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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 입은 사람들은 독립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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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옷 입은 사람들은 독립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7.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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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가 뚫리고 불에 타자 일경은 발칵 뒤집혔다. 조선총독부는 물론 본토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독립군의 위세가 생각보다 강해 이를 깔보고 대한 것에 대한 자책이 먼저 일었다. 얕잡아 보고 아래로 내려다본 결과는 참혹했다.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패하고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였다.

일경은 정보 수집에서도 졌다. 겨우 명맥만 있고 설사 규모가 있다해도 오합지졸 정도로 독립군의 세를 오판한 것이다. 사실 미군의 지원 이전에는 그런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된 교육과 첨단 무기는 독립군의 사기를 올렸다. 조국을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다는 충성심을 미군은 자극했고 그러기 전에 민족에 대한 열기가 고조됐다.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군인으로 자랐고 180일 후 훈련소 퇴교 무렵에는 일당백의 전사로 거듭났다. 만주 미군 소속 조선인 군사학교 1기생 330명이 주축이 된 신의주 경찰서 습격 사건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들의 무기는 13연발이 가능한 미제 기관단총이었다. 사거리와 정확도에서 일본군 소총을 압도했다. 탄창은 잔 고장이 없어 갈아 끼울 때마다 사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감히 미국에 맞서 진주만을 공격했던 일본은 처음 몇 번은 독립군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계속해서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키지 않은 자책의 시간은 길지 않고 짧았다. 처참하게 패한 일본 정부는 만주 13사단의 정예 부대를 신속히 파견했다.

날쌘돌이 330명을 빠르게 구성해 일차로 독립군의 뒤를 쫓았다. 이에 호응해 일경은 전국 팔도에서 뽑은 무술 유단자 300명을 차출해 협공작전에 나섰다. 독립군 추격이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조선 땅은 험했다. 산악지형은 그들의 추격을 어렵게 했다. 더구나 흰옷 입은 사람들은 순사보다는 독립군에 호의적이었다.

더디고 힘겨운 추격전이 벌어질 때 도망자들을 숨겨 주었고 추격자들에게는 혼선을 주는 정보를 퍼트렸다. 남하하면서 독립군은 도피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도주는 새로운 공격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다음 경찰서는 평양이었다. 평양 경찰서를 파괴하면 적들은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그러려고 독립군은 남하에 속력을 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적을 쳤다.

그리고 빠졌다. 독립군의 주요 전술이었다. 그들은 밤시간 은밀히 이동하고 낮에 움직일 때는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했다. 마을 주민을 통해 일경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대규모 군부대 이동을 감지했다.

정보전에서 독립군은 한발 앞서 나갔다. 일경은 이런 움직임을 예상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서 그들은 뒤늦게나마 독립군의 실체를 인정했다. 적을 알고 나서 제대로 한 판 붙겠다는 전략이었다.

처음에는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작전에 실패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의 목소리가 높았다. 옷을 벗기고 본때를 보이기 위해 감방에 처넣거나 처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러지 말라고 그런 목소리를 내는 일선 참모들을 말렸다. 지금은 숙련된 지휘관이 필요한 때지 그들을 내칠 때가 아니라고 흥분된 그들을 다독였다.

적절한 선에서 구두 경고를 하고 그들에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나중에는 이마저도 생략했다.

한마디로 지난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줄 테니 앞으로 잘 해 나가자고 분위기를 추어 올렸다. 지금은 사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었다. 노련한 일본 정치인의 주장이 정부를 움직인 결과였다.

마침 조선 방문을 위해 서두르던 기무라 와타시 참의원은 보고를 받고 작전 실패의 책임을 묻는 일본 언론과 여론을 이 한마디로 잠재웠다.

‘전시에 장수를 욕하는 자는 매국노다.’

그는 대중에게 일본인은 한 번 실수할 수는 있으나 두 번 실수는 하지 않는다고 호소하면서 다음에 더 큰 승전보를 올리자고 다그쳤다.

이것이 일본의 힘이며 자랑이므로 독립군의 공격으로 군인 180명과 경찰 103명이 사망한 1944년 신의주 경찰서 사건을 무마했다.

