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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25 06:37 (목)
다른 공기, 다른 냄새에 용희는 그만 두려움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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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기, 다른 냄새에 용희는 그만 두려움에 떨었다
  • 의약뉴스 이순 기자
  • 승인 2022.03.01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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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바람이 훅 끼쳐왔다. 갑판의 끈적거림과는 다른 것이었다.그것은 한순간 가슴을 옥죄어 왔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알수 없는 무엇이 용희를 둘러쌓다.

다른 공기 다른 냄새, 피부에 와 닿는 형언할 수 없는 괴상한 느낌에 용희는 몸이 바싹 타들어 갔다. 그렇지 않아도 주눅든 마음이 어떤 항거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박한 배에서 느끼는 주변의 공기는 처음 맡아 보는 것이었다. 이런 냄새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바다도 마찬가지였다. 고향 죽마을에서 봤던 바다였으나 그 바다는 아니었다. 전혀 생소한 바다였다.

하늘도 그랬다. 높고 푸른 하늘이었으나 고향의 하늘은 아니었다. 멀미에 기진맥진한 용희에게는 이곳에서 지내야 할 일들이 아득했다. 같이 온 여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남자들 중 일부는 들떠 있었다. 그중 통영의 말수는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치가 남달랐다. 그는 마치 공사판의 일본인 ‘십장’이라도 되는 듯이 얼굴이 상기됐다.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조선말로 빨리,빨리 내리라고 소리쳤다.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그가 이런 열성을 부리는 것은 타고난 성질 때문이었다.

중키로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짙은 눈썹과 뛰어나온 광대뼈가 인상적이었다. 사람을 노려보는 기분이 드는 작고 가는 눈 때문이었다.

용희는 발걸음을 옮겼다. 호각 부는 소리, 왁자지껄한 소음에 난간을 붙잡고 계속 서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뒤쪽의 일부는 앞으로 가기 위해 용희를 비켜 지나치지고 했다.

다들 비틀거리는 모양으로 정박한 배에서 내리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용희는 이곳이 어디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일본으로 간다고 하더니 그곳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일본 땅이 아니라면 도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두려운 마음에 그녀는 순간 어질거리던 것도 잊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한여름 태양은 머리 위에서 뜨겁게 달궈 있는데 추위가 갑자기 닥친 것처럼 싸늘한 한기가 몰려왔다. 만조 인지 배가 정박한 곳은 물론 주변 뭍까지 물이 가득 차올랐다.

높은 곳에서도 한눈에 전부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섬에 발을 디딘 것은 배가 정박하고도 한시간이 훌쩍 넘어서였다. 쓰러질 듯 겨우 몸을 차린 사람들에게 총 든 군인들이 나타나서 한쪽으로 줄을 세웠다.

군복을 입고 무장을 한 병사들을 보자 용희는 왈칵 겁이 났다. 그사이 좀 멀리서 둔탁한 굉음이 들렸다. 포 소리였다. 이곳은 전쟁터였고 용희는 남양군도의 한 섬에 내린 것이다.

섬에서 할 것이 무엇인가. 용희는 공장의 굴뚝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기 위해 걸으면서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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