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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6 00:17 (금)
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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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장성아 교수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2.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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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고혈압, 초기 병용요법이 중요

[의약뉴스] 지난 2020년 10월, 국내 폐고혈압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진료 현실에 대해 "낯부끄럽다"고 평가했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보험급여 기준이 최선의 결과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보다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한 소극적인 치료를 유도하고 있다보니 치료 성적 또한 민망하기 짝이 없다는 일갈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스스로 ‘한국형 진료지침’을 개발하고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급여 기준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개선, 병용요법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조기 병용요법 시행률이 개선돼 치료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장성아 교수를 만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급여기준 개선의 의미와 남아있는 과제를 들어봤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개선, 병용요법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조기 병용요법 시행률이 개선돼 치료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장성아 교수를 만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급여기준 개선의 의미와 남아있는 과제를 들어봤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개선, 병용요법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조기 병용요법 시행률이 개선돼 치료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의약뉴스는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장성아 교수를 만나 폐동맥고혈압치료제 급여기준 개선의 의미와 남아있는 과제를 들어봤다.


동맥고혈압, 조기진단 어렵고 생존율 낮아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 중 하나로,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점차적으로 폐혈관 저항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우심실 후부하가 증가해 우심실 부전과 조기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장성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폐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면서 “혈관 질환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심장의 기능 부전을 가져오면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 빈도는 굉장히 낮아서 인구 100만명 당 130~150명 정도의 빈도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는 치료받는 환자가 약 1500명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0~40대의 젊은 여성에게 더욱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고령에서도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폐동맥고혈압은 희귀질환인데다 호흡곤란, 숨 가쁨, 만성피로, 무력감, 전흉부통, 실신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빈혈 등 다른 증상과 구분하기 어려워 조기진단이 쉽지 않다.

평균적으로 호흡곤란이 발생한 후 2.5년이 지난 후에야 진단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3년 생존율이 56%에 불과하고 5년 생존율은 36%에 그치고 있다.

장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치료제가 없던 2000년대 이전에는 환자들에게 ‘집에 가서 편히 쉬셔라’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면서 “다행히 2000년대 즈음 약제들이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급격하게 좋아졌기 때문에 더 주목받게 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1차성 폐동맥고혈압이라고 불렀던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의 경우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5년 생존율이 약 36%로 보고된다”면서 “5년 생존율 36%는 유방암 3기의 생존율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말 그대로 난치, 불치의 병이었다”고 부연했다.


◇폐동맥고혈압 병용요법 확대로 생존율 개선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5년 생존율이 36%에 그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가까운 일본에서는 90%를 상회하고 있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진료 현실을 두고 ‘낯부끄럽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치료 성적이 이처럼 참담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병용요법의 시행률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병용요법 시행률이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면, 미국은 50%를 웃돌고, 일본은 90%에 이르고 있다는 것.

이 가운데 최근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뇌졸중연구소 장신이 교수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한 ‘한국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회고연구 기반 생존 연구’에 따르면, 국내 특발성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병용요법의 이득이 널리 알려지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병용요법을 시도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난 덕분이라는 평가다.