일본은 다시 하나로 뭉쳤다. 더는 자책이나 문책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기무라는 방문 일정을 취소하기보다는 서둘렀다.

직접 조선의 상황을 보고 사태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거기다 베이징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오고 있는 아들 유지 호사카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해져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보디 가드와 수행원 등 5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태운 시모노세키호에 몸을 실었다. 그는 객실에 머물지 않았다. 선실에서 그는 선장과 이런저런 잡담을 하면서 현해탄의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군인으로 성장한 아들의 얼굴이 물결따라 눈에 어른거렸다.

외아들을 삼 년 만에 보는 것이다. 말려도 듣지 않고 되레 위험지역으로 전출해 간 아들의 심경 변화도 궁금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자원한 태평양 전쟁을 뒤로 두고 안전한 후방을 택했는지 알고 싶었다.

당연히 잘한 결정이고 나무랄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하루아침에 변한 생각의 원인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런저런 잡념으로 기무나 참의원은 배가 인천항에 정박할 때까지 선실과 갑판을 오가면서 조선땅에 발을 디딜 준비를 했다.

그 시각 동휴는 순사부장을 서의 음침한 구석으로 불렀다.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순사부장은 동휴의 눈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

‘다 제 책임입니다.’

선수를 쳐서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 받겠다는 그의 판단은 틀렸다.

‘그래, 그럼 책임을 져야지. 퍽’

동휴의 워커 발에 정강이를 걷어 채인 순사부장이 뒷걸음질 쳤다. 무방비 상태에서 일격을 받고 그는 매우 아픈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몰랐다는 듯이 기습 공격에 당황한 순사부장이 한 발 더 나갔다.

‘죽여 주십시오.’

‘그래, 그러려고 했다. 퍽퍽.’

이번에는 워커 발이 명치를 조준했다. 태권도로 단련된 동휴의 옆차기는 발끝에 힘이 실렸다.

순사부장이 정확히 3 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경부는 그런 그에게 앞으로 다가서면서 재차 내려찍기 자세를 취했다. 순사부장은 일이 그른 것을 알아차렸다. 책임을 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다.

그래서 엉거주춤 일어난 상태에서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길게 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죽겠다는 각오였다.영혼을 찾아 떠나는 구원자의 심정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일 것이다.

‘명예롭게 죽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 정도 했으면 끝내 달라는 신호였다.

동휴가 그걸 모를 리 없었으나 그는 이 정도에서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부하의 목을 날린 그 일본도를 꺼내지는 않았으나 그는 쥔 주먹을 거두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고개 들고 턱 내밀어.’

순사부장은 순순히 명령을 따랐다.

‘입 다물었지.’

‘네.’

동휴가 네 소리를 듣는 것과 동시에 내민 턱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감정이 실린 한 방이었다. 그가 무릎을 꺾은 채로 뒤로 벌렁 자빠졌다. 살찐 돼지 한 마리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형국이었다.

‘똥개 새끼.’

그는 조선말로 자빠진 순사부장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었다. 대단히 모욕적인 언행이었다. 순사부장도 똥개니 개새끼 정도의 조선말을 알아들었다. 그는 순간 영혼을 버리고 이를 갈았다. 조센징 놈을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이겠다.

‘죽이고 싶지, 이 개새끼야. 퍽’

‘아닙니다.’

‘아닙니다가 아니잖아. 퍽’

‘정말로 아닙니다.’

‘그래, 개새끼 이거나 먹어라 퍽 퍽 퍽.’

동휴는 분풀이를 끝냈다. 끝냈으나 자기 책상으로 가지 않고 서장실로 노크도 없이 바로 들어갔다. 그는 부하가 그랬던 것처럼 서장을 보자마자 총 맞은 사람처럼 순식간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허리춤의 권총을 풀었다. 그리고 푼 것을 조심스럽게 서장의 책상위에 올려 놓았다. 무능한 자신은 대일본 제국의 경부 자격이 없다고 그러니 여기서 목을 베어 달라고 부하가 했던 것처럼 길게 앞으로 목을 내밀었다.

경시정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속이 부글부글 끊어올랐다. 경찰 인생 가운데 최악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삭일 수 없는 울분이 치밀었다. 귀찮은 일에 더 귀찮은 일이 더해졌다.

