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19 17:22 (금)
지원 줄고 경영 어려운데 폭력까지, 씁쓸한 필수의료의 현실
상태바
지원 줄고 경영 어려운데 폭력까지, 씁쓸한 필수의료의 현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6.29 0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산율 저하ㆍ의료진 번아웃ㆍ의사 상해사건 연달아...관련과 기피 가속화 우려
▲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에 해당되는 과들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의료계 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에 해당되는 과들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의료계 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약뉴스]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에 해당되는 과들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의료계 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의사 상해사건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이 제기돼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사 상해사건과 방화 사건으로 인해 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기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모 병원에서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된 자신의 아내에 대한 병원 측 조처에 불만을 품고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담당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부터 10여일이 지난, 24일 부산 소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치료에 불만을 품은 보호자가 바닥과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를 저지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해당 사건이 발생하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선 “응급실 흉기 사고와 동일하게 1차적으로 발생한 폭력과 폭언 난동이 처벌받거나 구속되거나 격리되지 못하면 이후에 더욱 큰 사고가 생긴다는 점에서 부산대병원 응급실 방화는 동일한 사건”이라며 “믿기 힘들겠지만, 수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이 사건과 동일한 경험을 했었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 현재도 전국 응급실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박명하 회장도 “워낙 돌발적으로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대응하기 어렵다.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도 의료기관의 폭행이나 폭언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다양한 의료기관에 대한 경비, 보안인력, 시설 등 지원이 있어야 한다. 대국민 홍보에도 의협과 함께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도 “진료 최일선에서 소신껏 진료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진료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응급의학과와 같은 필수의료 인력의 유입을 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련을 중도 포기하거나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코로나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신종감염병 사태로 근무가 어려웠던 응급실이 이젠 위협이 일상화된 현장이 된 것으로, 의료계 내에선 응급실 위협에 따른 필수과 고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의사 상해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젠 응급실에서 누가 진료를 보려 하겠는가“라며 ”열심히 진료해도 의도하지 않은 일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럴 때마다 보호자가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는 일이 생긴다면 의사들도 필수의료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필수과 기피는 응급의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흉부외과의 경우, 지난 2009년 수가 가산금 지원에도 전공의 지원율은 매우 낮으며, 정원의 50% 정도만 충당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2년 지원자는 단 23명에 불과한데, 특히 전국 전공의 중 70%에 가까운 전공의는 서울 경기에 집중돼, 이로 인해 지역 의료공백과 붕괴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전체 흉부외과 수련병원 기준, 전공의 보유율은 53.1%이며, 1, 2, 3, 4년 차에 모두 전공의가 존재하는 전통적 수련시스템이 작동하는 수련병원은 5개 병원에 불과, 전체의 7.4%인 상황이다.

활동 전문의 1161명의 37.5%, 436명이 10년 내 정년퇴직을 하게 되며, 현재 추세면 전문의 충원은 10년간 200명 내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보다 200명 이상의 전문의가 10년 이내에 감소해 전체 활동 전문의 수는 1000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은 “현재 전공의 수급 부족에 이은 전문의 감소, 의료진 번아웃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반면에 의료 수요는 늘어나면서. 지역 의료 공백, 응급진료의 공백, 소아 심장질환, 질환 별 공백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소아 심장수술분야는 이미 붕괴된 상태로 판단된다. 이에 강력한 조치를 지속적 요구하고 있으나,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잘못된 법률 제정으로 폐해만 드러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국가적 조사, 용역 연구조차 시행하지 않고 있기에 현재 상황은 초유의 의료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위기 상황은 비단 흉부외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흉부외과보다 더한 기피과가 된 과가 있었으니 바로 소아청소년과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매년 감소했고, 2022년에는 204명 중 57명 즉 정원의 27.9%만 확보했다. 이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전임의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소아청소년의 전문진료를 책임질 세부ㆍ분과전문의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는 지속적인 출산율 감소가 주요한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는 2019년 인구절벽에 도달해 출산율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상태로 2021년도에는 가임연령 여성 1명당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이 0.81로 감소한 초저출산 국가이다.

특히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만 명 선이 무너지면서 2021년 출생 신생아 숫자는 26만 500명에 불과하며 2024년에는 예상 합계 출산율이 0.70로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은 “우리나라가 최근 심각한 저출산 때문에 소아 인구가 급감하고, 기존에 주로 감염성 질환에 의존하던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감염병의 감소와 병원 방문 기피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진료 전반에 걸쳐 진료량이 급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