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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12-01 16:50 (목)
부관의 세가지 요구사항은 그대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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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의 세가지 요구사항은 그대로 전달됐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5.17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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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장은 이를 갈았다. 얼마나 세게 갈고 있었는지 옆에 있는 부관이 뿌드득거리는 소리를 닭의 날갯짓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빨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부관은 그에게 한 달의 시간을 주면 자신이 잡아 오겠다며 상관의 심기를 살폈다.

대장은 소리를 분명히 들었음에도 못 들은 척 자세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기를 기다렸고 예상대로 부관이 움직여 주자 그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자신의 인간이해도에 만족했다.

그런다고 오냐, 하면서 얼굴을 바로 누그러뜨리면서 덥석 달려들수는 없었다.

다만 대장은 닭 울음소리를 멈추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너 같은 것이 무슨 일을 해내겠느냐는 비아냥에서 금방 그게 너라면 가능하겠다는 표정으로 얼굴에 변화를 주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엄한 명령보다도 작은 믿음이 중요할 때가 있다. 그것을 대장은 지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관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다는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

한 참 후 그가 고개를 들고 대장을 바라봤을 때 대장도 마침 그를 보고 있었는데 그에게서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각오가 단단해 지고 있음을 느꼈다.

너를 위해서 죽을 수 있다는 사내의 간절함이 담긴 그 표정은 낯이 익었다. 휴의에게서 보던 것이었다.

'그도 나에게 저렇게 충성을 맹세했었지. 그런데 지금은 배신하고 구렁텅이로 몰고 있다. 저런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모두 믿을 수는 없다.' 

대장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부관을 대했다. 그 느낌을 부관이 모를리 없었으나 어쨌든 자신은 휴의를 잡아 공을 세우고 싶었다.

총독부까지 보고된 이 사안은 토벌대장의 위치를 흔들었고 그가 해임되거나 떠나면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거기까지는 먼 거리였지만 한 발 한 발 내딪자는 것이 부관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간절한 호소를 담았고 대장 역시 그 눈빛에 서린 의도를 읽었다. 배신의 기회가 오기 전에 그를 써먹어야 한다. 둘은 이런 생각으로 서로의 눈치작전을 폈쳤다. 행동은 대장이 먼저했다.

대장은 종이와 펜을 부관에게 내밀었다. 휴의를 잡는데 필요한 것을 적어 놓으라는 것이었다.

미는 손길에서 무엇을 적든 적은 내용을 다 해결해 주겠다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이것은 만주군관학교 시절 스승에게서 배운 태도였다. 그것을 써먹을 기회가 온 것이다. 

토벌대장은 이틀 전 자신의 학교 직속상관에게 불려갔었다. 거기서 그는 그 일을 떠올렸다. 

대장은 스승을 만나자 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실책으로 독립군 잔당의 토벌이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따끔한 질책을 내려달라고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심정으로 그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그의 스승은 질책하는 대신 조용히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도로시호, 너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다.’

스승은 일어난 제자를 가슴에 안았다.

‘네 충성심 부족이 아니다. 조센징이 잔혹한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면서 토벌대장은 그의 가슴에 안겨 눈시울을 붉혔다.

반드시 섬멸하겠습니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피를 냈다. 그리고 조용히 스승의 책상 앞에 놓인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눈을 들어 이런 행동을 용서해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스승을 위해, 천황을 위해 몸 바치겠다는 혈서를 썼다.

단 두 글자, 충성.

스승은 제자를 다시 한번 껴안았다. 그리고 종이 한장을 내밀었던 것이다. 토벌대장은 자신의 부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똑같이 종이 한 장을 부관에게 건넨 것이다. 

대장은 부관이 잡은 펜을 보았다. 그가 여전히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저리도 오래 고민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펜으로 쓰고 있을까.

‘자신처럼 대검을 이용하면 선명하고 보기도 좋을텐데.’

그러나 대장은 부관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거기에 까지 그가 미칠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는 대장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두손으로 공손하게 잔을 바치듯이 쓴 것을 들어 올렸다. 깔끔하게 1번부터 3번까지 번호를 매긴 종이를 대장은 들고 읽었다.

1.8명 지원

2.권총과 기관총, 1정 수류탄 발

3. 돈

간단 명료했다.

‘이걸 적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나.’

대장은 부관이 나가고 난 뒤 다른 참모장을 불러 귓속말을 전했다. 아마도 확실하지 않은 돈의 액수를 말하는 것 같았다.

부관의 요구사항은 그대로 실천됐다. 다음날 부관은 만주경찰서를 방문해 그곳 서장으로 있는 동휴를 찾았다. 동휴는 그와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도 않은채 휴의의 사진을 들이밀었다.

‘이 자를 알고 있는지요.’

말은 존대하고 있었으나 시건방을 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동휴가 보기에 부관은 조금 거들먹 거렸다. 그가 비록 장교 군복을 입고 있으나 여기는 분명 자신의 관할이었고 자신은 이곳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대하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런데 부관은 다짜고짜 이 자의 행방에 대해 아는 것이 있으면 달라고 동휴를 을렀다.

동휴가 보기에 그자는 같잖았다. 겨우 완장을 차고 폼이나 내려는 초급 장교 그 이하였다. 동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토벌대장의 부관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모른다고 시치미를 뗐다.

‘이 자가 누구요?’

부관은 어이없다는 듯이 서장을 노려보면서 토벌대를 배신한 조센징 아이라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래 아이 하나 못잡아서 꼭두새벽에 찾아 왔단 말이오.’

서장이 면박을 주었다. 동휴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그런 배짱이 있었다. 장교가 발끈했다. 기분이 상한 그는 그러면 경찰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따졌다.

그러나 그것은 실수였다. 탈영병을 잡는 것은 군인이 먼저였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장교는 말투를 바꿔 협조를 요청했다.

군경이 손을 하나로 잡지 않으면 독립군 수괴는 물론 잔당들 잡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니 우리 손 잡고 조선인끼리 일 한번 내보자고 악수를 청했다.

상대가 수그리고 들어오자 동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응대했다. 이것으로 동휴는 장교의 기를 꺾고 휴의에 대한 토벌대가 알고 있는 모든 자료를 불과 한 시간 만에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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