내친김에 조센징의 목을 긴 장대에 달아 서의 앞마당에 내걸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다.

‘처벌은 뒤로 미루겠다. 잔당들을 추격해 모조리 사살해라. 한 달 내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그때 네 죄를 묻겠다.’

동휴는 임금 앞에 선 신하처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고 조선말로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 너, 앞으론 내 앞에서 조선말 쓰지마.’

무의식중에 나온 조선말이었다. 동휴는 자신의 방정맞은입술을 손가락으로 세게 꼬집었다. 피멍이 들더니 피가 흘러내렸다.

경시정은 경부를 일으켜 세워 마주 앉았다. 경부는 자신에게 책임을 묻고 부하들은 따뜻하게 대해 달라고 경시정에게 거듭 당부했다.

특히 순사부장은 최선을 다했으니 그에게는 작전이 끝난 후 특별한 배려를 부탁했다.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앞서 싸웠으며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때도 부하를 살리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그의 용맹을 치하했다.

‘그렇게 열심인 순사부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대일본 제국의 자랑스런 경찰이 틀림없어요.’

경부가 말했다. 경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어 번 경부는 순사부장의 전투력을 칭찬했다. 부상병이 한 명 발생한 것도 순사부장의 정확한 사격 덕분이라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독립군은 사망자는 없이 한 명의 부상자를 남겼는데 그는 도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스스로 자결했다. 마지막 한 발의 총알까지 다가온 적을 죽이고는 생을 마감했고 그 마감한 자를 맞힌 것이 바로 순사부장이었다.

부상병을 위험을 감수하고 안전지대로 데려온 것도 순사부장이었다. 그는 앞서가던 동료가 쓰러지자 겁없이 달려갔다. 총에 맞았는지, 맞았다면 어디에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확인이 끝나기도 전에 허벅지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들쳐 없었다.

‘순사부장은 실패자가 아니라 성공한 자입니다.’

순사부장은 그 말을 옆에서 다 듣고 있었다. 등 뒤에 있는 순사부장을 경부는 알지 못했으나 경시정은 눈짓을 하면서 기다리라는 시늉을 했다.

'순사부장이 제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경시정이 이번에는 경부가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큰 손짓을 하면서 순사부장을 경부 옆에 앉으라고 명령했다. 경부는 놀랐다. 그러나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무표하게 말했다.

‘너 언제 왔니?’

‘방금 전입니다.’

경부는 순사부장을 옆눈길로 보았다. 얼굴에 피멍이 들고 턱은 빠졌는지 비뚤어져 있었다.

‘가서 씻어라.’

순사부장은 경시정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으나 아무 말이 없자 경부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갔다.

순사부장은 경시정 앞에서 대놓고 자기를 칭찬하는 경부를 다시봤다. 섬길만한 가치가 있는 자였다. 얻어터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진실을 알아 버린 순사부장은 자기 자신보다도 더 경부를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자신을 얼마나 끔찍이 여기면 그런 말이 술술 나올 수 있을까. 앞에서는 칭찬하고 뒤에서는 고자질하는 앞뒤가 다른 인간과 그는 얼마나 다른가.

순사부장은 그 순간 자신이 단 한 사람 동휴에게 매어 있음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상대할 유일한 상관이었으므로 다른 상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경시정 조차 경부보다 인격이나 실력이나 모든 것이 뒤쳐진다고 생각했다. 조선인만 아니었다면 그는 총독부의 최고 자리까지 오를 수 있는 인물로 우러러봤다.

한 번 이런 마음이 들자 그가 경시정 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틀림없이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해 뒤쫓아가서 박살을 내려고 했던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한없이 후회됐다.

틀림없이 자신은 빠져나가고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뒤집어씌울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달랐기 때문이다.

순사부장은 경시정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어떤식으로든 작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하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묵살한 것을 알지 못했다.

경부도 마찬가지였다. 경시정은 무전으로 질책 대신 다음 작전의 성공을 위해 잠시뒤로 미루라는 명령을 하달하지 않았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그 결과 경부는 순사부장을 죽사발로 만들었고 죽사발이 된 순사부장은 경부에게 원한을 품는 대신 존경의 마음을 한 가득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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