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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용맹한 자에게 무지한 자들이 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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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용맹한 자에게 무지한 자들이 돌을 던졌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7.08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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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도 휴의는 싸웠다. 꿈의 일을 소설로 그려내는 것은 진부하다. 그걸 알면서도 그러는 것은 그날 밤 휴의가 꿈 꾼 내용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소대장 휴의가 얼마나 부하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지 독자들은 아래 글을 읽으면 알 것이다. 

휴의는 내내 싸웠다. 꿈속에서도 현실처럼 잘 싸웠다. 숙련된 병사들은 그가 위기 때마다 도왔다. 옆에서 훈련 참관하듯이 지켜보던 미군 특수부대 요원이 물개 박수를 쳤다.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하라는 격려였다. 독립군은 그것이 신호인 양 더 앞으로 진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훈련과 무기와 자부심이 독립군을 이끄는 힘이었다.

한 수 아래라고 깔봤던 일본군은 자신들의 오판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손에 피가 나도록 땅을 쳤다. 대대급 부대가 전멸했으니 그것으로도 부족했다.

어떤 전쟁에서도 이처럼 큰 타격은 없었다. 중일전쟁이나 러일 전쟁에서도 각개 전투에서 이렇게 참패한 적은 어떤 역사서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태평양 전투와 맞먹을 정도로 일본군은 독립군에게 대패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보복하고 싶어서 맷돼지를 본 사냥개처럼 무조건 달려나가고 싶어 안달했다.

당연하게도 이길 줄 알았던 전투에서 지고 만 것의 후폭풍은 이처럼 심각했다. 더구나 그들은 자기들끼리 오인 사격을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빠르게 움직이는 독립군을 지나치고 다음에 들이닥친 일경을 독립군으로 잘 못 보고 집중사격을 했던 것이다. 공격을 받은 일경은 그들이 만주 13사단의 정예 일본군인 줄도 모르고 대응 사격을 하면서 독립군 놈들이 제법인걸, 하면서 더 세게 공격을 퍼부었다. 

나중에서야 그들은 그들이 죽인 적들이 적이 아닌 아군인 것을 알고 분노를 삼키지 못하고 밖으로 토해냈다. 서로 당했다고 울분을 품다가 오인 사격인 것을 알고는 괴성을 지르고 이번에는 머리를 땅에 박았다.

군대의 원산폭격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서로 분하다를 외치면서 이를 갈았다. 그들이 분하다를 외칠 때 휴의는 적진 깊숙이 더 진격했다.

그러나 너무 깊이 들어갔다. 빠져나올 때를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썰물처럼 빠르게 후퇴해야 하나 발은 말을 듣지 않았다. 추위 때문에 꼬부리고 자느라고 발이 발을 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자들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달리려고 하는데 자꾸 뒷걸음질 치는 사태 말이다. 아무리 뛰려고 해도 제자리 걸음이고 어떤 때는 뒤로 밀린다.

몇 초 후면 함성을 지르면서 착검한 총으로 찌르려는 일본군을 막을 수 없다. 이 상태를 벗어나 깨어나야 한다. 휴의는 그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좀처럼 깨지지 않고 이것은 꿈이라며 자꾸 꼬집어도 속수무책이었다. 너무 급박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반전은 없었다.

도와주던 동료는 사라졌다. 큰 동물에 쫓기는 작은 동물이 형형한 눈빛으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휴의는 그러지 않고 대신 남은 총알을 다 쓰고 죽자는 심정으로 달려드는 적을 향해 마지막 총알을 발사했다.

다행히 팔은 쭉 펴고 있어서 총을 잡은 손은 자유로웠다. 칼끝이 이마에 스치는 순간 발사된 총알이 적의 이마를 뚫고 지나갔다. 피가 쏟아져 나와 휴의의 눈을 강타했다. 적보다 더 놀란 휴의가 얼굴을 씻자 핏물은 붉은색이 아닌 검고 푸른 빛으로 손바닥을 채웠다.

이게 뭐야, 휴의가 좀 전의 상황보다 더 놀라서 고인 피를 눈 앞에서 멀리 나가도록 세게 던졌다.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비병소리가 들릴까, 깨자마자 휴의는 입을 꾹 닫았다.

옆자리 병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소대장 휴의에게 넘쳐났다. 그는 일어났다. 조심스럽게 일어나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잠은 거의 사라졌다.

별들은 더 낮게 내려왔다. 은하수는 그들을 감싸고 돌았다. 휴의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점례를 떠올렸다. 점례는 출품했을까, 출품된 작품은 당선됐을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점례는 일등상을 먹었을까. 이랬을까, 저랬을까 그런 생각으로 휴의는 달아난 잠을 잡지 않았다.

