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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2-09-29 06:02 (목)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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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본능이 앞섰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3.02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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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풀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정신이 어지러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도 용희는 뜬 눈을 감지 않고 사방을 살폈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른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그래서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본능이 앞섰다. 가슴에 안은 작은 보따리 하나를 끝내 놓지 않은 것은 마지막 끈을 잡기 위해서였다.

주먹밥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 입 베어 물고 억지로 집어넣었다. 누군가 막대기로 쑤셔 대는 듯 깔깔한 목의 이물질이 느껴졌다.

뱃속의 울렁임, 머릿속의 혼란이 높은 파도처럼 다시 용희를 덮쳤다. 용희는 까무라쳤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고향 앞 토담을 넘어가는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어른거렸다.

온몸이 검은 흑칠을 한 것 같은 놈은 얼마나 크고 긴지 담장 너머로 목을 넘기고도 여전히 꼬리는 땅에 걸쳐 있었다. 녀석은 한동안 그런 자세로 움직임이 없었다.

따뜻한 봄볕을 즐기려는지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가 급하게 몸을 끌어 올리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용희는 답답했다. 숨쉬기 어려웠다. 창홈문을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셔도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 전 넘어간 먹구렁이가 목을칭칭 감고 있었다.

아무리 떼어 내려고 발버둥을 쳐도 그것은 되레 나머지 꼬리 부분으로 가슴까지 감아 죄었다. 찰싹 달라 붙은 그것은 두 손을 써도 소용이 없었다. 숨이 턱 막혔다.

곧 죽을 것 같아 용희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발작적으로 손톱을 세워 놈을 긁었다. 남아 있는 마지막 힘이었다.

피가 주르르 흘렀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흘린 피는 바닥을 적시고 문을 타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들었다. 바다는 금세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하룻밤이 지났다. 그러나 밤이 지나도 낮은 찾아오지 않았다. 이곳의 시계는 날마다 밤을 가르켰다.

매일매일 시커먼 구렁이는 담을 넘고 다시 대문의 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황토담을 넘었다. 도대체 시간을 알 수 없었다. 낮인지 밤인지 용희는 꿈속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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