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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면접ㆍ설문조사 넘어 개방적으로 해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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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면접ㆍ설문조사 넘어 개방적으로 해석해야"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2.06.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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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혁 검사, 관련 규정 개정 필요성 제기...."행위 단위 분절 규정, 추가 전파 차단조치에 지장"

[의약뉴스]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중, 역학조사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구ㆍ경북 지역 대유행을 초래한 모 종교단체의 사례에서 역학조사에 대한 법적 쟁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 장준혁 검사.
▲ 장준혁 검사.

서울서부지검, 대한의료법학회, 보건식품의약전문검사커뮤니티는 지난 18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역학조사 관련 법적 쟁점 및 Covid-19 방역과 검시제도 고찰’이란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서부지검 장준혁 검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와 관련된 형사법적 쟁점’이란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2년 2개월이 경과한 지난 4월 실내마스크 착용의무를 제외한 대부분 방역수칙이 해제될 때까지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다양한 방역수칙들이 고시되거나 다수의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이 과정에서 집합제한ㆍ금지, 자가격리의무 등의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람, 역학조사에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하는 행위를 한 사람, 역학조사를 방해한 사람 등에 대해 관련 처벌규정에 따라 형사처벌이 이뤄졌다.

장 검사는 “코로나19라는 새 감염병의 등장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의 적용하는 과정에서 선례가 없거나 법률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다수 발생했다”며 “특정 명단을 요구하는 경우에 ‘역학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하급심에서 엇갈린 판단이 내려지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구지역 A종교단체 지파 간부들은 2020년 2월 19일 대구 모 보건소 주무관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위해 대구지역 전체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받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 소속 방역관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위한 교인명단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에 A종교단체 간부들은 9785명의 명단을 교적부에서 다운받아 제외대상으로 선별한 성인 교인 130여명과 미성년자 교인 등을 제외한 9293명의 교인을 제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고, 위계를 이용해 질병관리본부 및 대구시의 역학조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사실로 공소가 제기됐다.

검찰의 공소로 인해 시작된 재판은 2021년 2월 무죄가 선고됐고, 2022년 1월 19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진행된 2심 재판 역시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으로 상고된 상태이다.

해당 재판에서의 주요 쟁점은 방역당국이 A종교단체에 교인명단을 요구한 것이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미 대구 지역 전체 교인 9785명의 명단을 가지고 있음에도 130여명의 제외자 명단을 따로 작성하고, 미성년자 교인을 제외한 명단을 제출한 것이 위계에 해당하는지 여부, A종교단체 간부들의 행위로 방역당국의 직무집행이 방해됐는지 여부 등이다.

장 검사는 “고등법원은 교인명단 요구는 역학조사가 아닌 준비단계에 불과하거 법적 성격은 정보제공요청에 해당하며, 감염병법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방법 및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위계공무집행방해도 정보제공요청에 대해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으니 이에 대해 엄격히 판단해야 하고, 미제출한 명단이 극히 일부에 불과해 위계의 고의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지난 2020년 9월 이후 명단제출요구가 역학조사에 해당하는지와 관계없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입법적 변경이 이뤄졌다”며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ㆍ방해ㆍ회피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하급심에서 판결의 태도가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대법원에서 금명간 법리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이고, 하급심 판례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역학조사에 대한 법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현재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제14조 [별표1의3]은 역학조사의 방법을 규정하면서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 인체검체 채취 및 시험, 환경검체 채취 및 시험, 감염병 동물의 검체 채취 및 시험, 의료기록 조사 및 의사 면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검사는 “이러한 규정들이 예시적 규정인지, 한정적 열거 규정인지 문제된다”며 “이를 한정적 열거 규정으로 해석할 경우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이외에는 역학조사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학조사 자체는 열린 개념이므로 각종 위기 상황에 맞춰 개방적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며 “역학조사관이 역학조사 대상에게 ‘(전화)면접조사’가 실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역학조사로써의 면접조사가 시작돼 진행된 단계”라고 전했다.