장 교수는 “병용요법의 등장,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치료제가 등장한 2000년대 초에는 실데나필 약제 한 가지만 복용하거나, 이미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약제 복용을 시작하는 환자들이 대다수였으며, 생존율 30~40%의 데이터 역시 이때의 데이터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진단 초기부터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약제도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약제를 병용하게 되면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는 5년 생존율 데이터가 약 75%까지도 보고되고 있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트라비 병용요법, 폐동맥고혈압 이환 및 사망 위험 40% 감소
폐동맥고혈압에서 병용요법의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실례로 이미 폐동맥고혈압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115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GRIPHON 3상 임상에서 업트라비(성분명 셀렉시팍, 얀센)는 환자가 가진 질병부담(Risk Factor)에 상관없이 고른 효과를 보였으며, 그 결과 질병부담은 물론 질병의 진행(이환)이나 사망의 위험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들을 질병부담과 중증도에 따라 구분해 그 결과를 평가한 사후분석에서는 저위험군 평가 요인이 많을수록 예후가 좋았던 반면, 중증도(Risk Score)는 높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았는데, 업트라비를 추가 투약한 환자들은 위약군에 비해 저위험군 평가 요인이 증가했고, 중증도는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예후에 긍정적인 요소는 늘리고 부정적인 요소는 줄여 질병의 진행과 사망을 줄였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현재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는 크게 3가지 계통에 다양한 제형의 약제들이 개발돼있다”면서 “첫 번째는 엔도텔린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 ERA)로, 국내에서는 3가지 경구제제가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두 번째는 비아그라 성분 계통의 약으로 유명한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DE5i: Phosphodiesterase5 inhibitor)’ 계열 치료제가 있다”면서 “국제적으로는 ‘타다라필’과 ‘실데나필’ 두 가지 성분의 약이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국내에는 실데나필 성분의 약만 도입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최근 사용과 관심이 가장 많이 늘고 있는 ‘프로스타사이클린(prostacyclin)’ 계열의 치료제가 있다”면서 “프로스타사이클린 약제는 주사제와 흡입제, 경구제 세 가지 제형이 있으며, 각 제형마다 두 가지 정도의 제품들이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약제로는 주사제의 경우 ‘트레프로스티닐(제품명: 레모둘린)’ 한 가지 제품 뿐”이라며 “경구용 제제 중에는 ‘셀렉시팍(제품명: 업트라비)’과 ‘베라프로스트(제품명: 베라실)’ 두 가지 제품이 있는데, 후자는 사용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업트라비는 폐동맥고혈압 병용요법에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경구용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의 약제로, 출시 이후 국내에서 새롭게 자리잡은 폐동맥고혈압의 병용 치료옵션”이라면서 “치료 경험이 없거나 이미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RA) 또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DE-5i)를 투여 받고 있는 폐동맥고혈압 환자 11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GRIPHON STUDY) 결과에 따르면, 업트라비는 위약에 비해 사망 및 이환 위험을 평균적으로 약 4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이는 경구용 프로스타사이클린 계열 치료제 중 최초로 사망 및 이환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것”이라며 “폐동맥고혈압 타깃 치료제 중 최대규모와 최장기간(3년)으로 진행된 연구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외에도 “흡입제로는 ‘일로프로스트(제품명: 벤타비스)’가 사용되고 있으며, 수년 전 국내 수입됐지만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사용량이 거의 없는 ‘리오시구앗(제품명: 아뎀파스)’이라는 약도 시장에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생존율 개선에도 25% 환자는 5년 이내 사망, 여전히 심각한 질환
최근 들어 효과적인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병용요법이 확대되면서 폐동맥고혈압 치료 성적이 이처럼 크게 개선됐지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발병 후 5년 내 사망할 확률이 4분의 1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심각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또 5년 후 완치되는 질환도 아니므로 암 등 다른 질환의 생존율과는 의미가 다른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생존율은 환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면서 “본인이 건강하게 생존하면 100인 것이고, 아니라면 0인 것이 생존율”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장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전체 생존율이 75%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환자를 세분화 할수록 생존율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폐동맥고혈압은 환자의 약제 반응이 좋으면 10년, 20년, 30년까지도 건강히 지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진단 당시부터 상태가 심각하고 고위험군이었거나, 폐동맥고혈압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치료 후 약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예후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약제에 있어서도 “가짓수는 많은 편이지만, 결국 3가지 계열에 속한다”며 “환자는 결국 각각 계열에서 한 가지씩 최대 세 가지 약제만을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중 가장 저렴한 약이 실데나필로, 비급여시 20~25만원으로 복용 가능하다”며 “반면 나머지 약제들은 수백 만원 선으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폐동맥고혈압 약제들은 대부분 희귀 약제로, 비급여로 복용시 환자가 한 달에 수백 만원을 부담해야 해 사실상 장기간 투약하기는 어렵다는 것.


◇병용요법 급여기준 확대, 국제 가이드라인에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
그나마 지난 2월, 학계의 오랜 노력 끝에 보건복지부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기준을 개정, 이전보다 많은 환자들이 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제 요법 급여 기준이 이전에는 고위험(1년 추정 사망률 10% 초과)군과 가까웠다면, 개정 급여 기준에서는 중간 위험(1년 추정 사망률 5~1%)에 가까워진 것.

여기에 더해 3제 요법 급여 대상도 이전에는 ERA계와 PDE5i계의 병용요법을 시행했던 환자로 제한했으나 개정 기준에서는 제한을 삭제, 2제 요법에서부터 업트라비를 투약한 환자라도 3제 요법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개정된 급여기준도 여전히 이전에 단독요법이나 2제 요법으로 3개월 이상 투약한 이후에야 추가 병용요법이 가능하도록 해 ‘조기 병용요법’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장 교수는 “병용요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된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국내에서 병용요법 급여가 시작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면서 “2015년 10월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병용요법에 대한 보험 가이드라인이 등장했고, 국제 가이드라인보다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순차적인 2제 병용요법에만 급여 적용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작년과 올해에 걸쳐서 중증 환자에게는 더 빠르게 2제를 사용하거나, 순차적인 3제 병용요법까지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급여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의 가이드라인도 아직 국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온전히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적으로는 초기부터 두 가지, 세 가지 약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초기병용(upfront combination)이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급여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장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조기 진단 후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막상 진단 후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행해지지 못하는 급여기준은 다소 어폐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의료보험의 의미가 환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경증 질환의 보조 보다는 희귀 질환, 그리고 고가 약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이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초기병용(Upfront combination)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2제, 3제 병용이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들이 있다”면서 “이들 환자에 대한 고려가 추가로 필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지금의 치료 가이드라인의 목표는 지금보다 환자의 건강 상태를 더 개선하는 것”이라며 “국내 급여 가이드라인도 이런 목표와 맞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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