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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0-02 15:58 (일)
골동품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고 휴의는 메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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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고 휴의는 메모를 남겼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5.19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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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 순간 동휴는 약간 움찔했다. 충격을 받은 것이다.

휴의가 이 정도까지 타락할 줄은 몰랐다. 그는 타락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일념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어야 했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살짝 혀끝에 감돌았다.

마음먹은 대로 하겠다.'

입안에서 나는 비릿한 맛을 음미하며 동휴는 다짐했다.

자신 때문에 입대했고 입대 후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거기까지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친구의 성공은 동휴에게 묘한 감정을 일으켰다. 그것은 좋은 것 같으면서 싫은 이상한 느낌이었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었고 어떤 때는 괜한 추천이다 싶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도 했다.

이제 제국을 위한 경쟁은 무의미했다. 하나는 제국의 파멸을 원했고 다른 하나는 부흥을 원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나는 싸움이었다.

상황은 이미 실행됐고 과거보다는 현재가 중요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닥쳐올 미래였다. 날벼락이다 싶다가도 맑게 개인 하늘이었고 뒤숭숭한 먹구름이었다.

동휴는 아직 배신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무엇이 휴의로 하여금 장미꽃 길을 버리고 가시밭 길을 택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애국심은 아닐 터였다. 조국에 대한 독립 같은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렇게 속단했다

어떤 개인적 원한이 개입한 것일까.’

지나간 일은 어찌됐든 결론은 나왔다. 배신자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 동휴는 마치 자신이 배신한 것 같은 모멸감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붉은 얼굴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놈이다.'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죽마을로 순사를 급파했다. 가족을 체포해 심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가족 역시 휴의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군인으로 입대한 후 편지 한 통이 가족들이 받은 전부였다.

부모님 전상서. 저는 잘 있어요. 그러니 부모님은 걱정마시고 건강하세요. 성공해서 돌아가면 마을 앞 제일 좋은 논을 사드릴게요.’

그것이 다 였다.

그런 것을 동휴도 알고 있었다. 죽마을을 떠난 사람의 생사가 확인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가고 나면 모두 함흥차사였다. 그나마 편지 한 통이라도 받은 것은 휴의네가 유일했다.

한 번은 휴의 어머니가 서로 동휴를 찾아왔다. 인절미를 한 말 이고 온 어머니는 동휴를 보고 말없이 꾸러미를 밀었다. 잘 봐달라는 인사였다. 친구 아들에게 지나치게 공손했고 얌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순사가 된 후 동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윗사람이든 그 누구든 함부로 했다. 휴의 어머니는 그가 무서웠다.

하지만 아들의 안부를 묻는 일에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동휴는 가져온 보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냉소 띈 얼굴로 무슨 일로 왔느냐고 말 대신 고갯짓으로 물었다.

몰라요, 낸 들 알겠어요. 알면 알려 주리다.’

한마디 하고는 자리를 떴다. 서를 나오며 휴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매정한 자식이다. 알든 모르든 좀 친절하게 해줬으면 아니면 말이라도 조금 더 길게 해줬으면 이 정도로 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없는 살림에 인절미 한 말은 큰 돈이었다. 성의에 대한 보답치고는 형편 없었다. 그런 이후로 동휴는 휴의 부모를 잡아들였다. 나올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동휴는 다 계획이 있었다.

나중에 화살이 자신에게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휴의가 친구라는 것을 왜경에서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파악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휴의가 토벌대에서 활약할 때 이미 최고위층은 휴의의 신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배신한 조센징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그 분노가 다른 사람이 아닌 동휴에게 쏠릴지도 몰랐다. 언제 자신의 목에 올가미에 씌워져 휴의 대신 처벌을 받을지 동휴는 노심초사했다.

사전 포석 치고는 잘 된 처사였다. 동휴는 이 일 때문에 어떤 문책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출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열심히 더 눈에 띄게 활약을 펼치는 것이었다. 동휴는 휴의 부모를 한 달간이나 서에 가두고 몹쓸짓을 하면서 왜경에 자신의 충성심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풀어준 것은 왜경이 이 자들에게서는 더 나올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사실 동휴는 더 묶어 두거나 아예 옥사시킬 계획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풀어주면서 동휴는 너희들 때문에 내가 위태롭다고 되레 화를 냈다.

휴의 부모는 겨우 걸음을 옮기면서 고맙다는 말을, 살려 줘서 고맙다며 고개가 땅에 닿을 정도로 동휴에게 인사했다. 당해도 마땅하다는 태도였다. 그들의 뒤에 대고 동휴는 그러모은 침을 탁 하고 뱉어냈다.

같잖은 것들.’

의자에서 등을 뒤로 젖히고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채 동휴는 좀처럼 불쾌한 생각이 떠나지 않자 더러운 조센징이라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지껄였다.

