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한의사협회를 10년 가까이 출입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처해야 할 현안이 참 많고, 이에 따른 업무 또한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깨달은 것은 현안도 많고 업무도 많은 의협은 항상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내분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요 근래 의료계 내 폭행죄 형사고소가 일어났다. 고소를 한 장본인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이고, 고소를 당한 이는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이다.
현직 각과의사회장이 현직 의협 상근부회장을 형사고소하는 일이 어째서 벌어졌을까? 사건은 지난 8일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날 회의는 의협 집행부가 참석해 그동안 ‘실손보험간소화법’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 설명하는 자리로, 대개협은 실손보험간소화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의협에만 맡겨둘 수 없다면서 ‘대개협 실손보험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의협 이상운 보험정책부회장은 “이 사안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의협이 할 수 있는데 일을 안하고 있는 건 아니다. 대관 업무는 이필수 의협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 회장이 “이전에 의원실에 A법안과 관련해 질의하니 의협이 챙기지 않아 여기까지 온거라고 하던데 어디서 거짓말이냐”고 반박하며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이정근 부회장은 임 회장에게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XX가”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언과 비난의 끝은 지난 13일 임현택 회장이 이정근 부회장을 경찰에 폭행죄와 모욕죄 형사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임 회장은 대개협 김동석 회장에게 증거가 될 수 있는 회의 녹취음성파일 교부 요청도 지난 11일 마쳤다는 소식도 알렸다.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느낀 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안을 앞두고, 또 다시 내분으로 ‘힘든 길’을 선택하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은 보험사에서 10여년 동안 공을 들이고 있는 법안이고, 20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만 5개 이상 발의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돕고, 힘을 모으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폭언을 가하고, 고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누가 의협과 의료계에 힘을 실어주겠는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명나라 말기 누르하치의 맹렬한 공세를 영원성 전투 한 번으로 꺾어낸 명나라 최후의 명장 원숭환은 내부의 시기와 질투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서로마제국 말기의 명장 스틸리코와 아이티우스 모두 이민족의 침략을 저지하고 조국의 멸망을 늦췄지만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처형되거나 암살당했다.
가까운 예를 찾으면 이순신 장군이 왜 백의종군을 하게 됐으며, 명량에서 본인 목숨과 국운을 건 도박을 해야 했는지는 생각해보면 쉬울 것이다.
형사고소의 두 당사자는 그날 회의에서 이상운 부회장의 발언, “이 사안은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를 곱씹어봐야 한다. 힘을 모아도 어려운 일을 내분으로 망치는 모습은 이제 그만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