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전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DPP-4억제제보다 GLP-1 유사체가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만 연구진이 대만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만 2000여명의 신부전 동반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한 연구 결과로,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가 Open)을 통해 발표됐다.
당뇨병은 신부전의 주요 위험요인이며, 신부전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일반인에 비해 사망의 위험도 높다.
최근에는 당뇨병 약제로 개발된 SGLT-2 억제제가 심부전에 이어 신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당뇨병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신사구체여과율이 낮은 환자에게 권장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SGLT-2 억제제와 함께 심장이나 신장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내놓고 있는 GLP-1 유사체는 사구체 여과율이 낮은 환자에게 권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 현장에서는 신부전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부작용의 위험이 적은 DPP-4 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효과보다는 신장에 대한 부담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부전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DPP-4 억제제와 GLP-1 유사체를 비교한 연구는 없었으며, 이에 두 약제를 비교하게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우선 연구진은 대만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 베이스에서 2012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5기 만성신장질환 또는 말기신부전을 동반한 환자의 데이터를 추출했다.
이어 3개월 이상 DPP-4 억제제 또는 GLP-1 유사체를 투약한 환자들을 선별하고 DPP-4 억제제 또는 GLP-1 유사체를 처음 받은 후 91일째가 되는 날을 기준일로 설정했다.
다만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20세 미만 또는 기준일 90일 전에 심뇌혈관 이상반응, 암, 신장 이식, 투석을 경험한 환자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DPP-4 억제제 투약군에 총 2만 6578명, GLP-1 유사체 투약군에 701명 등 총 2만7279명의 환자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연구진은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성향 점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균형을 잡은 총 2만 7171명(DPP-4 억제제 투약군 2만 6568명, GLP-1 유사체 603명) 1차 평가변수로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2차 평가변수로는 폐혈증 및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 및 주요 심뇌혈관 사건(MACCE) 관련 사망률을 비교했다.
주요 심뇌혈관 사건은 심근경색과 심장 쇼크, 심부전, 관상동맥 재개통술, 관상동맥 우회로술, 혈전분해요법, 악성 부정맥, 뇌졸중 등으로 정의했다.
DPP-4 억제제 투약군의 중앙 추적관찰 기간 3.57년, GLP-1 유사체 투약군은 1.76년 시점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DPP-4 억제제 투약군이 100인년 당 7.95명, GLP-1 유사체 그룹은 1.76명으로 GLP-1 유사체 투약 그룹의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21%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HR=0.79, P=0.03)
2차 평가변수 중 폐혈증 또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은 DPP-4 억제제 투약군이 100인년 당 3.01명, GLP-1 유사체 투약군은 1.80명으로, 역시 GLP-1 유사체 투약군의 폐혈증 또는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9%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HR=0.61, P=0.02)
다만, 주요 심뇌혈관 관련 사망률은 DPP-4 억제제 투약군이 100인년 당 2.56명, GLP-1 유사체 투약군은 2.64명으로 양 군간에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비록 심뇌혈관 관련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지만, 신부전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GLP-1 유사체가 DPP-4 억제제보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및 감염 관련 사망의 위험이 더 낮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평가다.
한편, 연구진은 환자들을 다시 뇌혈관질환 유무에 따라 평가했는데, 뇌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DPP-4 억제제 투약군보다 GLP-1 유사체 투약군의 환자들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의 위험이 67%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HR=0.33, P=0.04)
다만, 뇌혈관 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감염 관련 사망이나 주요 심뇌혈관 사건 관련 사망의 위험은 뇌혈관질환 유무에 따른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