지 못한 상태가 되면 누구나 그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영화를 본 여러분 가운데는 말코비치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단 그는 유명하지 않은가. 무명보다 유명이 좋은 것이고 유명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돈벌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말코비치가 된다면 사랑하는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가 그 사랑을 이룰지 누가 알겠는가.

몸은 여자이지만 마음은 남자이고 싶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로떼처럼 남자의 경험을 느끼는 여자의 기쁨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벅찬가. 현재의 크레이그로는 도저히 맥신의 사랑을 얻을 수 없지만 말코비치라면 너무나 손쉽다.

그러니 성별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백 달러를 손에 쥐고 당장 맥신에게 달려가야 한다. 변신한 그녀든 그든 누구도 비난 할 수 없다.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존 말코비치 되기는 어머어마한 축복이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오늘, 당신의 상상이 이루어진다'는 영화의 헤드 카피가 실현되는 그날을 두려운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세상의 나쁜 일은 사라지고 좋은 일만 일어날지 그 누가 알겠는가. 전쟁 대신 평화, 가난 대신 부, 질병대신 건강, 시기 대신 칭찬만이 가득한 그런 세상 말이다.

단 15분 동안이라도 말코비치의 숙주가 되어 영생을 해보는 삶도 경험하고 싶다. 그런 과정을 통해 현재의 자아와 미래의 자아를 바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나는 인형극이 보고 싶다. 나와 다른 내가 되고 싶다. 그러나 나는 존 말코비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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