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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미스틱 리버(2003)-용서 받지 못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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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미스틱 리버(2003)-용서 받지 못할 자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2.07.1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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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살인자가 자수하지 않았다고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의 부인이 가족을 위해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고 살인자 남편을 위로한다고 해서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순전히 살인자와 그의 부인의 관점에서 보면 비난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15년 전 밀고자를 강물에 가라앉힌 살인자 지미( 숀 펜)는 그 후에 또다시 살인을 저질러 같은 강물 속으로 시체를 던져 넣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는 살인의 첫번째는 그런 것이 있었다는 것만을 영화 후반부에 밝히고 슬쩍 지나치고 두 번째 살인을 중심으로 얼개를 만들고 있다.

보스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지미는 슈퍼를 하면서 두 번째 부인과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난 딸이 올해 19살이다.  살인자이면서 강도로 2년을 복역한 범죄자에게도 딸은 사랑스럽다.

정도가 넘게 사랑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 딸이 범죄자의 손아귀에 빠질 것같은 예감이 든다. (너무 사랑하면 너무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이다.)

어느 날 딸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흥청망청 논다. 그 자리에는 지미의 친구 데이브( 팀 로빈스)가 있다. 그날 새벽 데이브는 온몸에 피 칠을 하고 창백한 얼굴로 집으로 들어온다.

▲ 지미(숀펜)는 관객이 모든 상황을 알고 난 후에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들어 올리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 지미(숀펜)는 관객이 모든 상황을 알고 난 후에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손을 들어 올리는 제스처를 하고 있다.

다음 날 지미의 딸은 시체로 발견된다. 구타 흔적이 있지만 치명상은 총알이다. 사이렌이 울리고 구경꾼들이 모여 있어 무슨 일인가, 끼어들었던 지미는 설마 자신의 딸이 죽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살인 현장에 으레 그렇듯이 경찰이 등장한다. 형사( 케빈 베이컨)는 동료들과 함께 이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데 온 힘을 쏟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미는 앞서 나온 데이브와 함께 어릴 적 친구니 하루 빨리 친구의 원한을 풀어주고 싶다. 말이 나왔으니 이들 셋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키 놀이를 하던 친구 가운데 데이브가 경찰 시늉을 내는 아동성애자에게 차로 납치당한다. 며칠 후에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데이브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한 번 흡혈귀에 물리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데이브는 그들에게 당한 악몽에서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지만 지미는 그런 경찰이 못 미덥다. 그래서 불같은 동생 둘과 함께 직접 사건을 처리하기로 마음먹고 그들 나름대로 범인을 추격한다.

이때 데이브의 부인으로부터 데이브가 딸이 죽던 날의 행적을 듣고는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코너에 몰아놓고 지미는 묻는다.

죽였느냐, 내 딸을 그렇게 했느냐, 진실을 말하면 살려 주겠다. 데이브는 처음에는 부인했으나 거듭된 광기의 질문 앞에 그렇다고 자백한다.

살려 주겠다는 지미는 그러지 않고 어릴적 친구 데이브를 죽여 강물에 처넣는다.

범인은 뒤늦게 잡혔다. 형사는 지미가 범인인 것을 안다. 그러나 그는 친구를 체포할 마음이 없다. 더구나 그날 떠났던 부인으로부터 합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형사는 퍼레이드 구경을 하면서 한껏 기분이 들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지미도 그렇고 데이브가 그렇게 된 줄도 모르는 덜떨어진 아내도 행렬의 대열에 끼어 있다.

세월이 흐르면 이들은 25년 전 데이브가 납치됐던 충격에서 벗어나듯이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 것이다.

한편 죽은 데이브는 죽기 전 살인을 했다. 차 안에서 꼬마를 유린하는 늙은 남자를 사정없이 내동댕이 쳤다. 흡혈귀를 죽인 것이다.

손에 난 상처는 그것 때문이고 멍청한 아내는 데이브가 살인범이냐고 묻는 지미에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데이브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살인죄를 덮었다.

반면 두 명이나 죽인 지미는 죄를 받지 않았다. 그는 용서 받지 못한 자, 용서 받을 수 없는 자가 분명하다. 그러나 영화는 살인에 대한 죄를 묻는 것은 아니니 그것을 따질 필요는 없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그것 때문에 얽히고설킨 세 남자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니.

국가: 미국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평점:

: 할리우드 공식에 따르면 딸에 대한 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미의 복수는 그 대상을 잘못 골랐다 해도 정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살인에 대한 엄격한 단죄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식을 벗어났다. 정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사적 보복을 엄격히 금한 룰을 어겼을뿐더러 진범도 아닌 엉뚱한 사람을 살해했다.

그 살인범을 옹호하는 두 번째 부인의 태도도 공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살인자를 왕으로 추어올리면서 괜찮다, 없던 일로 하자고 덮는 것은 다르다.

공식에 따르면 부인은 가슴이 아프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자수할 가능성이 제로인 남편을 신고해야 한다. 등 뒤의 십자가 문신을 토닥이면서 섹스에 열중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공식은 때로는 비공식에 묻힐 수 있고 비공식이 공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형사 친구의 태도다.

그 자신이 원하던 개인적 행복이 찾아왔고 그래서 기분이 좋다고 해도 살인자에게 겨우 손가락 총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아마도 영화 밖에서 지미는 죽기 전에 두어 차례 더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그가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아닐 것이다. ( 자신이 죽인 레이의 아들, 그러니까 딸의 남자 친구와 그의 말 못하는 동생들을 위해 매달 돈을 보낸 것으로 보아 지미는 조금은 양심이 있는 남자다. 그들에게 베푼 호의 때문에 어찌됐든 그는 딸의 죽음으로 복수를 당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했듯이 부모의 행실 때문에 딸과 남자 친구의 만남을 꺼렸던 나쁜 피는 그의 몸에서 더 크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확실히 일어나고야 말 세번째 살인을 막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그래서 형사의 결정은 내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영화가 살인자를 체포하는 것으로 끝났다면 영화의 여운은 길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평은 나올 수 없을 것이기에 감독의 의도는 성공적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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