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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용서하실까요?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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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용서하실까요?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6.14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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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살인에 대해서 용희는 묻지 않았다. 그녀가 대충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 표현에 말수는 반감을 드러냈지만 자신을 버리고 간 동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말수는 여전히 버린 것은 자신이 아니라 용희라고 믿고 있었다.

떠나야 할 때 강한 권유를 뿌리치고 떠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하산 후 말수가 용희에게 한 첫 말은 괜찮아 대신 내가 사람을 죽였어, 였다. 네가 살아 있는 것보다 내가 죽인 사람에 대한 보고가 우선 순위에 있었던 것이다. 

극적인 재회의 순간에 그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시체 더미 속에서 한 두 사람 더 죽어 나갔다고 해서 역사책에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살아왔다는 반가움은 금세 뒷전으로 밀렸다. 용희는 조금 심드렁했다. 그러나 내가 사람을 죽였어, 하는 그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 속의 먼지처럼 용희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이제 안심해도 되겠다 싶은 동굴 속에서 가뿐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일단의 사람들이 어떻게 찾았는지 말수가 있는 깊숙한 어둠속으로 기어들어왔다.

그들도 말수처럼 살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목숨을 재촉하는 결과를 낳았다. 말수에게 그들이 적인지 아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들어온 자들은 그 누구든 해치워야 할 대상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사는 길이라고 믿었다. 다른 선택은 없었다. 말수가 하지 않으면 그들이 할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들이 조심해, 조심하란 말이야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면서 말수의 코 앞 까지 다가왔을 때 말수는 절대 살려 둘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는 가지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어온 순서대로 머리를 박살냈다.

첫 총성이 울리고 두번째 총성이 났을 때 세번째 사내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몸을 돌려 굴 밖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나 말수는 똑같은 이유로 그를 살려 두지 않았다.

이번에는 머리가 아니라 등 뒤에 총알을 박았다. 그는 쓰러지면서 동굴 밖으로 몸을 날렸으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내가 신부님이야, 그러니 살인의 고해 성사는 모두 끝났어. 오빠는 이제 자유야.'

'하느님이 용서했을까. 죽은 자들도 그렇고.'

'그랬을 거야, 다른 수가 없거든.'

그들은 그렇게 말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말수가 담배 연기를 품어 내듯이 휴우 하고 한숨 소리를 길게 냈다. 

이번에는 용희 차례였다. 말수는 말하지 않았고 다른 누구도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됐다. 살인의 고백은 이어졌다. 용희도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숨을 잠시 멈추었다. 말수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것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수는 자신이 한 것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용희에게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곳 성당의 지하실만 아니었어도 말수는 끝내 비밀로 무덤까지 가지고 갔을지 모른다. 용희는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말하고 나자 속이 시원했다. 죽기전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속죄한 것은 그의 영혼에 도움을 주었다. 그래서 말수는 용희도 자신처럼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다렸던 것이다.

'막사에서 였어요. 그날은 다른 날도 그랬지만 유독 피곤했어요. 군인들은 그런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지요. 신부님도 남자이니 그 상황을 이해할 거예요.'

용희는 마치 바로 눈앞에 신부가 있는 것처럼 그가 잘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죽기로 작정한 것이지요. 그러기 전에 그놈을 죽이고 싶었어요. 지난 번에 왔던 놈을 기억해요. 이마에 상처가 났고 가슴팍에 뱀문신을 한 상등병이었는데 일은 뒤로 미루고 쌍욕을 하고 꼬집고 팼어요. 비명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면 그것이 그를 더 흥분시켰는지 더 심하게 학대했어요.

그 날도 그자가 왔어요. 이번에는 그냥 하려던 일이나 마치고 나가기를 바랐지요. 그랬으면 그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그런 기대는 허사로 끝났어요. 참을 수 없었어요. 이날은 처음들어 보는 욕을 했어요. 얼굴을 꼬집는데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고요. 그러고도 그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죽이기로 마음먹고 그자가 일을 끝내고 잠시 골아떨어졌을 때 바늘로 두 눈을 찔렀어요. 알잖아요.

자수를 뜨던 그 바늘로 두 눈을 차례로 찔렀는데 그자는 만족감에서 오는 깊은 잠에 빠져서 자신이 눈을 찔린 줄도 알지 못하고 골던 코를 더 세게 골았어요. 

나는 용기를 내서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면서 두 번씩 더 찔러넣었어요. 그러고 나자 피곤함은 사라졌고 살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지요. 그 자가 다음에도 내 앞에 나타나서 같은 짓을 하는지 두고 보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 자는 두 번 다시 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짐작했던 대로 그자는 앞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적인지 아군인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마구 총질을 하다가 동료의 칼에 찔려 죽고 말았던 거지요.

전투가 한 창 진행중인데 서서히 앞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마침내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돌격 앞으로 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에 따라 앞으로 달려 나가다가 넘어졌는데 그만 방향을 상실했다고 해요. 

다른 병사들은 같은 방향으로 다 달려 나가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뒤쳐진 그는 일단 총질부터 시작했는데 자신이 쏘는 곳이 적군의 방향이 아닌 아군의 등뒤인 것도 몰랐어요. 그 바람에 용감하고 유능한 오장이 죽었죠.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막 입대한 졸병이 총알이 떨어져 잠시 주춤거리는 상등병의 뒤로 몰래 다가가 대검을 꺼내 들었죠.'

말을 마친 용희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말수는 용희가 안타까웠다. 함께 있으면서 처음으로 듣는 소리였다. 그런 경험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때 받는 충격을 말수는 고스란히 받았다.

그래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는데 하느님이 용서하실까요?라고 묻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그럼 그럼, 나도 용서했는데 뭐, 그리고 진짜로 죽인 것은 아니잖아. 눈 멀어서도 똥 오줌 못가리다가 스스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말수는 용희를 다독였다. 자신의 살인은 진짜 살인이고 용희의 그것은 나의 것에 비해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촛불이 흐려지고 있었다.

지하에 산소가 부족한 듯 싶어 말수는 핑계를 대고 일층으로 나가 벽돌 몇개를 들어내고 다시 돌아왔다. 그가 들어오자 신선한 공기가 따라왔다. 용희는 잠들어 있었다. 말수는 깨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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