또 “메르스 유행 당시 명단 요구가 폭넓게 역학조사로 인정됐던 반면, A종교단체의 방역방해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대해 역학조사의 연속성을 간과하고 역학조사와 역학조사 준비단계를 임의로 분리시켜 ‘교인명단 요구’를 역학조사의 준비단계로만 파악했다”며 “교인명단 요구는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반복적 면접조사 과정에서 역학조사관에 의한 역학조사 그 자체이고, 이는 감염병예방법상의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와 분리될 수 없는 연속적인 행위임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의 내용에도 설문조사와 면접조사 이외의 방법을 이용해야 얻을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장 검사의 설명이다.

장 검사는 “최근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역학조사 방법이 시행령 별표에 한정된다고 해도, 허위자료 제출로 인해 역학조사 방해결과가 발생하면 역학조사 방해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며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와 정보 제공 요청은 감염병의 발생 이후와 이전에 적용된다는 차이가 있으나, 특정한 경우에 정보제공요청도 역학조사와 중첩되는 영역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의학적 특성과 역학조사의 연속성을 감안하면 역학조사관의 명단요구 행위 자체를 역학조사로 인정함이 논리적이고,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허위 명단 등을 제출하는 경우 위계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상 ‘역학조사의 방법과 관련 규정을 개정, 필요한 경우 ’면접조사 및 설문조사‘ 이외의 방법을 역학조사에 폭넓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서울서부지검, 대한의료법학회, 보건식품의약전문검사커뮤니티는 지난 18일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역학조사 관련 법적 쟁점 및 Covid-19 방역과 검시제도 고찰’이란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 서울서부지검, 대한의료법학회, 보건식품의약전문검사커뮤니티는 지난 18일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역학조사 관련 법적 쟁점 및 Covid-19 방역과 검시제도 고찰’이란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분석담당관 박영준 과장은 “역학조사는 감염병 예방관리를 위한 수단의 하나로, 감염병 환자 등이 발생한 경우 추가전파와 중증 및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생 현황 파악과 감염경로 및 원인을 규명하는 일련의 조사 활동”이라며 “발생현황 파악을 위해선 감염원에 노출된 집단에 대한 규정이 선행돼야 하고, 감염병환자 및 감염병의사환자, 감염병의심자를 확인해야 정확한 현황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A종교단체의 사례는 초기 확진자 발생 상황과 조사를 바탕으로 교회 활동을 통해 대다수의 교인들이 지속, 반복적으로 노출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A종교단체 전체 교인이 코로나19에 노출돼 추가 발병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의심자로 규정했는데, 이는 추가로 확진될 가능성이 높고, 적시에 이동제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가족, 지인 등 지역사회로 추가 전파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추가전파 및 중증 최소화라는 역학조사 목적과 현황, 감염경로 파악이라는 역학조사 내용을 고려할 때 발생 현황 파악과 감염경로를 분석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노출자에 대한 정보는 적절한 역학조사를 진행하는데 필수라는 게 박 과장의 설명이다.

박 과장은 “신종감염병, 급변하는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역학조사의 정의는 감염병예방법의 목적, 추가 전파를 최소화 해야 하는 보건학적 목적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해당 법에 규정된 내용, 방식 등 구성요건의 충족 여부 보다 합목적성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염병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와 접촉자를 조사 대상으로 하고 있고, 추가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행위이기에 개별 행위, 사례가 아닌 전체 관리 대상자를 파악하는 과정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연계과정”이라며 “역학조사 과정을 행위 단위로 분절화해 규정하게 되면 매 상황, 다양한 행위에 대해 적법성 판단이 지속돼, 적시 조사를 통한 추가 전파 차단조치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보건당국 공무원으로 하여금 오인, 착각을 일으킬 정보를 제공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방역조치를 시행돼야 할 대상에 적시에 조치가 시행되지 못해 추가전파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감소된 점을 중요하게 판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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