그러다가 이러지 말자며 가끔 즐거웠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자 잊었던 용희와 점례에 까지 생각이 미쳤다.

휴의의 변절을 확인한 후 처음으로 동휴는 용희와 점례가 어떤 상황인지 갑자기 궁금했다. 그는 그녀들이 일본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일본으로 보낼 여자들을 모집해라.’

동휴는 그 말을 따랐다. 다른 동네 여자들도 있었지만 굳이 죽마을 점례와 용희를 택한 것은 억하심정도 작용했다. 용희보다는 점례가 좋았으나 점례는 휴의와 죽이 맞았다.

그것이 분했던 동휴는 둘을 갈라놓고 약혼녀 였던 용희마저 눈앞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랐다. 꼴보기 싫었던 것이다.

마침 그때 모집책의 연락을 받았고 그래서 주저 없이 둘을 추천했다. 그때만 해도 동휴는 순진했다. 일본에 가면 돈 벌어 온다는 상관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미리 알든 몰랐든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나중에 알았으나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전쟁통에는 뭐든 일어나니. 여자들이 위안부로 끌려간 것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든 말든 그는 제국의 영광을 위해서 몸을 바삐 움직였다.

그 이후로 동휴는 애써 그들의 존재를 무시했다. 애당초 없던 존재인 것처럼 기억에서 사라졌으면 싶었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과는 엮일 일이 없는 일로 골치를 썩을 필요가 없었다.

죽마을 순사 생활을 끝내고 만주로 왔을 때도 그랬다. 자신의 하는 일도 벅찼다. 하나의 일을 끝내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나를 잡으면 또 하나는 어디선가 사고를 쳤다.

끈질긴 조센징 놈들.’

그는 이 말을 달고 다녔다. 말이 끝나면 침을 탁하고 뱉었다. 그래서 왜경들은 동휴에게 끈조탁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끈질긴 조센징이 탁하고 침을 뱉는다는 뜻이었다. 그 별명을 동휴는 달게 받지 않았다. 조센징에 자신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는 동휴 대신 히로마시라는 창씨개명한 이름이 버젓이 있었다. 그러나 동료 왜경들은 히로마시라는 말보다는 끈조탁으로 부르기를 즐겼다.

너는 아무리 잘 나도 조센징이야.’

거기에는 깔보는 의미가 있었다. 동휴는 끈조탁을 버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침을 뱉지 않아야 한다고 했으나 무의식 중에 그것은 하루에도 여러 번 씩 튀어 나왔다.

동휴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예의 조센징을 외치면서 침을 탁하고 바닥에 뱉었다. 화가 났다는 표현을 그는 이런 식으로 드러냈다.

휴의를 잡아야 한다. 꼭 내 손으로.’

그는 자료를 여러 번 복기한 후 휴의가 임정 산하 독립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군대서처럼 그는 치밀한 두뇌와 성실함으로 독립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그를 잡으면 개인적 복수는 물론 임정의 조직을 와해 할 수 있다.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자.’

그가 만주에서 뿌리를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만주는 여러 차례 초토화 작전으로 한인 사회가 절멸했고 독립군도 거의 명맥이 끊어졌다. 외부의 도움 없이 활동은 불가능하다. 조력자들은 씨가 말랐다.

그렇다면 휴의는 상해나 아니면 조선으로 돌아가 다음을 도모할지 몰랐다. 동휴는 기차역을 중심으로 그물망 작전을 폈다. 처음 신의주로 파견 근무를 왔을 때 효과를 봤던 기억을 되살렸다.

기차가 멈추면 승객을 그대로 가두고 검문을 하는 방법은 매번 효과를 봤다. 용의자는 도망치기 어렵다. 선로 주변에는 미리 경찰력을 배치해 놓고 있어 설사 객차에서 뛰어내린다고 해도 바로 체포되거나 사살된다.

그렇게 해서 독립군에 여러 번 타격을 입힌 적이 있다. 휴의가 만약 조선에 돌아가려고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기차역이었다.

동휴는 그 즉시 끄나풀을 역 주변에 배치했다. 그리고 모든 기차에 검문을 하라는 명령을 각 서에 내렸다. 한동안 뜸했던 역은 다시 검문검색으로 살벌해졌다.

그 시각 휴의가 탄 열차는 경성에 도착했다. 동휴가 그물을 쳐 놓기 전 용케 빠져나왔다. 사전에 미리 알고 서두른 결과는 아니었다. 예정대로 진행했고 동휴가 늦었을 뿐이다.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독립자금을 준다는 사람과 접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첫날에 이어 둘째 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줄을 대놓고 종로 화랑을 돌아 다녔다. 그림을 사려는 척했다.

골동품에 관심을 보이면서 고미술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는 메모도 남겼다. 화랑 주인이나 종업원들은 그가 동경에서 온 골동품 중개상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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