그러나 곧 휴의는 자리에 누웠다. 더 자야한다. 내일의 행군을 위해 오늘의 잠은 필요했다. 앞장서야 할 그가 힘겨워하면 부하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체면은 둘째치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아직 날이 새려면 두 어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휴의는 억지로라도 잠에 빠져야 한다고 다짐했고 다짐한 대로 다시 잠에 들었다.

이번에는 죽은 부하 주도수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전투방식과 같은 주장을 하는 주상병이 휴의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적은 수로 많은 병력을 상대하려면 정면승부는 안 됩니다. 치고 빠져야 합니다.’

주상병은 소대장인 휴의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그가 쓰려던 작전을 주상병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데서는 잘 써먹지 않던 방법을 말할 때 주상병의 얼굴은 반짝하고 빛났다.

‘적들이 치기 전에 먼저 치고, 치려고 할 때 후퇴해야 합니다.’

‘네 말이 그 말이다.’

그는 눈치 있게 행동했고 휴의가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을 따르기 위해 동료들 앞에 가장 먼저 섰다.

그런 그가 죽었다. 친구처럼 의지하던 병사였다. 그런 그가 죽어서 구천을 떠돌고 있다. 시체를 수습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소대장님, 저는 죽은 목숨입니다.’

‘알아, 용감히 싸우다 네가 죽었다.’

‘원통합니다.’

‘그 심정 내가 안다.’

‘서천에 색시가 있어요.’

‘혼례 치렀다는 말은 들었다.’

‘다행히 아기는 없어요.’

‘아기가 없는 것이 다행이냐?’

‘아비 없는 자식의 설움을 소대장님도 아시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피한 거니.’

‘아니요, 시간이 있었어요. 혼례 치르고 다음 날 입대했으니까요.’

‘그럼 잠자리는.’

흐릿한 주도수 상병이 말을 머뭇거렸다. 입은 보이지 않고 얼굴의 한쪽이 일그러졌다.

‘짧게 했어요.’

‘잘했다.’

휴의는 어떤 식으로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말 대신 엉뚱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 어서 네 자리로 가야지.’

‘그래야겠지요.’

‘너는 언제나 네 자리를 지켰다.’

‘소대장님, 어디로 가야하나요.’

‘저쪽이다.’

‘길이 안 보여요.’

‘저쪽이래도.’

‘아, 이제 보여요.

소대장은 주상병을 떠나 보내기 전에 극락왕생을 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에 만나면 지금보다 더 친하게 지내자.'

휴의는 그런 위로가 주상병의 마음에 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일본군은 그를 보내지 않았다. 시체를 끌고 온 그들은 산사람에게 하지 못한 화풀이를 죽은 사람에게 했다. 신의주역 광장에 주 상병의 목을 매달았다. 긴 장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주상병의 표정은 무심했다.

자비를 호소하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 높은 곳에서는 어떤 근심걱정도 읽을 수 없었다.

일본군은 장대 앞에 조선독립군 잔당의 최후를 보라,는 푯말을 붙였다. 그 앞에는 던져도 좋다는 표시로 작은 돌무더기를 만들어 놓았다.

대개는 그냥 지나쳤으나 일본에 충성심을 보이려는 자 가운데 하나가 돌을 집어 주 상병의 머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빗나가자 그는 한 번 더 시도하려다 다른 사람의 눈빛을 보고는 던진 돌의 손을 옷에 쓱 문지르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어떤 자들은 돌 대신 손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손에 쥐고 있던 다른 걸 던지는 자들도 있었다. 욕을 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한 욕보다 더 큰 욕을 해댔다.

생전 해보지 않은 욕을 하는 자들은 경계를 서고 있는 일경을 향해 얼굴을 돌리면서 나 잘했지? 하는 칭찬받고 싶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살아서 용맹한 자에게 그런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그들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흰옷 입은 사람이 비록 몸뚱이가 없어 보이지 않았으나 같은 흰옷을 입을 사람에게 하는 태도는 조선식이 아니었다.

무지한 자들의 잔인함이었다. 그들은 나쁜 짓을 하고도 나쁜 짓인지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하는 것은 아는 것만 못했다. 그러나 일본군의 전시효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대신 독립군의 전과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신의주 일대는 물론 평양까지 오는데 삼 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여러사람의 귀와 입을 거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분명한데 내용을 몰라 궁금했던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는 누가 들을새라 덮어 놓고 눈치를 살폈다. 손을 까부는 시늉은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하라는 신호였다.

파다하다는 말은 증명됐다. 산골의 노인들까지도 독립군이 일본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였고 지지 않고 이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장대를 향해 돌을 던진 자들은 이럴 줄 몰랐다는 듯이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나서는 사람들 틈에 재빨리 섞여들었다. 부끄운 짓을 나중에 알고 감추려는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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